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일명 ‘도가니 방지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2005년 말 당시 열린우리당에서는 인화학교사건이나 김포사랑의 집에서 보인 것처럼 비리와 성폭력사건, 족벌운영 통제, 사회복지법인과 사립학교의 공공성을 높이는 ‘사립학교법’을 제정해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많은 사학과 기독교 예장통합 측의 반대로 법안을 무산시켰다. 야당에서는 “2005년 이 같은 법을 반대하던 한나라당이 도가니 방지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며 여야가 물고 뜯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이 거세지자 이내 이를 법제화하는 ‘도가니 방지법’에 대한 논의를 여야가 함께 추진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9월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재추진하고 아동성범죄 공소시효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으며,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도가니 방지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률의 실체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을 개정한다면 복지재단의 투명성 확보와 족벌경영 방지, 공익이사 선임 등 법인 임원제도 개선 방안이 담겨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성폭행에 대한 범죄는 피해자 고소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현행 친고죄를 없애는 법률 개정도 포함 되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반영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국회 역시 ‘도가니’ 상영회가 열리면서 장애인 대상 성범죄의 처벌을 강화하는 이른바 ‘도가니 방지법’ 추진과 함께 여야 의원들은 ‘인하학교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에 대한 당 차원의 실태조사 및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을 위해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사건 진상조사 및 피해자지원 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했으며, 현재 당 인권위원장인 김재경 의원을 위원장으로, 이정선 장애인위원장과 김재원 법률지원단장을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위원회는 관련 자료수집과 기초조사 활동을 거쳐 빠른 시일 내에 광주 인화학교를 방문, 진상파악 및 피해자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광주교육청 및 광주지방경찰청 등 관계기관을 방문하여 피해자 지원 대책 및 재발방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전한 바 있다.
정부는 가해자 처벌 강화, 인화학교·인화원 법인 취소, 피해자 보호 확대, 법인 시설의 공공성 확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공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다는 쓴 소리도 일각에서는 제기 됐다. 족벌운영체제에 대해서도 시설운영의 최고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이사회에 외부 인사들의 참여 보장으로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의 운영이 보장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이 밖에도 정부는 영화 ‘도가니’를 계기로 관계부처 합동 점검단을 구성하여 기숙사가 설치된 특수학교부터 그 외 모든 특수학교에 대한 운영실태 점검, 민·관 합동조사팀을 구성하여 미신고 및 개인운영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 위법사례에 따른 관련자 형사고발, 시설 폐쇄 등 행정제재도 병행한 조치 및 후속대책 마련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10월12일에는 여야 국회의원들과 보좌진이 단체로 ‘도가니’를 관람했다. 그 후 아동과 장애인 대상 성범죄에 공소시효를 없애자는 데에 큰 공감을 형성 했다고 알려졌다. 이날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성폭력 특별법 6조에 항거불능조항은 더욱 많은 장애인 억울하게 하고 탄압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면서 아동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 폐지 등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여야 국회의원 80명은 이른바 ‘도가니’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정조사 계획서가 본회의에서 의결되는 데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통과는 별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