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중범죄를 저지르고 미국으로 잠적해 숨어 살던 피의자가 뜻하지 않게 검거되었다.
뉴욕 롱아일랜드 서폭 카운티 경찰은 11일 “살인 및 횡령 혐의로 인터폴 ‘적색 수배(red notice)’ 명단에 올라 있던 한국인 김병수(57)씨를 롱아일랜드 클라크 해변에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적색 수배’는 ‘즉각 신병을 인도해야 할 사람’을 뜻하는 인터폴의 수배자 분류 등급이다.
현재 적색 수배 명단으로 인터폴에 수배 중인 한국인은 김씨를 포함해 36명이다. 이 36명 중 김씨의 수배 기간이 가장 길었다. 현재 적색 수배자 중 24명이 미국에 숨어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1999년 5월 경북 칠곡에서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수배 명단에 올라 있던 김씨는 9일 오전 낚시를 하던 중 경찰에 신원이 노출됐다. 지금까지 경찰의 눈을 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는 뉴욕주(州)의 규정을 위반해 신분이 탈로 나면서 12년간의 도피생활은 막을 내렸다.
과거 김씨는 경북 칠곡 신용협동조합에서 이사장으로 일하다 여직원 박모씨와 여러 서류를 위조하고 권한을 남용해 공금을 횡령하였다. 특히 각종 서류를 위조해 부정 대출을 받는 형식으로 횡령을 저지르다 박씨가 이 사실을 알려 해고됐다. 이에 김씨는 앙심을 품고 1999년 5월 박씨를 살해하고 제3국을 거쳐 미국으로 도피해 숨어 살았다. 경찰은 국외로 도피한 김씨를 살해 혐의로 인터폴에 요청해 수배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당시 클라크해변에서 낚시 중인 김씨가 낚시로 잡혀 죽은 물고기를 바다에 버리자, 이것을 발견한 경찰관이 김씨에게 잡은 물고기를 물에 던져 넣지 말라고 수차례 경고했으나 김씨가 이를 무시하며 죽은 물고기를 계속 바다에 던졌다고 전했다. 이에 경찰은 낚시 규정 위반에 의한 벌금을 부과하기 위해 김씨의 신원을 확인하였다. 확인결과 김씨가 인터폴 수배자임을 확인했다. 정체가 드러난 것을 직감한 김씨는 경찰을 뿌리치고 인근 숲속으로 달아났다.
뉴욕 총영사관에서 파견근무 중인 경찰청 박기호 총경은 “뉴욕 경찰이 많은 인원과 경찰견, 헬기를 동원하는 대대적 수색 끝에 숲 속에 숨어 있던 김씨를 찾아내 검거했다”한다. “김씨는 롱아일랜드 서폭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현재 신병 인도를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총경은 “김씨가 어떻게 미국에서 생활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면서 “일단은 횡령한 돈을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인죄 공소시효는 15년이지만 중죄를 저지르고 국외로 도피한 범죄자는 공소가 정지된다. 대구지방검찰청은 한국에 송환되는 대로 김씨를 기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