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담금질 속에서 보물을 찾아가는 게 인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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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담금질 속에서 보물을 찾아가는 게 인생이죠”
  • 송재호 부장
  • 승인 2011.07.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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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과 방전 동시에 가능한 발전기로 세계를 노린다

철광석이 주원료인 무쇠는 변화무쌍한 금속이다. 대장간의 불길과 장인의 손을 거치고 나면 요긴하고 기발한 물건으로 다시 태어난다. 농부의 손을 수월하게 하는 호미와 쟁기가 되고, 커다란 가마솥이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칼이다. 수많은 담금질과 두드림의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단단하면서도 날카로운 무쇠 명검. 그것의 주원료는 철광석이나 무쇠가 아니다. 세상을 녹일 듯 타오르는 화로의 열기이며, 대장장이의 인내와 장인정신이 담긴 망치질인 것이다.

인생의 담금질이 만들어낸 무쇠칼

㈜청명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진관 대표는 한 자루의 칼을 닮았다. 무엇인가 베어낼 것 같은 날카로움이나 예리함이 느껴져서가 아니다. 짧았던 그와의 인터뷰에서 세월과 역경의 담금질을 이겨낸 흔적을 엿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는 (사)한국식품자동판매기업중앙회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말 못할 고비를 겪은 바 있다. 무쇠를 녹일 듯한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얼음보다도 차가운 좌절과 절망을 수없이 오고갔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무쇠칼을 떠올렸죠. 극한의 열기와 한기 사이를 오가며 담금질 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넋을 놓지 않고 견딜 수 있었던 건 그 담금질이 너무 가혹했기 때문입니다. 그래 이왕이면 더욱 세게 두드려 쳐라.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더욱 단단해진다라며 스스로를 또 다시 담금질하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행복과 절망이라는 두 단어가 가진 간극을 온몸으로 체험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의 ㈜청명산업과 주 대표 스스로를 지탱하고 전진하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뜨거움과 서늘함 사이를 오가며 단단한 희망과 미래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비법을 구사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LPO’라는 세계 최초의 차세대 발전기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주 대표만의 신산스러웠던 경험 덕분이다. 애초에 전기 코드가 없는 자판기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다소 엉뚱한 발상에서 출발한 ㈜청명산업은 충전과 방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차세대 충전시스템을 갖춘 발전기로 진화했다. 기존의 제품들이 충전 중에 전기사용을 전혀 할 수 없다는 점을 짚어 보면 그가 내놓은 기술이 얼마나 진보된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배터리 2개를 사용해 교대로 충전과 방전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한쪽이 저장되는 동안 다른 쪽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지요. 일견 간단해 보이는 이 기술이 탄생하기까지 적지 않은 세월과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주 대표가 개발한 방식에 따르면 배터리 2개를 교대로 사용함으로써 배터리에 들어 있는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고효율을 뛰어넘는 효율성의 극대화에 근접한다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태양광 에너지와 접목한 신개념의 충전 및 방전 시스템까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향후 업계는 물론 전 세계가 친환경 에너지인 전기관련 기기로 재편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주 대표와 ㈜청명산업이 가진 잠재력과 저력은 실로 거대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자동차 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전기자동차 분야를 예로 들자면 별다른 충전과정이 필요 없는 획기적인 전기자동차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지구와 환경을 지키는 신개념의 발전기

“이 시스템을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제가 가진 바람은 아주 단순합니다. 전기를 절약해서 그 깨끗하고 소중한 에너지를 더욱 오랫동안 누리자는 것이지요. 우리의 ELPO는 걸음마 단계의 아이 수준이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세계로 달려 나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주 대표는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언성이 높아졌다. 그것은 마치 자식자랑을 늘어놓는 부모의 목소리였고, 사랑하는 이를 마주한 한 사나이의 표정을 닮아 있었다.
ELPO발전기는 그야말로 주 대표와 ㈜청명산업의 자랑이라 할만 했다. 최첨단 전자시스템 제어기술로 유류나 가스 없이 단 한 번의 충전으로 장시간 전기 사용을 할 수 있는 친환경 발전기의 집합체였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특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1회 충전 시 2시간~2시간30분의 시간에 소요되는 전기요금은 100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를 통해 기존의 유류발전기가 소비하는 약 10,000원의 연료비로 발생시키는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220V 전용 콘센트에 24시간 365일 꽂아 두어도 과충전이나 제품손상이 일어나지 않으며 완충 시 자동으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대기상태에 놓여 제품시스템 및 배터리를 자가 보호하는 기능을 갖춰 더욱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을 모으는 솔라판을 연결하면 외부 전력의 도움 없이 태양 에너지로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
제품 모델과 부하량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정격 부하 시 9~10시간 동안 전기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야외시장이나 포장마차, 가판대 등 야외에서 조명이나 소용량의 전기기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희 제품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친환경성입니다. 화석연료에 의한 대기오염 및 환경훼손이 전혀 없으며, 소음이나 진동 또한 거의 없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발생도 없습니다. 단순히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기가 아니라, 지구와 환경을 지키는 신개념의 기기로 봐도 무방합니다. 또한 가정이나 전원주택, 도서지방 등 전기가 없는 곳에서 널리 사용할 수 있습니다.”
“ELPO발전기는 제 자식과도 같은 녀석입니다. 개발과정에서 겪었던 이런저런 추억들도 많고, 앞으로 거는 기대도 남다르죠.”

그는 가끔 발전기를 통해 밤을 밝히고 있는 전등을 말없이 바라본다고 했다. 어둠을 사르며 환하게 불을 뿜어내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그럴 수 없이 마음이 맑고 흐뭇해진다고 했다. 그가 겪었던 삶의 희로애락과 신산스러움이 응집된 불빛이며, 열기와 한기 사이를 오가며 담금질했던 청춘과 세월의 결과물이기도 한 까닭이다.
“영원히 지속되는 불행이나, 행복은 없습니다. 끊임없는 행복과 불행의 등락 속에서 삶의 참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내게 되지요. 그런 점에서 인생은 길고 복잡한 보물찾기 게임 같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ELPO발전기라는 보물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앞으로 살다보면 더욱 큰 보물을 손에 쥐는 날도 있겠지요.”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더위에 세상 모든 사물이 땀으로 범벅된 오후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본 기자는 그 뜨거운 열기가 은근하게 느껴졌다. 주진관 대표라는 ‘사람보물’을 찾아냈다는 성취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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