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를 일반적으로 한국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민화는 분명히 하나의 독립적인 장르이고 더 나아가 대중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희노애락을 담고 무병장수와 부귀, 다산, 입신출세, 잡귀를 쫓는 벽사의 의미 등 옛 서민들의 기원이 담긴 일종의 ‘믿음’의 정신적 세계가 표출된 창구라 할 수 있다. 파격적이고, 자유분방하며 격외적인 그림, 민화. 민화는 민중들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가장 한국적인 그림인 것이다.

서양화를 공부한 후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다가 아이들 교육을 위해 프랑스에서 살던 중 민화를 접하게 되었다는 강효진 작가. 가장 한국적인 그림인 민화를 오히려 외국에서 접하게 되었다는 아이러니는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 회화의 정형에서 벗어나 해학적 재미와 익살스럽고 소박한 형태,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구성, 아름다운 색채 등으로 한국적 미의 특색이 강렬하게 드러난 민화는 그녀에게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강 작가는 “2009년 한국에 귀국 후 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민화를 배우기 시작해, 2010년 ‘전국민화공모전(영월조선민화박물관)공모전’에서 ‘해금강장생도’로 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며 “이후 다양한 민화를 접하면서 그림들 속에 뛰어난 세부묘사, 화려한 색채, 숙련된 화법과 균형 있는 구도 등 높은 완성도를 지닌 궁중화(관화)에 매료되었다”고 말했다.
그 후 민화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위해 경희대 교육대학원 관화/민화 수업(이론: 김용권, 실기: 이문성)을 들으면서 지속적인 공부를 통해 민화의 이론적 분야에도 지평을 넓혀갔다. 민화에 매료된 강 작가의 열정적인 노력으로 올해 ‘전국민화공모전(영월조선민화박물관)공모전’에서 민화의 재현적 묘사보다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민화를 재해석하는 창작에 역점을 둔 작품을 출품하여 대상을 수상하였다.


민화는 즐거운 작업이면서도 힘든 여정을 요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과거의 민화 재현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작업자체가 어려움이 많은데, 그것은 오래된 그림들이라 손상이 심한 부분을 재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민화를 재현한다는 것은 민화사와 민화의 의미 등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기존의 민화가들의 재현방식을 통해 민화의 테크닉 또한 습득해야 한다. 힘든 과정이지만 그 속의 즐거움이 더 크다는 강 작가는 서양화와 일러스트 작업을 해서인지 완성도 높은 궁중화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궁중세화에 뿌리를 두고 도화서 화원들에 의해 제작된 그림을 궁중화(관화)라 하는데 그 예로 일월오봉도, 십장생도를 비롯한 궁중에서 사용된 각종 그림을 들 수 있다.
강 작가는 “창덕궁 대조전을 방문했을 때 궁중화를 직접 접하게 되었고, 그 중 창덕궁 대조전 봉황도 부벽화를 대하면서 궁중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극채색의 아름다운 청록화풍으로 영롱하면서 장엄하기까지 한 봉황도를 본 후 나 나름대로 독특한 방법으로 새롭게 표현하고자 왕실 안의 궁중화의 의미와 소재를 찾고, 궁중채색화 기법과 전통적인 화재(畵材)를 이용하여 창의적 연출을 시도하였다”고 밝혔다.

민화가 오랜 전통을 갖고는 있지만 후세 화가들이 선택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어려운 회화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면 희망과 가능성이 유력한 장르이기도 하다. 작품에서 오랜 전승성의 반영과 더불어 봉황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함에 있어, 과거 봉황은 임금·군주를 상징하였지만 현대의 군주는 과거와는 달리 바로 국민이기 때문에 이러한 의미에서 국민을 상징하는 봉황도를 창작 중인데 만족할 만한 아름다운 이상향을 그려낼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는 강효진 작가. 그녀의 이러한 고민이 바로 민화의 미래를 밝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앞으로 그녀의 작품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