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투자 대체할 새로운 공공개발방식 '서울형 위탁개발' 첫 선

[시사매거진] 서울시가 시 전체 면적의 약 15%에 달하지만 그동안 단순 유지와 보존 위주의 관리로 잠자고 있던 시유지(총 6만여 필지, 약 89㎢)에 대한 본격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활용 가치가 높은 시유지를 시가 선별해 청년창업지원센터, 국공립 어린이집, 임대주택, 외국인 지원시설 같은 다양한 공공시설을 늘려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때 캠코, LH, SH 같은 공적기관이 사업자로 참여해 주거·업무·상업 같은 임대수익시설을 함께 건립하는 복합개발로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담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위탁개발사업' 방식이다. 또, 지역주민들이 꼭 필요로 했던 문화센터나 공연장 같은 주민편의시설을 같이 건립할 수도 있다.
공유재산에 대한 위탁개발사업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용지를 공적기관에 위탁하고, 이 기관은 수탁기관이 되어 공공용지를 개발하고 장기간에 걸쳐 임대수익을 회수해 조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지자체는 초기 예산부담 없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공공시설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수탁기관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3개사가 있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시유지에 대한 위탁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히고, 서울만의 특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서울형 위탁개발사업' 4대 방안을 발표했다. 중앙정부와 타 지자체의 위탁개발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기존 위탁개발의 장점은 취하면서도 리스크는 최소화하기 위한 기본 방향이다.
시는 작년 한 해 동안 (재)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관련 법·제도 및 개발사례 검토를 통해 기존 위탁개발사업이 과도하게 수탁기관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취약점을 확인하고, 주요 개선사항을 도출했다.
주요 개선사항으로는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으로 수탁기관에 지나치게 의존 ▲수탁기관 선정 시 능력 및 실적위주 평가로 충실한 계획 유도 미흡 ▲수탁기관의 사업 책임 부재 및 지자체 편중 ▲복잡하고 반복적인 행정절차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검증이 미흡한 사항 등이다.
서울시는 공공서비스가 세분화, 특화되면서 시설에 대한 수요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건축사업에 투입되는 시 예산은 한정돼 있는 만큼, 그동안 보존·유지 위주로 관리됐던 시유지 개발을 통해 큰 재정부담 없이 꼭 필요한 공공시설을 확충해나가기 위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시설과 수익시설을 함께 개발함으로써 재정부담 때문에 개발이 지연되는 사례를 막고,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을 함께 지음으로써 주민 반대나 낮은 관심도로 동력을 잃은 사업 추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형 위탁개발사업' 4대 방안은 ①위탁개발사업 전문(전담)부서 지정을 통한 전문성 강화 ②수탁기관간 공정한 경쟁을 통한 사업계획 완성도 향상 ③대행사업에서 공동개발사업 개념으로 패러다임 전환 ④사업추진절차 개선으로 리스크 최소화다.
첫째, 앞으로 시유지에 공공시설을 개발할 때는 도시·개발사업 전문조직인 '도시재생본부'가 전담해 개발의 전문성을 높인다. 복지시설은 복지관련 부서, 문화시설은 문화관련 부서 등 각 사업별로 관리부서에서 제각각 개발하던 기존 방식을 개선한 것이다.
장기 로드맵도 마련했다. 6만여 필지(89㎢)에 달하는 시유지를 전수조사해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 남부도로사업소 부지, 서울혁신파크 등 활용 가능한 후보 42개소(20만㎡)를 발굴했으며, 향후 후보지들을 대상으로 우선순위, 활용구상에 맞춰 순차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후보지로는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마포대교∼원효대교)를 문화·관광 수변거점공간으로 조성하는 '한강 여의마루, 여의정' (40,800㎡) 사업과 남부도로사업소 부지(7,970㎡), 서울혁신파크(15,200㎡), 난곡사거리 일대 시유지 2개소(16,440㎡) 등이다.
둘째, 수탁기관 선정 평가기준을 당초 '과거 실적' 위주에서 '사업계획' 중심으로 전환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한다. 현재 위탁개발 실적이 있는 수탁기관은 1개사(캠코)뿐이어서 실적 위주 평가시 다른 수탁기관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시는 설명했다.
선정기준에 사업계획의 비중을 늘리는 대신, 기본계획 수준의 수준 높은 사업제안서를 제출하도록 해 사업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개발규모의 적정성 및 사업성 분석, 주변 시장환경에 따른 미래예측,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한 구체적 대안 등을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공모기간도 기존 평균 1개월 내외에서 6개월까지 연장한다.
셋째, 위탁개발사업을 지자체의 '대행사업' 개념에서 지자체와 수탁기관의 '공동개발사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공동개발사업자로서 수익과 위험을 분담한다.
수탁기관이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공모단계부터 공동책임사업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사업제안서 평가시엔 리스크 저감·분담 방안을 구체적으로 넣도록 할 예정이다.
넷째, 수탁기관과 계약 전 검증단계를 신설해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수탁기관 선정과 동시에 계약이 이뤄지던 관행을 없애고 3단계 검증작업(▲수탁기관 선정 ▲사업계획 수립 ▲사업계획서 확정)을 통해 사업성을 꼼꼼히 평가 후 계약한다. 검증은 외부 전문가 그룹이 담당한다.
▲기존 위탁개발사업이 지자체가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새로 사업안(수탁기관)을 공모하고 수탁기관 선정과 동시에 구체적인 검증과정 없이 계약을 체결한다면, ▲서울형 위탁개발사업은 시와 수탁기관이 함께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전문가 검증을 거친 후 사업계획이 확정되면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기본방향 아래 추진 중인 서울시 1호 위탁개발사업은 강서구 등촌동 '어울림플라자'다. 옛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지(6,683㎡)에 최고 8층짜리 오피스 빌딩과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지원시설 등 총 2개 동(연면적 약 18,000㎡)과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조성된다. 시는 작년 8월 SH공사를 수탁기관으로 선정했으며, 2018년 착공, 2020년 준공이 목표다.
중앙정부가 소유한 국유지나 자치구가 소유한 구유지를 위탁개발한 경우는 있었지만 서울시 소유 공공용지를 위탁개발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기본계획안에 대한 시 투자심사를 완료하고 중앙투자심사를 준비 중에 있다. 시는 향후 공유재산심의와 시의회 의결을 거쳐 사업계획이 최종 확정되면 SH공사와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또, 시는 지난 2월 '한강 4대 핵심사업 추진계획'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문화/편의시설인 ‘여의정’과 ‘여의마루’ 등 시설을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전문운영 기법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위탁개발방식으로 추진 중에 있다. 기본계획 수립이 완료되는 올 상반기 중 수탁자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사업절차별로(사업제안서 작성∼수탁기관 심사 평가∼계약서 작성 등) 진행기준을 담은 '서울형 위탁개발사업 추진 매뉴얼 1.0'을 구축했으며, '어울림플라자'와 '한강 4대 핵심사업' 등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해, 올 하반기 중으로 보완된 매뉴얼을 책자로 제작, 각 사업부서에 배포할 예정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공공서비스가 세분화, 특화되면서 필요한 공공시설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시 재정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시유지 위탁개발사업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 방식이 모든 사업의 정답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필요한 곳에 선택적으로 적용한다면 좋은 사업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1호 사업을 시작으로 향후 나타나는 개선점들을 보완해나가면서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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