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계에서는 단거리 선수가 기록을 경쟁하듯 연구자 또한 좋은 연구를 발표하기 위해 항상 긴장 속에서 시간에 쫓기며 물질의 새로운 성질로 특허기술을 개발하는데 손에 땀을 쥐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창의연구단 스핀파 동역학소자 연구단(이하 연구단/김상국 단장)에서는 반도체 소자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핵심 역할을 하게 될 전자의 ‘스핀’특성에 주목하여 뛰어난 연구 성과를 거둠으로써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에 표지논문으로 소개되는 등 그 우수함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 시사매거진에서는 서울대학교 창의연구단을 찾아 불철주야 노력하고 연구하여 자성체 나노점 간의 고효율 정보신호전달 현상을 발견함으로써 또 한 번의 뛰어난 연구 성과를 올린 연구단의 저력을 조명해 보았다.
스핀파 응용기술을 제시
누구나 초등학교 시절 막대자석과 철가루를 가지고 놀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N극과 S극을 붙여가며 두 자석이 서로 밀고 당기는 힘을 보고 신기해했던 경험은 자석의 원리를 모르면 당연히 마술과 같은 신기한 형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하지만 물리현상의 원리에 근거하면 마술이 아니라 자연현상의 일종일 뿐이다. 자석에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저장되어 조금씩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이상한 힘의 원천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하며, 자석과 자석이 내뿜는 힘을 이용해 인류에게 필요한 응용기술이 무엇일지 연구하는 것이 과학자의 임무”라고 말하며 연구 분야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N-S극으로 이루어진 막대자석을 반으로 쪼개어 두 조각으로 만들면 두 조각이 N-S극을 모두 가진 새로운 작은 자석이 된다. 같은 방식으로 자석을 쪼개고 쪼개 원자단위로 쪼개면 원자크기의 자석이 남게 된다. 거꾸로 말하면 원자단위의 자석을 모아 일렬로 배열하면 큰 막대자석이 되는 것이다. “전자는 ‘스핀’이라는 양자상태를 가지는데 이것이 N-S극의 방향을 가지며 자석의 성질을 가지게 하는 근본원인이다”라며 “스핀은 매우 생소한 용어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스핀이 만들어 내는 큰 자석을 이용한 장치나 전자기기가 많다. 지금까지 반도체 소자에는 음전하를 띠는 전자가 전위차에 의해 이동하는 전기적 특성만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전자는 스핀 특성을 갖는 일종의 작은 막대자석의 성질이 있다”고 ‘스핀’에 대해 설명했다.

강력한 스핀파를 발생시키고 이 파동의 위상을 조절해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하는 개념이다. 전자가 직접 이동해 정보를 전달하는 기존의 소자와 달리, 스핀은 제자리에 있고 정보만 스핀파에 실어 보낸다. 연구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수nm(나노미터) 두께의 자성박막 도선 안에 존재하는 스핀들에 자기장을 걸어주면, 도선에서 강력한 스핀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김 교수는 “도선 내에 들어있는 스핀들은 서로 꼬리에 꼬리를 잇는 ‘자기소용돌이’ 구조를 이루고 있다”며 “중심 부분은 마치 폭풍의 눈처럼 업 또는 다운이라는 방향성을 나타내며, 여기에 자기장을 걸면 중심부의 스핀 방향이 바뀌면서 스핀파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자기소용돌이 및 스핀파에 대한 스핀동역학 기초연구를 꾸준히 하여, 스핀 동적 물리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정립해 가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응용물리학 분야의 우수한 연구 결과를 엄선해 싣고 있는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에 5번이나 표지논문으로 소개되고 물리학 분야의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도 6번이나 게재 되었다.
원천핵심기술은 기초과학에서 시작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휴대전자기기의 등장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필요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1~2시간만 사용해도 배터리가 모두 소모되어 다시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최근 세계의 과학자들은 한 번 충전하면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는 초저전력 휴대 전자기기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연구단은 전력손실이 거의 없는 자성체 나노점 간의 고효율 정보신호 전달 현상을 발견하여 새로운 개념의 소자 개발을 위한 기반을 닦는 성과를 보였다.
스핀소용돌이 공명회전운동을 이용한 자성체 나노점 간의 정보전달 방법은 열이 발생하지 않고 저전력으로 구동이 가능하여 신개념 정보전달·처리 소자에 응용가능하리라 본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다년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자기소용돌이 동역학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의 고효율 정보신호 전달방법을 발견·규명하였으며, 정보신호 전달/처리 소자 개발을 위한 기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며 “향후 한 번 충전하면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초저전력 휴대 전자기기에 자기소용돌이 핵의 공명 회전운동을 이용한 소자가 상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출판사가 발행하는 권위 있는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 되었다. 이 연구는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피셔(Fischer) 박사팀과 독일 함부르크대학 마이어(Meier) 교수팀이 참여하였다. 김 교수는 자기소용돌이 핵의 빠른 공명회전운동을 관찰하기 위해서 특수현미경이 필요한데 세계적으로 유일한 연X-선 자구 현미경을 사용하기 위해 미국의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를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그 장비를 사용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김 교수와 연구단의 연구 성과와 그 내용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우선적으로 사용한다며 이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인터뷰 내내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기초과학을 잘 닦아야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개발 응용력이 생긴다”며 “원천핵심기술은 기초과학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국내 기업은 1~2년 안에 성과를 내어 상업화 할 수 있는 기술에만 대체로 관심을 보이는 안타까운 현실에, 10년 후 대한민국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초과학 연구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기업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우수한 연구업적이 나오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현하는 가는 결국 장비싸움”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장비가 가장 중요한 것인가? 아니다. 바로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그 아이디어는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한 건물은 작은 흔들림에도 무너지게 된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기초과학이 튼튼하지 못하면 과학계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 및 연구자, 전문우수기술자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개선되어 대한민국이 진정한 과학 강국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구단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연현상 중 하나인 ‘스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결과 자성체 파동거동과 자기소용돌이 동적거동을 규명하였고, 이를 통해 응용기술을 창출 할 수 있었다. 연구단의 향후 지속적인 연구가 또 어떤 발전적인 응용기술을 창출해 낼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