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위반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사건으로 처리될 뻔한 사건이 지워진 차량 블랙박스 하드디스크가 복원되면서 뒤늦게 진실이 밝혀졌다.
12일 전주지검과 전주법원에 따르면 조모(27)씨는 지난해 11월 7일 낮 12시께 전주시 전미동의 한 사거리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시내버스와 충돌해 숨졌다.
조씨와 시내버스는 모두 신호를 위반했다. 위반 사실이 겁이 난 시내버스 운전사 임모(51)씨는 버스회사 사고처리 담당자와 공모,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사고 장면 등이 찍힌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했다.
임씨는 적색신호를 무시하고 사거리로 진입해 사고가 나 블랙박스 하드디스크에 사고 장면이 녹화되어 그 기록을 지운 것이다.
경찰은 임씨를 상대로 신호 준수 여부를 추궁했으나 임씨는 위반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고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됐다.
이렇게 숨진 조씨의 신호 위반에 의한 단순 교통사고로 몰릴 뻔했다.
그러나 담당검사는 사고 내용이 의구심을 가지고 사고 기록을 다시 재검토했고, 블랙박스 제조사에 기록 복원 요청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만을 받았다.
검사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블랙박스를 다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기록을 복원하는 데 성공하였다. 복원된 블랙박스에 담긴 영상에는 “우리가 신호 위반했는데 기록을 지울까?”라는 임씨와 사고처리 담당자의 대화 내용이 녹화되어 있었다.
임씨는 복원된 블랙박스 화면을 보여주자 결국 신호 위반 사실을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블랙박스 복원으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검찰은 임씨와 사고처리담당자에 대해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가 명확하다면서 영장을 발부했다.
전주지법 김은성 영장전담판사는 “임씨가 사고처리담당자와 함께 영상녹화장치의 하드디스크를 고의적으로 지웠고 진술을 계속 바꾸는 등 그 죄질이 불량하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