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고장을 위해 일한 인물 중에서 지역에서 신망이 두텁고 존경받는 인물들은 지역마다 있게 마련이다. 경기도 화성시가 배출한 대표적 인사 중에는 안병엽 현 피닉스자산운용 회장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는 화성시 출신으로 제6대 전 정통부장관을 거쳐 17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현재는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지금도 재경향우회에 모이면 고향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부터 한다는 피닉스자산운용 안병엽 회장을 ‘화성시 특집’을 통해 ‘자랑스러운 화성인’으로 소개한다.
“내 어릴 적 고향은 바지락 캐던 조용한 농어촌도시” 
안병엽 회장은 화성시가 낳은 대표적인 인사 중 한 명이다. 먼저 그의 프로필을 보자. 경제기획원 예산국장을 거쳐 전 정보통신부장관, 제17대 국회의원, 대학총장, 카이스트 석좌교수 등을 역임한 후 현재는 금융기업 피닉스자산운용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다. 이렇듯 화성시민이 ‘자랑스러운 인물’로 내세울 만한 안 회장이 어릴 때만 해도 화성시는 전형적인 농어촌 도시였다. 특히 70년대에 다른 지역은 산업화로 개발 열기가 뜨거웠지만, 이 지역은 조용한 농어촌 도시로 소외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화성시는 2000년대가 되면서 수도권의 마지막 개발지역으로서 고도성장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인구는 10만 명 내외에서 현재는 50만 명으로 급증했고, 10년 내에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바뀐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서해안 시대를 이끌어가는 중심도시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 회장은 어릴 때 친구들과 함께 갯벌에서 바지락, 낙지 등을 잡고 놀았던 추억이 사라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아쉽다고 소회를 털어놓는다. 안 회장은 유년기 시절의 추억을 묻자 “우리가 살던 시대는 산업이라는 것이 농업이고 8.15해방과 6.25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워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화성시는 비옥한 토지와 서해안 바다와 인접하고 있어 농수산 물자가 풍부하여 의·식·주 문제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안 회장은 또 “일찍 서울로 유학을 왔지만. 그 당시에 학교시설은 시골이나 서울이나 비슷했다”면서 “방학 때만 되면 고향에 와서 고향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던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그때 공부 잘해서 공직자가 되어 국가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막연한 꿈을 꾸었다고 말해 그 꿈을 이룬 주인공이 됐다.
정통부장관 시절 IT강국 도약 발판 만든 주인공
경제기획원 예산국장 등 정통 관료로서 김대중 정권의 신임이 두터웠던 안 회장은 2000년 신설된 정보통신부의 초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정치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안 회장은 특히 장관으로 재직 시 초고속통신 인프라 구축 등 국내 IT 발전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비록 산업화는 일본에 비해 늦었지만 김대중 정권 시절 정보화는 앞장서자는 의지가 강했던 시기다. 안 회장은 “그래서 기능을 보강해서 체신부가 정보통신부로 바꾸어 정보화를 이끌어가는 종합기능을 갖추게 되었다”면서 “제가 초대 정보화 기획실장으로 가서 종합기획, 집행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장관으로 재직 시 IMF 구제금융을 받고 경제가 어려워 국민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던 시절 안 회장은 전 정통부 장관으로서 IT 벤처확대, 초고속망구축, 국민컴퓨터 교육 등으로 우리나라를 인터넷 선도국가로 발전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국민은 사기를 올리고 반면 청년들의 에너지는 충만했던 시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는 벤처기업 육성이다. 1998년 취임 이후 외환위기의 돌파구로 ‘IT 강국 건설’이라는 대전제를 마련한 김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침은 뜨거운 벤처 창업 열기로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 만들어진 벤처, 이른바 ‘DJ 키즈’ 중에는 10년이 지나면서 내로라하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많다. 특히 인터넷과 게임, 반도체 등 아이디어와 기술집약적인 산업에서는 벤처가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DJ키즈의 대표 주자는 역시 포털업체 NHN, 게임산업에서는 엔씨소프트, 제조업 중에서는 휴맥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티맥소프트가 단연 돋보인다. 이들 IT 벤처는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으로 당당히 성장했다.
“화성시, 지역적 특성상 물류도시·휴양관광도시로 발전해야”
안 회장은 전 정보통신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자신이 태어난 화성에서 2004년 5월 열린우리당 지역구 후보로 당선돼 정치인으로서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한다. 국회의원의 직무는 잘 알려졌다시피 행정부를 감시, 견제해 국가발전과 국민의 복지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한 기능이다. 안 회장은 행정부(경제기획원 및 정보통신부)에 근무했던 경험으로 지역발전에 역점을 두고 열심히 일한 일꾼으로 지역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안 회장이 지역구를 떠난 화성시는 현재 뒤늦게 개발 붐이 일어 개발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이 지역구의 국회의원으로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안 회장은 이에 대해 “화성시는 서울의 위성도시로서 국제공항의 관문도시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수도권과 가까운 특성을 살려 제조업보다는 물류도시, 휴양관광도시로서 발전을 하되 첨단연구도시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러기 위해서는 서울과 가장 가깝게 연결하는 대중교통망 설치가 시급하다는 것. 송산그린 시티의 설계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안 회장은 또 “농수산물은 첨단 환경농업으로 특화시켜 고급 농산물을 생산해서 직접 수도권으로 공급해야 한다”라면서 “지금도 재경향우회에서 자주 모여서 지역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만 고향 발전을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 고수익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운용도 중요”
현재 모든 공직을 떠나 지난해 6월 피닉스자산운용회사를 운영하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안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또 한 번의 변신을 맞고 있다. 정치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은 쉽지 않았을 터인데 이유가 궁금해졌다. “변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장관, 국회의원, 대학총장은 공공업무의 성격이 큽니다.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그리고 인재를 양성하는 일은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일입니다. 그래서 도덕성, 공정성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업분야에는 기업이익과 고용 확대 등 사적이익 추구가 중요합니다. 생산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스스로 변신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독 업계 출신 경력자를 선호하는 자산운용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낯선 얼굴로 인식되고 있는 안 회장은 “이 업계에 진출하고 보니 중소형사로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라면서도 “중소형사가 강점을 가진 블루오션, 틈새시장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안 회장은 또 “한국의 자산시장은 주식, 채권, 부동산에 집중돼 있지만, 앞으로 실물상품이나 대체투자 등 다양한 상품이 나올 걸로 본다”며 “피닉스자산운용은 이런 틈새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전략”이라고 밝혔다. 자산운용사는 고객에게 안정적인 최고의 수익을 제공하는 것이 경영목표라는 안 회장은 “고령화 시대에 고수익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운용이 중요하다”면서 “따라서 펀드에 투자하고픈 투자자들은 공격적인 펀드보다는 안전성을 중시하는 대형주 위주의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산을 운용해서 수익을 창출하는데는 무엇보다도 전문적인 인력의 확보가 중요하다는 안 회장은 “이를 위해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만들고 교육훈련에 중점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피닉스자산운용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펀드업무와 M&A 등을 종합적으로 취급하는 자산운용업회사로 현재 업계의 중위권이지만 앞으로 더욱 노력해 상위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