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도박 등 치료만으로 폐해 막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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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도박 등 치료만으로 폐해 막을 수 없어
  • 이성희 기자
  • 승인 2011.10.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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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취미활동 통한 여가선용이 최선의 예방

최근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경기불안이 지속되면서 도박 등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경마 복권 경륜 카지노 소싸움 등 합법적 사행산업도 7종에 이를 정도로 많다. 과거 40대 남성 위주였던 도박 중독자의 범위가 특히 최근에는 10대 청소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설립 1년이 지난 경기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전영민 센터장은 도박중독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한 뒤 우리 사회가 예방과 치유에 주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시 지자체 특집으로 도박의 폐해를 예방과 치유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경기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를 집중 소개한다.

도박 중독자 양산하는 대한민국

30대 초반의 A씨는 최근 집에 갈 차비가 없다며 카지노 중독관리센터를 찾아왔다. A씨의 초췌하고 불안한 표정과 위축된 듯 작은 목소리는 도박중독을 의심케 했다. 한 가정의 가장인 A씨는 4년 전부터 경마, 경륜 및 카드게임 등의 도박을 시작했고 카지노에 오기 위해 집안에 돈이 될 만한 것은 다 팔기까지 했다.

A씨는 더는 가족들을 볼 낯도 없고 도박을 하는 친구 외에는 모두 연락을 끊고 지낸다며 상담원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결국, A씨는 센터 측의 소개로 병원에 입원했고 일주일 후 공중전화로 센터에 전화를 걸어 도박을 반드시 끊겠다고 전해왔다.

개인택시를 하던 B씨는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부인과 이혼 직전까지 갔었다. B씨는 가족을 잃지 않기 위해 부인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도박 중독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다시 들어간 택시회사에서 사납금을 제때 내지 못해 경제적으로 더욱 힘들어졌고 결국 한 번에 만회해 보자는 생각에 다시 도박에 손을 댔다. 그는 직업과 환경을 모두 바꾼 후에야 도박에서 손을 뗄 수 있었다.

사행성 게임장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원주에서는 최근 50여 대의 사행성 게임기를 설치한 후 이용자가 승리할 수 없도록 개조한 불법 게임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강릉에서는 청소년게임장으로 위장해 게임승리 시 얻는 경품을 현금으로 환전해 준 업소가 적발되기도 했다.

복권도 연일 매진행진이다. 20년간 매달 500만 원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연금복권은 지난 7월 첫 선을 보인 이후 8주 연속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다. 2003년 이후 매년 판매액이 줄던 로또복권 역시 지난해 말 7년 만에 판매량이 늘었다. 또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로또 판매액은 1,50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60억 원보다 10%가량 늘었다.

“도박중독, 조기 치료해 불행 막아야”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사행산업의 총 총 매출액은 17조 3,000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2조 1,000억 원의 조세와 2조 2,000억 원의 기금이 조성됐다.

이 같은 국내 사행산업 이용실태(2009)를 조사한 결과로는 우리나라 성인인구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6.1%로 밝혀졌다. 위의 사례처럼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도박 중독자가 약 230만 명에 이르고, 특히 집중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대략 60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국(1.9%), 캐나다(1.7%), 호주(2.55%) 등 외국의 2~3배에 이를 정도로 도박의 폐해가 급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합법적 사행산업 뿐만 아니라 인터넷 도박을 포함하는 불법적인 도박이 하루가 다르게 독버섯처럼 퍼져나감으로써 도박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 도처에는 불법 성인오락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고, 인터넷에도 게임을 가장한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 이런 도박의 폐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국가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2010년 부산과 경기도 수원 두 곳에 센터를 개소했다.

경기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는 가톨릭대학교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도박문제로 고통 받는 지역주민과 가족들에게 효과적인 치유서비스를 제공하고 도박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센터의 전문 상담원들은 모두 석사 학위 이상의 전문직 지식과 도박중독 치유에 대한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전영민 센터장은 중앙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정신병원과 알코올전문병원에서 10여 년의 임상경험을 쌓은 심리학 박사로,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로 재임하다 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 센터장은 “도박은 즐거운 놀이도 될 수 있지만, 중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큰 위험한 놀이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도박이 아닌 다른 놀이를 즐기는 것이 최선의 예방”이라고 말했다. 도박에 중독되면 뇌의 기능적 변화가 발생해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무서운 질병이기 때문에 도박을 되도록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아울러 도박을 과도하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기치료를 통해 가족이 해체되는 더 이상의 불행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전 센터장은 “요즘은 인터넷 도박과 스포츠 토토의 이용이 청소년과 젊은이들 사이에 폭증하면서 치료만으로는 도박의 폐해를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예방과 치료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획기적인 투자가 없다면 ‘제2의 바다이야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큰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도박 중독의 폐해 최소화시키는 데 선도적 역할
경기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는 이런 도박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현재 무료상담, 예방교육 및 홍보, 치유·재활 및 사회복귀 직업 재활, 지역사회 연계사업, 조사연구, 인력양성 등의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상담(개인, 가족, 부부상담, 집단 상담, 전화 상담, 인터넷 상담)과 심리검사, 청소년과 대학생, 일반인 대상 교육, 가족교육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곳의 치유대안 프로그램은 인기가 높다.

 즉 가족캠프(숲 치유),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MBSR), 예술치료, 놀이교실, 요가, 명상 등을 통해 건전한 여가 활동과 자연 친화적인 체험기회를 제공, 스트레스를 줄이고 긍정적인 정서함양의 기회를 가짐으로써 도박문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해 주고 있다.

전 센터장은 도박중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 동기와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다만, 그들의 환경이 그러한 긍정적 동기와 역량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죠. 저는 도박중독자에 대한 상담원의 진솔한 믿음과 희망이 회복의 원동력이 된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도박중독자와 그 가족을 수동적인 환자로 취급하기보다는 치료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시켜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나가는 공동협력자로 수용해야만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전 센터장은 “경기지역에만 지난 1년간 1,848건을 상담했으며 치료를 위해 찾은 사람은 248명으로 충주 천안 원주 등에서도 온다”며 “치료 동기가 강한 사람들이 늘고 있는 만큼 각 지역마다 치료센터가 더 확충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3개월 치료를 받으면 도박의 충동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생활패턴을 변화시키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결하여 추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대한민국 도박예방을 선도하는 센터의 비전에 대해서 “경기 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는 경기도 내의 청소년과 지역주민에 대한 맞춤식 예방교육과 치유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국가 도박중독의 폐해를 최소화시키는 혁신적이고 선도적인 센터가 될 것”이라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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