
文史哲 중심의 다양한 연구자의 학제간·통섭적 연구
1994년 10월1일, 한국문화연구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통합하여 출범한 한국민족문화연구소는 한국문학, 역사, 철학 등 文史哲 중심의 한국학과 사회과학 분야 등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학제간 연구, 통섭적 연구를 이루어 나가는 연구소다. 김 소장은 “부산대학교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대표하는 두 연구소가 기존의 역량을 심화시키며, 연구와 교육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통합되었다”며 한국문화 창조와 지역의 가치 발견, 인문정신 회복을 선도하고자 하는 비전을 품고 연구에 집중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러한 연구소의 연구와 활동은 한국민족문화 전반에 관한 인문학과 사회과학적 접근을 통해, 한국학 연구와 민족문제 연구를 심화시키는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평가와 함께, 1995년, 1998년, 2001년에는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의 대학부설연구소 중점육성사업에 선정되었고, 1997년에는 부산대학교 우수연구소로 선정되었다. 2007년에는 세계적인 인문학연구소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목적으로 한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지원사업 대형과제에 ‘로컬리티의 인문학’ 아젠다가 선정됨으로써 장기적이고 심화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김 소장은 “한국연구재단의 등재학술지 『한국민족문화』를 연 3회, HK지원사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하여 국내 학술지 『로컬리티 인문학』을 연 2회, 국제 학술지 『Localities』를 연 1회 발간하고 있다”며 “학술총서, 연구총서, 번역총서, 자료총서, 교양총서, HUCO총서 등 각종 학술서 간행을 통해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학술세미나와 국내/국제 학술심포지움, 콜로키움, 초청강연회와 같은 학술활동과 지역 내, 국내외 유수한 연구기관과의 교류협정 체결을 통한 연구 성과와 정보 교류, 펠로(research fellow)로 우수한 해외학자 초빙 등의 활발한 교류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을 위한 연 6회의 뉴스레터 발간, 전문연구인력 발굴 및 양성을 위한 대학 강좌개설, 그리고 시민들에게 인문학적 소양과 새로운 인간 관계망의 형성을 위한 시민강좌 등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연구 분야와 그 성과

부산학 연구는 부산광역시 가덕도, 두구동, 금성동, 기장군 등에 대한 기층문화 조사와 더불어 기층문화 조사보고 총서 발간과 『부산학연구문헌목록집』을 발간하여 부산학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하여 부산학 연구의 의의를 정립함과 동시에 그 방법적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김 소장은 “지역학 연구는 지역문화 연구의 기초가 되는 기록자료, 구술자료, 영상자료, 민속자료 등을 발굴·수집하여 부산·경남지역 향토자료 정리와 간행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통일문제 연구는 통일부 지정 부산·경남지역 통일교육센터로 선정되어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한 통일교육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HK지원사업 아젠다 ‘로컬리티의 인문학’은 로컬의 현실문제에 대한 실천학과 다양한 로컬리티 연구의 메타이론으로서의 이론학을 종합하는 ‘로컬리톨로지(localitology)' 수립을 목표로 로컬의 독자적 역동성의 근원인 로컬리티를 인문학적으로 파악하고, 로컬의 현장성과 구체성에 주목하여 인간과 로컬의 가치를 탐구하고 있다. 김 소장은 “로컬 정체성과 장소성을 기반으로 하는 내재적 가치와 다양성과 탈중심성을 기반으로 하는 대안적 가치, 소통과 공생, 연대성을 기반으로 하는 실천적 가치를 연구지향점으로 삼아, 사유·공간·시간·문화·표상의 다섯 영역을 연구영역으로 구분하여 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담론 창출과 인간과 세계에 대한 창의적인 인문학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지난 4년간 로컬리티 연구는 국제학술지와 국내 등재(후보)지에 100여 편에 달하는 논문으로 발표되었고, 20여 권의 연구총서를 비롯한 저서와 역서가 출판되었다. 또한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을 위해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논문 공모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인문학 연구소를 향한 도약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는 한국학의 세계화와 로컬리티학의 허브연구소를 지향하고 있다. 김 소장은 “그동안 축적한 한국학 관련 연구 성과를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교류하면서 확산하고 새로운 로컬리티 연구의 패러다임을 창조하며, 풍부한 연구 인력과 연구 성과를 토대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소로 발돋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며, 이를 위해 펠로우쉽 프로그램을 통해 학술교류협정을 맺은 세계 유수의 연구소의 역량 있는 연구자들을 초빙하거나 연구소의 연구진들을 파견하여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는 지역에서 인문학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 대학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연구소를 단위로 하는 집단적 인문학 연구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다. 독일 빌레펠트의 ZiF(학제간연구소), 일본의 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이들 연구소의 최대 장점은 안정적인 연구 인력과 연구기반의 확보에 있다. 연구공간은 물론, 세미나실이나 국제회의실 같은 인프라 구축이 우수한 연구소로 발돋움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또한 인문학의 특성을 고려한 질적인 측면과 연구소의 특성, 고유성을 감안한 평가가 필요하다. 경쟁이 나쁜것은 아니지만 획일화된 기준으로 양적 경쟁을 유도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연구소와 연구 인력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분위기가 필요한 것이다.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는 2011년 대학부설연구소 연구력지수 인문계열 3위에 오를 정도로 그 역량을 인정받고 있어, 위에서 언급한 정책적 외부지원까지 더해진다면 가히 호랑이에 날개를 다는 격이라 판단된다. 향후 세계로 비상하여 인문학 연구의 메카로 명성을 떨치는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