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예술혼을 담아 마음으로 빚은 ‘사발’
상태바
조선의 예술혼을 담아 마음으로 빚은 ‘사발’
  • 취재_주형연 기자
  • 승인 2011.06.29 1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자기는 손가락으로 빚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빚는다”

신한균 사기장은 대를 이어오고 있는 통도사 ‘신정희요’에서 우리 전통의 맥이 끊기거나 외면 받아 온 우리 그릇을 기법적·양식적으로 복원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조선사발을 재현한 인물인 신한균의 아버지이신 신정희옹은 평생을 조선 사발의 재현에 몰두하였는데, 이에 신한균 사기장은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이 깃든 우리 전통사발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한균은 1960년 조선의 사발을 재현한 최초의 사기장 신정희 선생의 장남으로 태어나 현재 양산 통도사 옆에서 신정희 요를 운영하며 사기장으로 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자연스레 물레질을 시작한 신한균 사기장은, 따로 도자기에 입문을 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항상 도자기를 빚는 곳은 ‘나의 집’이라고 생각하며 도자기를 빚어왔다.
이후 연세대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뒤 대학의 강단에 서기도 했으나 아버지 신정희옹의 우리 전통도자기에 대한 열정을 깨달게 된 신한균 사기장은, 동생 3형제를 포함하여 모두가 도예의 길로 들어섰으며 1987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릇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신한균 사기장은 1990년 동경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1993년에 한국공예대전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일본 후쿠오카 당진소(唐津燒)전시회에서 ‘오고려(奧高麗)’라는 이름의 도자기를 보면서부터 관심을 가졌던 회령지방의 도자기를 다년간 연구하여 1996년 우리에게는 생소하였던 함경도 회령유약을 최초로 재현해 내는데 성공하였으며,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된 조선사발이 민가의 재기라는 사실을 연구결과로 밝혀 낸 장본인이다.

회령도자기 재현 과정은 2001년 일본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생중계 되었고, KBS ‘한국의 미’, MBC ‘성공시대’ 등 각종 매체를 통해 신한균 사기장의 작품세계가 소개되었으며 매년 세계의 유명화랑으로부터 초대전을 열고 있으며 일본과 국내에서 100여 차례의 개인전과 부친인 신정희 사기장과의 부자(父子)도예전을 열었다.

잊혀져가는 막사발의 진실

“몇백 년 전 탁월한 기술력을 가진 조선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한국의 도자그릇이 일본에서 명품 찻사발로 인정받으며, 많은 그릇이 국보나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한국인들은 우리 조상이 빚은 그 그릇을 아직도 ‘막사발’이라고 부르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하는 신한균 사기장은 “일본인이 ‘막사발’을 자신의 국보나 중요문화재로 삼을 만큼 어리석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제 그 그릇은 막사발이 아니다. 조상의 뛰어난 기술로 빚은 사발을 아무렇게나 만들었고 아무렇게나 쓴다는 의미의 ‘막사발’이라 부르는 것은 매우 창피한 일이다”고 했다.

신한균 사기장은 “이도다완에는 조선 사기장의 혼이 깃들어 있으나 ‘이도’는 일본인의 성(姓)이다.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으로 빚은 그릇에 일본인의 성이 아닌 제 이름을 찾아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조선사발을 재현한 인물인 신한균의 아버지이신 신정희옹은 평생을 조선 사발의 재현에 몰두하며 도예왕국으로서의 한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다고 한다.
경북 문경에서 조선사발을 재현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여 지인들과 조선 사발다운 조선 사발을 빚어내기 위해 정진한 신정희옹은 ‘도자기가 나의 종교’라고 생각하고 평생을 도자기와 조선사발에 매진하였다고 한다. 이에 아버지의 노고와 작업과정을 지켜본 신한균 사기장은 막사발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조선사발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자료 수집을 하였다고 한다.  
신한균 사기장은 더 이상 막사발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길 바라며 일본식 이름 대신 새로운 이름을 제안하며 우리 사발의 미적 가치와 역사를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선사발의 창조적 정신과 장인의 예술혼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

신한균 사기장은 대를 이어오고 있는 통도사 ‘신정희요’에서 우리 전통의 맥이 끊기거나 외면 받아 온 우리 그릇을 기법적·양식적으로 복원하는데 힘을 쏟고 있으며, 특히 도예가로서 저술활동을 많이 하였다.
15세기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 사발의 신비와 사기장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우리 사발 이야기’가 2005년에 발간되었는데, 도자기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으로써는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신한균 사기장의 10여년의 자료수집과 2년의 집필로 역사장편소설 ‘신의 그릇’을 2008년에 발행하여 국내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현재 대하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이다. 황도사발(이도다완)에 얽힌 비밀과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을 담고 있는 소설로 발간하였으며, 2009년에는 우리 사발에 대한 객관적 시선으로 일본 노무라미술관 학예부장이자 일본다도문화학회 회장인 타니 아키라와 함께 ‘사발,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를 공저로 출간했다. 이들 서적은 모두 일본으로 수출되어 번역 출간되었고 독자들의 대단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흙과 물과 불과의 싸움인 도자기가 평생 씨름해야 할 숙제이다”라고 말하는 신한균 사기장은 조선사발의 전통을 지키며 명맥을 잇고자 노력하며 장인의 창조적 정신과 절제의 미, 그리고 여유와 해학을 현대에 표현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선의 예술혼이 담겼다’, ‘전통사발의 아름다움 그 자체다’, ‘풍부한 색과 질감으로 우리 그릇의 맛과 멋을 마음껏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신한균 사기장의 작품들은 인위적인 손길보단 자연미를 살려 그의 인생이 묻어나 더욱 호평을 받고 있다.
“도자기는 손가락으로 빚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빚는다”라고 말씀하신 아버지 신정희옹의 말을 항상 가슴 깊이 새기며 도자기와 동고동락하고 있는 신한균 사기장은 언젠가는 일본에게 빼앗긴 도자 왕국의 자리를 한국이 되찾아올 것이라 확신하며 조선 사발에 대한 강한 자긍심을 드러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