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정병국 장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최정심 원장)이 주관하는 ‘문화역서울 284’ 개관식이 지난 8월9일(화) 오후 4시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김재윤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 서울역사에서 성대하게 개최됐다.
‘문화역서울 284’ 개관식 개최
이날 행사는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매우 큰 근현대사 대표 건축물 ‘구 서울역’의 복원이라는 의미에 발맞춰 구 서울역사 복원 자문위원인 안창모 교수(경기대학교)의 복원 공사 완료 경과보고와 정재정 동북아 역사재단 이사장의 축사 등을 시작으로 문화․역사학계 전문가가 대거 참여한 뜻 깊은 행사로 진행됐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치사를 통해 “구 서울역사의 역사적 가치 회복과 동시에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재탄생은 대한민국 문화의 세계화에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라며 “앞으로 국민들에게 풍요로운 문화생활 제공과 더불어 우리 문화가 세계로 나아가는 관문의 역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진 순서에서는 기존의 개관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테이프커팅이 아니라 10명의 내빈이 동작감지기를 가지고 직접 영상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이색적인 테이프커팅 퍼포먼스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이후 성기완 작가의 ‘서울역을 위한 사운드 퍼포먼스 : 세 겹의 현재’와 안은미 외 9인의 무용수가 펼치는 ‘가슴 걸레: 메이드 인 서울역’ 등의 축하 퍼포먼스와 함께 ‘문화역서울 284’ 곳곳에 전시된 작가 24인의 작품에 대한 귀빈(VIP) 투어링이 이어졌다.
특히 투어링 경로 가운데 복원 전시실은 복원 공사 시 수집한 건축 부자재와 1925년 준공 당시의 구 서울역사 원형 구조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많은 내빈들의 눈길을 끌었다.
2004년 KTX 고속철도의 역사화 함께 개통된 KTX신역사의 완성으로 ‘구 서울역사’는 철도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다. 건물의 상당 부분이 비워진 채 여러 해가 지나면서 문화재인 구 서울역의 황폐화 심화, 역사주의 양식건축물의 가치가 훼손(구 서울역 앞 광장 노숙인 점유하는 결과 야기 등)되었다. 이에 피폐해진 구 서울역의 문화재로서의 가치 복원 및 문화공간화 프로젝트 등 새로운 위상 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구 서울역의 발자취
1900년 7월 5일 한강에 첫 다리인 한강철교가 개통되면서 서울의 서대문과 개항장인 인천의 제물포를 연결하는 경인철도가 개통, 이 때 세워진 남대문역이 오늘날 서울역의 시작이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남대문역의 성장세가 두드러졌고, 용산역에서 분기되던 경의선이 남대문역으로 노선이 변경되었으며 1919년 서대문역이 폐지되고, 1923년에 남대문역의 이름이 경성역으로 바뀌면서 서울역은 명실상부한 서울의 관문으로 부각되었다.
현재의 서울역은 식민지 조선의 철도가 일본의 국책회사인 만주철도주식회사에 위탁 경영되던 시절에 설계되고 시공되었지만, 1925년 건물이 준공될 당시 만주철도주식회사에 위탁되었던 철도경영권은 조선총독부에 환수되었다.
6.25전쟁의 아픔을 딛고, 경제개발을 견인하던 서울역은 1974년에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전국적인 교통망인 철도와 서울의 대중교통의 총아로 등장한 지하철의 만남은 서울역의 중심성을 더욱 강화하였다.
그러나 1970년대에 본격화된 강남개발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건설한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인해 서울역의 역할은 빠르게 축소되었으며 1990년대 마이카 시대는 철도의 위상을 더욱 약화시켰다. 2004년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서울역이 새롭게 부활하면서 교통의 허브로서의 기능을 회복하였기만, 오히려 구 서울역사는 기차역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다.
우리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역사의 현장
개항장인 인천과 서울을 연결하며, 서구 근대문물의 수입루트였던 서울역은 한국의 근대를 열었으며, 민족의 수난의 상징이자 6.25의 고난을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일궈낸 한국 근현대사의 현장이다. 이제 2004년 KTX개통과 공항철도의 개통으로 역사도시의 관문에서 세계도시의 관문이자 역사문화의 중심공간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서울역은 물론 만초천과 함께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다.
식민지배의 중심공간이자 일제강점기 식민지자본주의의 그림자였던 서울역은 동시에, 식민지 근대문화의 중심공간이기도 했다. 이상의 ‘날개’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그리고 해방후 영화 ‘마부’에 등장하는 서울역은 민족사의 현장이 우리와 함께 하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해방 후 경제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이촌향도로 상징되는 무작정 상경시대에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에 첫 발을 내딛었던 서울역광장은 고단하던 시절 작은 성공을 안고 고향을 향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애환과 꿈이 담긴 장소였다.
80여 년의 우리의 삶의 기억을 담아내다
물리적으로는 1925년 준공 당시의 모습을 복원의 기준으로 삼되, 내용적으로는 서울역사 준공이후 서울역과 함께한 지난 80여 년의 우리의 삶의 기억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를 위해 1925년 준공 당시 사진자료에 기초한 물리적인 복원과 구 서울역사와 함께한 우리의 삶의 기억을 담아내고자 했다.
서울역의 활용계획에 대한 다양한 제안이 이루어졌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할 기본 원칙은 서울역이 기차역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과 역사적 가치와 함께 건축적 가치를 온전하게 보존하며 그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토록 하는 것이었다.
나아가 역사도시에서 세계도시의 관문으로 성장할 서울역의 잠재적 가치를 문화공간화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 서울역이 수용할 문화예술 장르는 서양의 전통적인 문화예술장르보다 첨단산업과 문화적 역량이 결합된 현대문화예술 장르를 포용하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서울역의 역사적 건축적 가치와 현대 문화예술 장르가 공존하는 새로운 모델의 제시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구 서울역사의 복원과 문화공간화의 의미를 담은 스테인드 글라스 천장화로 채워지는 중앙홀은 서울역이 지향하는 복원과 문화공간화의 가치를 ‘비움으로써 담아내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풍요로운 복원 여행
올해 4월부터 5년간 위탁운영을 맡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최정심 원장)은 내년 3월 그랜드 오프닝을 앞두고 6개월간 전시, 인디밴드들의 공연, 복원․도시․시간이라는 주제로 구성된 영화, 건축과 디자인 전문가들의 강연 등 총 60여 개의 건축 원형 복원을 기념하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문화역서울 284’를 대한민국 대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시킨다는 계획이다.
개관 프로젝트 ‘카운트다운(Countdown)’은 김성원(국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의 총감독 아래 이불, 김수자, 박찬경 등 총 35명의 국내 최고 현대예술작가의 작품이 ‘문화역서울 284’ 공간 전체를 점진적으로 채워나가는 것이어서 시간이 흐를수록 관람객에게 풍요로운 복원 여행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복원 장소에 예술프로젝트들이 6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추가되면서 서서히 변모하는 구 서울역사는 관람객들에게 보다 풍요롭고 매력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카운트다운은 또한 서울스퀘어 미디어센터와의 공동프로그램, 프랑스대사관과의 협력 프로젝트 Souvenirs From Earth, 인디밴드 공연, 영화 프로그램, 건축디자인 렉처를 초청하며, 카운트다운 참여 작가들의 아티스트 토크도 함께 운영한다.
카운트다운 프로젝트는 2011년 8월9일 구 서울역사의 원형복원 개관과 2012년 3월 문화역서울 284의 공식출범의 사이에 존재하는 시․공간을 활성화하는 예술프로젝트로 3년 동안의 복원공사를 마치고 1925년 준공 당시 모습으로 되돌아간 구 서울역사가 어떻게 21세기를 향한 문화생산의 발원지로 재탄생 할 수 있는가를 질문하며, 문화재와 현대문화의 생산적 공존을 모색하는데 의의가 있다.
‘카운트다운(Countdown)’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펼쳐지며, 주말에는 오후 9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또한 9월30일까지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며 이후에는 유료로 전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