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월광이 가장 아름다운 진주 월아산(月牙山)에 어금니 ‘牙’를 사용하는 것은 산의 능선 형세가 치열을 닮아있기 때문이다. 말굽 모양으로 오목하게 늘어선 능선을 따라 떠오르는 달빛의 정취를 가장 멋지게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월아산 중턱에 자리한 두방사가 유명하다. 878년(신라 헌강왕 4)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진주의 전통고찰 두방사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명찰(名刹)로서 예로부터 칠성기도도량의 성지로 명성이 자자해 지역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소원성취를 위해 찾아오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 상문리 325번지/055-761-6351)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두방사는 전통사찰 제35호로, 1962년 해인사 말사로 등록되면서 두방암에서 두방사로 승격되었다.
1963년 철웅 스님이 무량수전을, 1970년 법령스님이 요사채를 보수하고, 1973년 성범스님이 진입로를 닦으면서 오늘의 형태를 갖춘 두방사 무량수전 앞뜰에는 경남유형문화재이자 푸른빛의 점판암으로 만들어진 높이 3m의 고려시대 석탑 ‘두방암 다층석탑’이 있다.
일찍이 ‘조어장부’에 뜻을 두고 40여 년간 불교에 정진해 온 대정 스님은 한국 현대 불교의 변화와 과도기를 몸소 겪어온 증인으로, 대한불교조계종 강남 봉은사와 총본산인 조계사에서 상시 대웅전을 지키며 기도 수행을 해오던 중 최근 두방사의 주지소임을 맡고 이곳 진주에 오게 되었다.
대정 스님은 “진주 지역은 천년 고찰을 중심으로 한국 전통의 불교가 그대로 계승·발전되어 있어 과거부터 한국 불교계의 정신적 역할을 해왔다”라고 서두를 연다. 불교는 세계 각 지역의 토속신앙과 융합되어 다신교적이며 이원화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 전통 사찰에 부처님을 모시는 대웅전 외에도 칠성각, 산신각 등의 토속적 기복 신앙이 함께 존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70년대를 전후로 서양의 유일신교에 의해 다신교적 성격이 ‘미신’으로 공격을 받게 되자 한국 불교계는 ‘불교’에서 ‘토속신앙’을 분리해 내려는 과도기를 보여 왔다”라고 덧붙이는 대정 스님은 “현재 한국 고유의 불교적 가치를 깨닫고 내부적으로 반성함으로써 다시금 사찰에 칠성각과 산신각 등의 토속신앙이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진주는 이러한 과도기 없이 전통 불교를 그대로 간직해오고 있는 한국불교의 산실로 그 가치가 크다”라고 말하며 진주 시민들의 불심에 거듭 감탄한다.

옛 명찰의 전통을 계승해 나가겠다는 조계종 종단의 뜻을 받아, 주지 소임을 맡고 두방사에 오게 된 대정 스님은 두방사가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포교사찰로, 과거 월광보살의 가피가 충만한 영험기도도량으로서의 명성을 중흥해 나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바쳐 노력하고 계신다.
칠성기도도량의 성지, 진주의 대표 생태문화공간으로
두방사는 과거부터 이름난 칠성기도도량으로 월광보살의 가피가 충만하여, ‘월광보살의 상주처’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신은 다르다. 선업에서 벗어난 신은 선악이 있으며, 자신을 믿고 치성을 드리는 이를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대정 스님은 “월아산의 기운으로 두방사에는 칠성님, 즉 불교에서 말하는 치성광여래의 기운이 충만하며 특히, 치성광여래를 보좌하는 월광보살의 상주처로 ‘수명이나 급제’와 관련된 소원이 성취되는 칠성기도도량이다”라고 강조한다.
이에, 예로부터 두방사는 자식을 못 낳거나 몸이 약해 수명이 짧은, 또는 중요한 시험을 앞둔 이들이 월광보살께 치성을 드리기 위해 그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번 2012년 대입 수능을 준비하는 이들의 100일기도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이러한 두방사가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월아산 대규모 생태공원 조성의 일환으로 진입로와 주차장이 새롭게 조성되며, 두방사를 경유하는 등산로 또한 재정비될 예정이다. 월아산은 산이 구릉을 이루고 있지만 숲이 아름다운 아담한 산으로, 특히 두방사를 경유하는 산책로는 산새가 험하지 않고 산림이 잘 가꾸어져 있어 가족단위의 등산객들이 주말을 이용해 즐겨 찾는 공간이다.
“진주시를 대표하는 생태문화공간으로의 새 단장에 발맞춰,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자연과 전통사찰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적극 협조할 예정이며, 사찰 곳곳에 식수대나 화장실과 같은 관련 편의시설을 증축할 예정이다”라고 말하는 대정 스님은, “이를 통해 진주를 대표하는 생태문화공간으로 두방사가 역할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또한 불교에 대한 믿음 여부를 떠나, 두방사를 스쳐가는 모든 이들이 그 인연법에 의해 불심의 씨앗을 얻어가길 희망한다”라고 강조한다.
“돌이 그 곳에 있기에, 내가 이곳에 있다”라고 말하는 대정 스님은 “‘돌’로 인해 ‘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음을 깨닫고, 항상 돌과 나를 대등한 가치로 두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곧, 관계를 의미한다. 모든 ‘타(他)’의 존재를 통해서야 나 자신을 알 수 있듯, 내가 아닌 다른 것은 구분과 갈등, 차이의 대상이 아니라 동등하고 대등한 가치의 존재란 가르침이다.
대정 스님은 또한 “불교에서 인과법과 8만4천 법문을 능가할 이론은 더 이상 탄생하기 어렵다. 즉 이제는 그 이론을 실현해 내기 위해 실천해야 함을 시사한다”라고 말하며, 더불어 “속세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대부분의 사회적 규율은 정해져 있다. 그 규율의 범위 내에서 선을 실천하는 행동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인다.
두방사는 음력 초하루 화엄신중기도와 관음재일 관음법회를 열고 있다. 또한 월광보살의 가피가 충만한 칠성기도도량으로, 누구나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통해 월아산 사계의 정취를 느끼며 밤에는 월아산 자락에 떠오르는 달님(월광보살)을 보며 소원을 빌고, 부처님의 깨달음 한 ‘조각’ 얻어가는 공간이길 바란다는 대정 스님, 스님의 원력 속에서 진주의 천년 고찰 두방사가 옛 명성과 전통을 중흥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