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다 분명한 점은 직접적인 범죄를 저지른 교장과 교직원들의 죄질이 나쁘다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침묵하는 교직원과 뇌물로 인해 사건을 은폐하려던 지역경찰, 서로 자기일이 아니라며 사건을 떠넘기기만 했던 교육청과 시청공무원, 사법계의 전관예우까지 돈과 권력으로 얼룩진 부패의 내막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2005년 사건당시에는 관련 법안이 가해자인 교장이 1심에서 징역 5년, 추징금 300만 원을 받고 법정에서 구속되었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실은 교육자의 파렴치한 범죄에 비해 처벌이 공정한 것인가에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흔히 이야기 하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이러한 처벌에 대해 전문가들은 법령에 근거하여 나온 판결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으나 그런 법령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낯설어하는 사람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당시 상황상 1심에서 고소취하를 하면 아예 재판이 중지되지만, 2심부터는 고소를 취하하더라도 재판이 계속된다는 법령이 있다. 1심에서 고소를 취하한다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고소를 했던 피해자들이 2심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 수사를 맡았던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한 변호사는 “1심에서 고소를 취하하면 재판이 중지되어 형을 받지 않아도 되는데 2심에서 고소를 취하했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인화사건에 대한 처벌에 대해 언급했다. 그래서 2심에서 처벌을 안 할 수 없으니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2005년 당시의 법률은 청소년 강간도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처벌을 할 수 있는 ‘친고죄’를 내용으로 한다. 이 법률은 지난해 4월 아동·청소년에 관한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를 하지 않더라도 무관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법률 개정이 이루어 졌다.
하지만 여전한 사실은 지금도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는 친고죄를 적용하지 않지만, 14세에서 19세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하지 않거나 합의를 해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로 규정이 되어 있는 사실이다.
도가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성폭력 범죄와 관련한 법률 제정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친고죄 폐지를 비롯해 보완책 마련에 시급해 있다. 현재 많은 전문가들은 형량에 따라 공소시효가 달라지는 장애인 성폭행은 새로운 범죄사실을 들었다 해도 법정에서 증거 능력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범죄행위가 일어난 지 최대 10년, 사건이 종결된 지 6년이 지난 상황에서 관련의혹에 대한 새로운 혐의를 밝혀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장애인 성폭행의 공소시효는 7년이 적용되는 것이 현재까지의 판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