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부른 '기수열외'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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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난사 부른 '기수열외' 뭐길래
  • 정대근 기자
  • 승인 2011.07.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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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부적응 병사, 투명인간 취급하는 해병대 악습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의 배경에는 해병대 특유의 왕따 문화인 ‘기수열외’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허술한 총기관리와 관리대상 병사의 대낮음주 등 총체적인 관리부실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고가 발생한 소초의 상급 부대에서는 이전에도 휴대용 암호 해독기 분실사고까지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총체적 군 기강 해이에서 빚어진 것으로 해석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5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사고자 김모 상병이 조사단과의 문답을 통해 사고의 원인에 대해 묻자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더 이상 구타와 왕따, 기수열외가 없어져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김 상병을 누가 왕따시켰는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후임의 이름을 거론하며 “후임들이 선임 대우를 해주 않았다”고 답변했다.

조사는 필문답으로 이뤄졌다. 김 상병이 수류탄 파편에 성대를 다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알려졌다.

기수열외가 뭐길래?

이는 부대원들 사이에서 문제가 있다고 간주된 특정병사가 후임병들에게는 선임 대우를, 선임병들에게는 후임 취급을 받지 못하는 관행으로 전해졌다. 마치 ‘투명인간’으로 군생활을 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후임기수가 선임자에게 반말과 폭행을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인격적 수치와 모독을 크게 느끼게 된다.

합동조사단은 “관심사병인 김 상병이 후임병들로부터 지속적인 기수열외를 당하자 술에 취한 채 동료병사들을 향해 K-2소총을 단발로 조정해 조준 사격하는 등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른 정황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김 상병은 사물함에 군생활의 고충과 신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김 상병은 훈련소에서 실시한 인성검사 결과 불안, 성격장애 등이 확인돼 지난해 9월7일 소속 부대 전입 후 특별 관리대상으로 관리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소초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다혈질이고 불안정한 성격과 임무 부여 때 게으르고 귀찮아하면서 오전 취침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등 이상 징후를 보여왔다”고 나와 있다.

결과적으로 김 상병의 성격 장애에 기수열외로 인한 왕따 피해가 겹쳐 총기사고로 이어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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