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6일천하’ 2012년 대선 태풍 되나
상태바
‘안철수 6일천하’ 2012년 대선 태풍 되나
  • 정대근 기자
  • 승인 2011.10.05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흔들리는 박근혜 대세론, 안풍의 방향은 어디로

별안간 돌풍이 불어 닥쳤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온 후 그의 지지율은 급등했고, 10월 보궐선거 정국이 일순간에 요동을 쳤다. 출마설이 나온 지 단 6일 만이었다. 9월6일 안 원장이 박원순 변호사 지지와 함께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그 열기는 아직 식지 않고 있다. 그는 불출마 선언 이후, 본업으로 돌아갈 뜻을 밝혔지만 그의 정치행보는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도 꺾었다
오세훈 前 서울시장 퇴임 이후 불어 닥친 ‘안철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안 교수의 서울시장 불출마 기자회견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교수가 박 전 대표와 1대1로 맞붙을 경우, 43.2%로 박 전 대표(40.6%)를 2.6%p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열세로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철수 교수는 전북에서 68.4%의 지지율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전남·광주에서 55.1%, 대전·충청에서 49.8%, 경기·인천에서 49.3%를 기록하면서, 야권 대선주자의 전통적 강세지역에서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박 전 대표는 대구·경북 66.6%, 부산·경남(47.4%)과 강원(52.8%), 그리고 서울(42.6%)에서 여전히 강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안철수 교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교수는 30대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얻어 58.2%의 지지를 얻었고, 그 다음 20대가 48.1%, 40대가 45.7%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50대 이상에서만 57.2%로 강세를 보였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 진영에서만 박 전 대표가 강세를 보여 71.7%를 기록했다. 반면 중도층은 49.7%가 안 교수를 지지해, 박 전 대표(37.9%)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진보 진영도 65.2%가 안 교수를 지지해, 박 전 대표(20.2%)를 큰 폭으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박근혜 對 문재인 양자 대결구도에서는 박 전 대표가 45.1%로 문재인 이사장(37.5%)을 7.6%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과거 조사에 비해서 큰 폭으로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박근혜 대세론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는 9월 6일 전국 19세 이상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가구전화 자동응답조사 방식(총 통화시도 9,334명)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서 ±3.7%p였다.
이러한 ‘안철수 신드롬’을 두고 정치권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도대체 이 현상을 어떻게 풀이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여당의 소장파들은 우리 사회와 민심이 요구하던 변화의 기운이 정치에 접목돼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비정치인 출신인 안 원장의 급상승 현상은 국민들이 기존 정치인들을 더 이상 군림하는 권력으로 생각하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역시 기성 정치인들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은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심지어 안 원장이 등장했던 6일이라는 기간이 우리 정치판에 새로운 ‘룰’을 제시한 기간이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이러한 목소리의 저변에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검증과정에서 설령 안 원장의 도덕적 결함이 발견된다하더라도 기성 정치인들보다는 깨끗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까닭에 그를 인식공격적으로 몰아붙일 경우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직도 안철수 신드롬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권과 보수층 일각에서는 그에 대한 사상과 재산검증을 통해 거품을 깨겠다고 벼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민심은 여전히 안 원장을 향하고 있는 까닭에 이들의 목소리에는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지형 패러다임 바뀌나
안철수 신드롬은 우리 정치의 패러다임마저 바꿔놓았다. 보수와 진보의 대결로 치닫던 선거양상이 구시대와 새시대의 대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총선과 대선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그를 둘러싼 신드롬이 박근혜 대세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친이계 측에서는 이번 현상을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실망감의 또 다른 표출로 해석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줄곧 부동의 1위를 지키며 대세론의 한 가운데 있었지만, 현안에 대해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세론의 주인공인 박 전 대표마저 정치권의 구세력으로 몰락하고 말았다는 평가다.
이에 친박계는 언론이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다며 최근의 현상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섰다. 분위기가 정돈된 후에는 여론이 다시 박 전 대표 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친박계로서는 박 전 대표의 진가를 모두 보여주지 않은 셈이므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분위기 반전이 가능하다고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이 대권판도를 바꿔놓을 중요한 변수라는 점에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권을 향한 안 원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이 대선출마를 위한 정치적 계산이 아니냐는 풀이도 나왔다.
물론 당사자인 안 원장은 “아직 생각도 해 보지 않은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가 가진 잠재적 파괴력을 보면 직접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내년도 대선정국에서 그가 가지는 입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의 상황대로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닌 구세력과 신세력의 대결구도로 대선이 진행된다면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에서 보여운 ‘아름다운 희생’이 또 한 번의 돌풍을 동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대선에 앞서 당장 10.26재보선에서 안철수 신드롬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과 무당파의 확대가 뚜렷해지면서 10.26재보선의 결과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속속 공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구도로 짜인 기성 정치권에 실망을 느낀 유권자들이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경험하면서 중도층 또는 무당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실제 이러한 표심의 이동은 기존의 정치권에서 안 원장을 뛰어넘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번 표심 이동은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견고한 보수층보다 진보층에서 이탈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당보다 야당이 안철수 신드롬에 더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보수층은 기본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어서 쉽게 지지 대상을 옮기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보수층이 25%가량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일부 진보층이 중도층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서 내년도에 있을 총선과 대선에 앞서 중도층을 중심으로 하는 제3의 정치세력화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제3의 세력이 기존의 정치세력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는 시나리오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남아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에서 정치세력화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도 주목하는 안철수 신드롬
심지어 북한에서도 안 원장의 돌풍에 대해 잇따라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9월2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치열한 서울시장 선거전’이란 글을 통해 안 원장을 반정부적 경향의 무소속 인물로 분류하며 처음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23일에는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을 통해 ‘남조선 정계를 흔드는 안철수 돌풍’이라는 글을 통해 안 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민하면서 유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한 상황을 자세히 다뤘다.
이 매체는 이 같은 현상을 몰고 온 이유로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인해 갑작스럽게 치뤄지게 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꼽았다. 그리고는 “기성 정객들이 아니라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야 정권도 교체할 수 있고 인간답게 살 수도 있다는 남녘의 민심이 안철수 돌풍을 몰아왔다”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서울시장 선거 문제가 차기 대통령 선거 문제로 번져가면서 친이계와 친박계의 계파싸움이 표면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주류파와 비주류파간 갈등과 대립이 표면화 되면서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남조선 인민들은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물고뜯는 패거리 싸움만 하는 썩은 정당들에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을 통절히 느꼈다”며 “안철수 돌풍이 썩어 빠진 정당정치에 대한 인민들의 불신에 기초한 것인 만큼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앞으로도 남조선 정국을 휘저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노동신문과 민주조선은 북한의 양대 기관지로 알려져 있다. 각각 당과 내각의 공식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북전문가들은 북한 매체가 안 원장을 언급한 것에 대한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공식 보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척점으로 안철수 현상을 거론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내년에 있을 우리의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정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현상 그 자체보다는 이를 거론해 기존의 우리 정치권을 반민주 세력으로 우회적 비난을 한 셈이다.

안철수 바람 언제까지 불까
당사자는 정치현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학교로 돌아가 본업에 충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권에서의 안철수 돌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불출마 선언 이후에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연일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번 안철수 신드롬이 일회적으로 그치는 돌풍이 아니라는 함의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것도 아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등장과 동시에 '박근혜 대세론'을 뒤집을 만큼 우리사회를 뒤흔든 배경을 놓고 정치 사회적 분석 또한 분주하다. 결론적으로는 한국정치와 사회 변화를 향한 집합적 열망의 표현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간 우리 정치는 바람에 좌우되어 왔다. 특히 선거 때가 되면 갑작스럽게 닥친 바람, 즉 돌풍이 정당정치, 제도정치를 압도하곤 했다. 대중의 불만과 열망으로 뭉친 바람의 정치가 기존의 구도를 순간적으로 압도했던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를 두고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기존 정치와 정당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분명 정당정치의 심각한 위기이며, 기성 정치와 정당에 대한 불신의 반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안 원장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냐 아니랴를 떠나 이러한 현상의 근원에 대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신드롬이 잉태되는 토양은 어려운 경제 현실과 어두운 미래다. 해결 방법이 없는 청년 실업,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경제 상황, 믿을 수 없는 정치 리더십 등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제3의 인물 또는 세력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1970년대 이후 출현한 경제의 신자유주의 물결은 경쟁을 유발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소득격차를 심화시키고 경제의 변동성을 확대시켰다. 더 이상 큰 정부도, 시장만능주의도 바른 해법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권위보다 자유, 일방보다 쌍방 소통, 논리보다 감성을 담은 청춘콘서트가 순식간에 안 원장을 차기 지도자의 반열에 올려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쟁만 일삼으며 현실문제 해결에 무능한 전통적 정치에 대한 시민적 염증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 및 반감과 접목되면서 급격한 상승작용을 불러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존의 거대 정당과 언론들이 이런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이들을 계속 좌파, 소수, 일시적 거품이라고 일축한다면 우리 사회에서의 진정한 문제 파악과 대안 제시, 대화와 소통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이며 이 가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는 새로운 해법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이는 이념대결 등 이분법에 갇힌 상태에서는 풀 수 없는 과제다. 우리 정치는 지금 정체된 역사의 여울을 뚫어줄 제3의 방안이 절실한 것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