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항공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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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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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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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조종사 파업, 남은것은 경제손실
한달여 장기 파업 관련 피해액 4,241억 추정
발문: 말많고 탈 많았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이 그 끝을 보이고 있다. 장기 파업을 벌였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긴급조정권 발동에 따라 업무에 복귀했지만 당분간 임무투입 전 교육을 받고 운항 정상화 할 예정이다. 국내 항공업계 최장 기록인 25일간 파업을 벌였던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이 개인별 일정에 따라 업무현장에 속속 복귀하고 있다. 항간에 귀족노조의 배부른 소리라는 비난을 받으며 극한의 대치까지 치달았던 조종사 파업이 정부의 긴급조정으로 일단락 되었다. 그러나 조종사 파업이 남긴 여파는 만만치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이번 파업으로 인한 영향과 경제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 보도록 한다.

장기파업이 가져온 후유증
25일간 계속된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사태는 10일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막을 내렸지만 국내 최장기 항공파업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노사와 국민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
법외(法外) 노조에서 지난해 11월 대법원 판결로 실체를 인정받은 조종사노조와 사측은 사실상 첫 합법 협상에서 실패한 채 정부개입으로 사태를 매듭짓게 됐지만 파업과정에서 증폭된 직원간 갈등 등 후유증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파업으로 아시아나는 24일(7.17∼8.9) 동안 국제선과 국내선ㆍ화물 노선에서 2천328편이 결항됐다. 이로 인한 피해(매출손실+기타 비용)는 아시아나가 2천270억원이며 화물운송ㆍ관광업체 등 관련업계 피해 1천734억원을 합하면 4400억원(회사 집계)으로 추산된다.
노동부는 아시아나의 매출손실 1649억원, 수출업계 피해 778억원, 관광업계 손실 806억원 등 3천233억원으로 추산했다. 대체 항공편을 구하거나 일정을 바꾸는 등 피해를 본 여행객은 51만명이며 수송 차질이 빚어진 화물은 4만2천t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간 확보된 해외 화물거래선의 이탈과 국제 환적화물량의 감소도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과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하락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가 1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손실도 엄청나다. 파업이 25일이나 계속돼 아시아나 조종사 파업은 국내 항공사 최장기 파업(종전 6일)이란 반갑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이번 파업 이전까지 국내 항공업계 파업은 1999년 12월 아시아나항공ㆍ공항서비스노조의 첫 파업 이후 아시아나 4차례, 대한항공 4차례 등 총 8차례 발생했지만 대부분 며칠만에 종료됐다.
해외의 경우 미주나 유럽 일부 항공사 이외에는 파업이 흔치 않은데다 그나마 2000년 이후 장기 파업을 벌인 항공사가 거의 없어 이번 파업은 국제적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파업규모는 4,241억 추정
25일간 지속된 조종사 파업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순이익 총액과 맞먹는 규모인 2,400억여원을 고스란히 날린 것으로 집계 됐다. 또 화물운송과 관광 등 관련업계 피해액까지 감안한 피해 규모는 4,241억원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번 조종사파업에 따른 직접피해는 여객부문 1,386억원, 화물부문 1,014억원 등 모두 2,4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기록한 순이익이 2,68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번 파업사태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을 모두 잃어버린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장기파업으로 인해 회사는 물론 국민경제에까지 손실을 입히게 돼 안타깝다”며 “조종사 노조는 하루 속히 현업에 복귀해 회사업무가 정상화되고, 항공여객들의 불편이 해소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매출손실과 별개로 이번파업은 유무형으로 또한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여파를 남긴 것이 사실이다.
수출업체의 화물 운송 차질과 이로 인한 신인도 하락 등을 고려하면 유·무형의 피해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선과 국내선, 화물 노선을 합쳐 2,328편이 무더기 결항 사태를 빚었고, 국내선의 경우 제주 노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편이 취소되면서 국내선 내륙 항공편 결항만 2,037편에 달했다.
파업 기간 대체 항공편을 이용하거나 일정을 변경한 여행객은 무려 51만명. 수송 차질을 빚은 화물도 4만2,000t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출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항공의 점유율이 높은 동남아 지역과 증편이 까다로운 유럽·미주 지역 수출업체가 막대한 수출 차질을 빚었다. 이밖에도 이번 파업으로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 항공의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국내 수출입 물동향의 31%를 차지하는 인천공항의 국제경쟁력 약화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피해금액 논란 제기
그러나 이러한 파업손실액에 대한 집계가 회사와 정부, 시장전문가들의 집계가 모두 제각각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회사측의 손실금액 예상치는 시장전문가들의 집계치와 비교해 두배이상 차이가 나면서 회사측이 피해금액을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7월 17일부터 8월 11일까지 파업으로 인한 매출손실은 2,53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기간동안 여객 수송은 57만명, 화물은 4만6,000톤의 차질을 빚으면서 각각 1,468억원, 1,062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여기에 관련업계 피해액 1,948억원까지 합치면 26일동안 총 4,478억원의 피해가 있었다는 게 아시아나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건설교통부가 집계한 피해액은 이보다 적다. 건교부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으로 인해 7월 17일부터 8월 10일까지 25일동안 여객 53만명, 화물 2만톤의 운송차질을 빚었다고 밝혔다. 이로인한 매출손실은 아시아나의 직접피해 1,745억원에 업계 피해액 1,656억원을 합쳐 총 3,401억원이다. 건교부가 집계한 기준일은 아시아나 회사측보다 불과 하루 적지만 파업기간중 피해액으로 따져보면 양쪽의 계산은 무려 1,000여억원이 차이가 난다. 화물노선 운송차질규모만 해도 회사는 건교부의 집계치보다 두배이상을 제시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계산한 아시아나 파업 손실액은 회사나 건설교통부의 집계치와 비교하면 더욱 큰 차이를 보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200억원 내외의 손실을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직접적인 아시아나의 매출 타격은 800억~1,0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업손실만 보면 190억~270억원선으로 내다봤다. 또한 아시아나의 영업적인 손실만 보면 175억원 가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선에서는 주로 수익이 낮은 노선이 결항됐고 다수 결항사태를 빚었던 국내선의 경우 제주노선을 제외하고는 탑승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이와관련 회사측은 “매출 손실은 100% 탑승률을 고려해 계산했기 때문에 실제 피해액과 조금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파업기간이 최대 성수기였기 때문에 90% 이상의 탑승률이 보장되는 기간인 만큼 추정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비교해 피해액이 크게 차이나는 것에 대해선 “고객들에게 제공한 쿠폰 등 각종 부대비용을 산정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정상화까지 추가적인 손실에 신뢰도 저하 등의 부정적인 효과를 감안하면 피해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파업이 남긴 것
아시아나 항공 노사는 조종사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협상을 벌였지만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13개 노사 핵심 쟁점사안 가운데 비행시간과 징계 절차 등 주요사안 협상에서 노사가 이견 폭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25일동안 무려 52차례의 지리한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의 주장만 내세웠을 뿐 국가 신용도추락과 국민들의 불편 등 공익적 요소는 염두에 두지 않은 협상으로 끝내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철퇴를 맞은 것.
긴급 조정권이 발동되는 날에도 서로 조금씩 양보했으면 최악의 국면은 모면할 수 있었지만 국민 앞에 설득력 있는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 아집으로 일관해 회사는 물론 노사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아시아나 항공 조종사 파업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일단 봉합됐지만, 노사 양측은 국가적 위상을 실추시킴은 물론 국내 최장기 항공파업이라는 불명예를 남겨놓게 되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아시아나가 파업으로 인해 매출손실 등을 입었지만 이와 별개로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시아나가 파업으로 인해 하루 1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 쉽게 파업을 할 수 없는 환경이 구축된 것을 감안하면 일시적인 영업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불안요인이 축소된 것으로 본다는 것. 또파업기간 동안 주가가 견조한 모습을 보인 것도 향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과 항공수요 증가전망, 노조에 따른 위험요인 축소 등이 반영된 것이라며 국내 항공시장이 과점체제이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는 있지만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번 파업으로 막대한 국민 불편과 재산 피해가 빚어지는 동안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정부도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8월 10일 김대환 장관이 긴급조정권 발동을 경고하면서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기는 했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뒤였다. 조정 능력을 상실한 노동위원회의 역할론과 항공사의 필수 공익사업장 지정 문제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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