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넘어져야 일어설 수 있다

“30대 초반에 건강 보조식품 신선초로 90억 원대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른 성공이었지요. 그러다 엔젤리스 화장품 사업으로 전환을 모색하다 그야 말로 쫄딱 망했습니다. 그 무렵 중국 열풍이 대단했지요. 대륙에서 다시 일어서리라 다짐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아이큐스포츠를 이끌고 있는 장병수 대표. 그는 ‘제대로 넘어져 본 사람’이다. 중국에서 쇼핑카트 사업에 뛰어 들어 다시 큰돈을 벌었다. 그 성과를 가지고 귀국해 퀵보드 사업에 다시 뛰어 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또 다시 실패. 우리나라에서 레포츠산업은 지속성이 부족한 편이었다. 그로 인해 장 대표의 자산현황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중국으로 다시 건너간 그는 이런저런 몸부림을 쳤지만 재기는 쉽지 않았다.
“땅에서 타는 스키인 트라이스키를 만들었던 현지인 사장을 만난 게 전환점이 됐습니다. 그 분의 도움을 받아 재기를 준비할 수 있었지요. 그때 만든 것이 세발 퀵보드로 알려진 트라이더였는데 이걸로 정말 제대로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장 대표가 이토록 신산스러운 레포츠산업에 매달렸던 이유는 일종의 ‘로망’ 때문이었노라고 고백했다. 사업의 성공을 통해 부를 거머쥐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유난히 짧은 주기로 시장형성이 어려운 국내 레포츠산업을 하나의 트렌드로 키워보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결국 꿈을 이뤘다. 이른바 세기의 발명품이자, 레포츠산업의 광맥으로 불리는 ‘아이큐보드’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이제 시작이지요. 쓰러졌던 나무가 하루아침에 벌떡 일어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쓰러진 나무가 썩어 거름이 되고, 그 위에서 새싹이 돋아난 것입니다. 그리고 꽤 튼실한 줄기와 가지가 뻗어나가고 있는 중이지요.”
즐기면 아이큐(IQ) 쑥쑥 ‘아이큐보드’

“일본에서는 12세 이전에 균형감각운동을 하면 아이큐를 높일 수 있다는 여러 연구논문이 발표 된 후 초등학교 중 98%가 외발자전거를 가르칩니다. 저희가 개발한 아이큐보드는 이러한 연구에서 착안한 것이지요.”
외발자전거나 두 바퀴 보드는 대중적으로 즐기기에는 너무 어렵고 위험한 놀이기구다.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아이큐스포츠는 3년여 연구 끝에 외발자전거보다 뛰어난 균형감각운동을 할 수 있는 네 바퀴 구조로 자발적 전진이 되는 아이큐보드를 만들어 냈다. 이는 네발자전거보다 균형감각운동에 더욱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검증받았다. 또한 순수한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까닭에 원천기술로 국내 특허는 물론 국제특허도 받아냈다. 명실 공히 신기술로 인증 받은 것이다.
“저희 아이큐보드가 가진 잠재력은 실로 무한하다고 자부합니다. 일본 도쿄의대 요시마쓰 준이찌 박사가 연구논문을 통해 ‘열두 살이 되기 전에 아이큐를 높여라’고 강조한 바 있지요. 하지만 외발자전거나 두 바퀴 보드는 적어도 열두 살 이상이 되어야 제대로 탈 수 있습니다. 너무 늦다는 의미지요. 이에 비해 아이큐보드는 네 바퀴 구조로 지탱하기 때문에 네 살부터 충분히 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큐보드를 타며 춤도 출 수 있어요.”
중국대륙은 이미 접수했다

중국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장장 2년 동안 수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그 결과를 유심히 분석했다. 당시 중국에서 생산한 탓에 품질이 그리 좋지 못했음에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혀 광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폭주하기 시작했던 것. 현재는 국내에서 100%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품질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까지 잡아 놓은 상황이다.
“이제 됐구나 싶었습니다. 내 인생을 다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웨이브보드라는 이름을 지금의 아이큐보드로 바꾸고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 피츠버그 국제발명품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세계가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가히 짝퉁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국제특허를 빠른 시간 내에 등록하기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로 알려져 있다. 자국민은 1년이 소요되지만, 외국인은 5년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에도 ㈜아이큐스포츠의 아이큐보드는 불과 10개월여 만에 국제특허를 등록했다.
이제 장 대표의 최종목표는 세계정복이다. 중국시장은 세계로 가는 교두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는 아예 중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직접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레포츠산업을 뛰어넘어

내수용 제품이든, 수출용 제품이든 나사 하나까지 꼼꼼하게 체크하고, 제품의 안전성과 성능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인류의 미래라 불리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9개 주에서는 수업 1시간 전 0교시 체육수업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법안을 시행 중입니다. 이러한 0교시 체육수업 이후 35%의 성적 향상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지요. 과거국가의 힘은 석유와 자본에서 나왔지만, 미래국가의 힘은 오로지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확신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많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겠지요. 그 출발점이 0교시 체육교육 법제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와 함께 아이큐보드가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그는 사람, 특히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얼굴이 붉어지도록 열을 올렸다. 기자는 그 붉은 얼굴에서 애국심을 읽었다. 그 옛날 독립을 외치며 만주 벌판에서 흘렸던 애국지사의 피가 그토록 붉을까 싶었다.
“제게 있어서 삶의 원동력은 사람입니다. 가장 가까이에는 가족이 있고, 또 다른 한편에는 ㈜아이큐스포츠의 임직원들이 있지요. 특히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점이 많습니다. 그간 묵묵히 견뎌준 아내와 아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있을 수 없었겠지요.”
그가 다른 사업주들보다 더욱 임직원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 대표에게 있어서 임직원들은 회사이자, 성공이며, 곧 가족이다. 그는 언젠가 중국에서 삼성의 로고를 보고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했다. 자부심에 흘린 눈물은 곧 다짐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초일류기업이라 불리는 삼성에 못지않은 기업으로 키워 보다 많은 임금과 성과급으로 직원들을 즐겁게 해주어야겠다는 단단한 다짐이었다.
아이큐보드의 진화, 로봇 알포
아이큐보드의 기술력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툰집의 강남규 대표가 장 대표에게 선뜻 손을 내밀었다. 그 인연을 바탕으로 그들은 대단한 일을 하나 꾸미고 있는 중이다. 올해 12월부터 MBC TV에서 방영될 예정인 3D애니메이션 ‘로봇 알포’에 아이큐보드가 등장하게 되는 것. 총 52부작으로 제작된 이번 ‘로봇 알포’를 통해 장 대표와 아이큐보드의 세계정복은 안방에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애니메이션과 레포츠가 결합된 것이 로봇 알포 아이큐보드입니다. 로봇 알포가 타고 다니는 게 바로 아이큐보드죠. 중국의 광동성TV, 중국중앙(CC)TV에서도 내년 3월쯤 방영될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히 TV에 노출시키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 방영에 앞서 올 9월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마케팅 준비에 돌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 7월20일부터 24일까지 코엑스에서 ‘2011 서울캐릭터라이센싱페어’가 열렸다. 이에 알포아이큐보드가 출시됐으며 행사 첫날에는 서울시 주최로 한강 인공섬에서 알포 로봇과 알포아이큐 보드의 시연회가 열리기도 했다.
장 대표의 바람대로 이제 ㈜아이큐스포츠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레저스포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들쑥날쑥하던 국내 레포츠 시장 또한 상당한 수위로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눈부신 성장의 저변에는 장 대표와 아이큐보드만의 저력이 숨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진화다. 꿈과 열정 그리고 희망을 자양분 삼아 끊임없이 거듭나고 자라난다는 것이다.
“단순히 보드를 타는 건 매력이 없죠. 보드를 타며, 한류열풍의 주역인 소녀시대의 춤을 출 수 있는 것. 아이큐보드가 가진 진화의 핵심이자, 차별화된 경쟁력입니다. 베이징올림픽 때 응원 총감독이었던 조수진 씨가 에어로빅으로 중국에서 유명해져 스타급 대우를 받고 있는데, 그분이 아이큐보드와 춤을 결합한 상품을 개발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던 춤이 바로 그것이지요.”
이렇듯 장 대표와 아이큐보드는 끝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는 중이었다. 이는 단순히 명석한 두뇌와 성실함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러 번 쓰러졌다 일어서 본 적이 있는 사람의 농축된 경험과 능력의 발현인 것이다.
세계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아이큐스포츠와 장병수 대표의 모습에서 우직한 뿌리와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쓰러졌으며,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삭고 삭아 스스로가 거름이 되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 지금. 그의 손에는 아이큐보드가 쥐여져 있고, 곧게 선 그의 두 다리는 이제 막 줄기와 가지를 뻗치고 있다. 어쩌면 앞으로 불어닥칠 폭풍우조차 그 나무에게는 양분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무의 뿌리는 땅 아래에서 예전보다 더욱 튼실하고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