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얄미운 존재인 일본이지만 10년 불황 때 오히려 끊임없이 진화하고 ‘철치부심(切齒腐心)’함으로써 생존력을 더 높였다. 일본적 경제·경영 메커니즘이 죽었다고 할 수 있는가? 기억 속에 묻힐 뻔했던 일본적 시스템은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재차 점화(點火)됐다. 다소 자존심이 상하는 얘기이긴 하지만 불황파고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에도 일본경제의 ‘부활 스토리’는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1990년대 중반 아시아경제의 구조적 결함을 날카롭게 지적했던 폴 그루그먼(paul krugman)의 ‘아시아경제의 성장한계론’은 아무래도 크게 빗나간 것 같다. 그의 이론은 당시 동아시아를 휩쓸었던 금융위기와 맞물리면서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긴 했었다. 아시아의 경제기적은 실패로 끝날 것이란 비관여론도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는 아시아의 경제기적을 단순한 ‘양적성장’일 뿐이라고 봤었다. 서구의 선진국들처럼 기술발전이나 생산성향상을 통한 질적성장과는 괴리감이 있다는 이유였다.
“아시아적 가치는 없다”는 그의 주장에 인용된 대표적인 모델이 ‘일본’을 겨냥한 것이다. 일본 특유의 공동체주의와 위계질서가 합리적 자본주의 시스템의 정착을 방해했다고 봤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성장한계를 딛고자 한다면 미국식 경영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일본경제는 고수의 훈수를 덤덤하게 받아들여 미국형 자본주의에 러브콜을 보냈다. 결과적으로 일본경제는 경제불황에서 명예졸업을 했다. 그 배경은 과연 미국식 자본주의의 성공적인 조언 때문일까?
일본경제의 성장동력은 누가 뭐래도 역시 ‘제조업’이다. 제조업의 핵심이 기술과 인재인 만큼 ‘사람’이 문제였던 것이다. 회사의 핵심경쟁력을 ‘사람’에게서 찾는 일본경영은 상생을 위한 공동체적 실현가치가 재차 부각되었다. 기업에서는 ‘자르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이런 회사에 충성하겠다’는 노사양측의 공감대 형성이 일본경제를 살려낸 것이다. 사실상 한국경제를 버티고 있는 힘은 ‘수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로벌 기업은 국가의 위상을 높이며 보이지 않는 시너지효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최근 불고 있는 ‘k-pop’열풍처럼 어떤 분야에서 인정받는 글로벌기업이 되어 입지를 확립해 나간다면 대한민국 기업에 전 세계가 열광하는 날도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모든 기업경영의 중심은 ‘사람’이 우선이다.

한국경제를 먹여 살리는 것이 ‘수출’인만큼 경기중기센터는 내수기업을 글로벌 수출기업으로 육성시키고 적극 지원해 나가고자 목소리를 점점 더 높이고 있다. 인적·물적인 인프라가 우수하고 거대한 수요시장이 인접해 있는 경기도 기업환경의 장점을 살려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가야 한다. 하루빨리 ‘한국경제 부활 스토리’의 행복한 결말을 함께 웃으며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