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갈등 비화, 한진중공업 사태 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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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갈등 비화, 한진중공업 사태 풀리나
  • 정대근 기자
  • 승인 2011.08.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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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 53만에 귀국

53일 동안의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정리해고 철회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회장은 8월10일 부산시청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경영상의 이유에 의한 인적구조조정은 회상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무조건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는 이야기는 기업과 임직원들이 다 같이 생존을 포기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3년 안에 경영정상화 가능할까
조남호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3년 이내에 경영정상화를 이루도록 최대한 노력해 회사를 떠난 가족들을 다시 모셔오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400명 중 희망퇴직자와 희망퇴직으로 전환하는 직원에 대해 1명당 자녀 2명까지 대학학자금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회 청문회 출석 여부에 대해서도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혀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고공농성에 대해서는 “장기간 올라가 계신 분의 건강이 우려되지만, 한진중공업과 협력업체를 위해 도움이 되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조 회장이 밝힌 “3년 안에 경영정상화를 이룬 뒤 해고노동자를 복직시키겠다” 약속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조 회장은 경영 정상화의 기준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의 영도 조선소는 8만여 평의 좁고 협소한 부지 탓에 세계적인 선박 대형화 추세를 따라갈 수 없다”면서 “정상화는 영도 조선소에 맞는 특수한 선박을 수주해서 특성화하는 것을 말하고, 이미 계획을 세워놓고 노력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한 한진중공업 이재용 사장도 “생산직 조합원 678명이 있지만 현재 일감이 없어 상당기간 휴업이 불가피 하다”면서 “1차적 목표로 조합원들이 정상조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연간 조립량이 약 14~15만 톤 정도 되면 정상화 될 것으로 보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조 회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정리해고 철회가 빠진 발표는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국면전환을 위한 진정성이 없는 발표”라고 평가 절하했다.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5당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 회장이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본질인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변명에 급급하며 상황을 무마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진중공업 노조 측은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김진숙의 투쟁은 계속된다
한편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사장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과 고공면담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측의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200일 넘게 크레인에서 농성 중이다.
한진중공업 측은 7월29일 “이날 오전 이 사장이 선박 도장작업용 고가사다리차를 타고 김 위원이 있는 높이 35m 85호 크레인에 접근, 김 위원과 면담하려 했으나 김 위원이 반대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크레인 농성을 풀어달라"고 김 지도위원에게 요청할 예정이었다. 그는 이에 앞서 7월28일 오전 김 위원과 10여분 동안 전화통화를 한 바 있다. 전화통화에서 이 사장은 “스스로 크레인 농성을 푼다면 회사는 모든 긍정적인 조치를 위할 것”이라며 “정리해고자 94명만 생각할 게 아니라 임직원 1천400여명과 협력업체 직원들도 생각해 이제 그만 크레인에서 내려와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진숙 지도위원은 “노동자에게 살인이나 마찬가지인 정리해고가 다신 없어야 하고 신규 물량 수주를 한 만큼 사측은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한다”며 “정리해고가 철회되면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 호소에 각계 반응 엇갈려
8월10일 있었던 조남호 회장의 기자회견을 두고 부산지역 상공계와 야당ㆍ노동계의 반응이 엇갈렸다. 지역 상공계는 회사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조 회장이 직접 나선 것을 환영했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이번 사태의 본질인 정리해고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부산상공회의소 신정택 회장은 기자회견 직후 “조속한 회사 정상화를 바라는 부산 상공계의 입장에서 조 회장이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선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이번 사태로 한진중공업 노사 모두 큰 상처를 입은 만큼 더 이상의 힘 겨루기식 소모전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박인호 공동의장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로 수많은 지역의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었고, 영도구민을 포함한 부산시민도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제라도 조 회장을 포함한 사측과 노조가 책임 있는 대화를 통해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부산지역 야당과 노동계는 정리해고로 촉발된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기자회견이었다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최인호 부산시당 위원장은 “정리해고 철회라는 핵심 내용이 빠졌다”면서 “경영을 정상화해 회사를 떠났던 직원을 다시 데려오겠다는 것은 책임 있는 답변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김동윤 부산시당 대변인도 “정리해고 문제 해결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해법 없이 대책을 내놓는 것은 당장 곤란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최대 당사자라 할 수 있는 한진중공업 채길용 노조위원장은 “학자금 문제는 희망퇴직자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지만 정리해고 문제는 사측과 논의를 더 해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회 환노위 증인채택 결렬
8월17일로 예정됐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진중공업 청문회가 사실상 연기됐다. 야당은 조남호 회장의 단독 출석을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은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동반 출석을 요구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여야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
한때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조 회장 단독 증인 채택에 잠정 합의해 예정대로 청문회가 성사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이 황 원내대표를 찾아가 “꼭 김 지도위원을 출석시켜야 한다”고 강력 항의해 합의안은 무산됐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황 원내대표가 오전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 지도위원이 없더라도 청문회를 개최하자는 의견이 많았던 점을 반영해 조 회장 단독 증인 채택에 동의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여야는 다시 증인 채택 및 청문회 일정 조율에 나설 예정이나 야5당이 “증인이든 참고인이든 김 지도위원을 부를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문제를 논의하는 조남호 청문회이기에 절대 타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여당이 청문회 출석을 빌미로 김 지도위원을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끌어내리려는 꼼수를 부린다고 풀이했다.
한편 국회의장을 지낸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은 “조 회장은 이 지경까지 사태를 몰고 온 데 대해 사과하고 자진 사퇴하라”면서 “김 지도위원은 청문회장에 가는 것보다 검찰과 경찰의 조사를 받으러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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