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업계 새로운 마라토너
국내 치킨사업은 과잉을 넘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체인점부터 골목길에 늘어선 동네 치킨 점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틈새시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틈이란 틈은 모조리 채워진 있는 형국이다. 이는 마치 초반의 마라톤 경기를 연상시키듯 각기 국적과 역량이 다른 선수들이 무리지어 달리고 있으며, 어느 정도의 그룹을 형성한 채 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치킨 춘추전국시대’에 또 하나의 브랜드가 나타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 4월 지식경제부와 코트라 공동선정 해외진출 프랜차이즈 10대 업종 중 하나로 선정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은 홈치킨(김일구 대표/www.home-chicken.com)이 그 주인공. 같은 달 서울 강남구 무역전시장에서 개최되는 제4회 서울창업산업박람회에 참가해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도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출발과 동시에 선두그룹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맥도널드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홈치킨을 이끌고 있는 김일구 대표는 마케팅 석 박사 학위를 보유한 서비스마케팅 전문가다. 대학시절부터 건강과 결합된 패스트푸드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가 ‘치킨과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뜻밖에도 2003년을 강타했던 ‘조류독감’ 때문이었다.
“거의 모든 패스트푸드가 정크푸드로 질타를 받던 시절이었는데, 조류독감을 통해 우리 소비자들의 건강 선호도를 확인하게 된 셈이었죠. 이때부터 가족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 중심의 치킨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홈치킨의 모든 메뉴는 닭의 고급부위인 ‘윙(날개)’만을 골라 쓴다. 또한 기름에 튀기지 않아 트랜스 지방 걱정을 없앤 것은 물론 뜨거운 열기로 두 번 굽는 독특한 베이크드 방식으로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조리해 치킨 그대로의 맛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진정한 승부수 띄울 것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드러내는 특성은 명확합니다. 무조건 크다고 해서 유리하다는 것이 아니란 이야기이지요. 특히 외국 진출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자본력 외에 차이점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대기업에서 매스마케팅을 쓴다면 우린 마이크로 경제학으로 대적하면 됩니다. 문화콘텐츠의 싸움에서 뒤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승부수는 있다고 믿습니다.”
내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에서 부대끼기보다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치고 나가겠다는 이야기다. 역시 마케팅 석 박사 학위를 보유한 서비스 마케팅 전문가다운 발상이다. 이런 이유로 김 대표는 한 달에 한 번씩 싱가폴을 방문하고 있다. 국제 비즈니스 도시인 싱가폴에는 입점할 공간조차 쉽게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브랜드의 푸드코트가 빽빽하게 들어 차 있다. 팍팍한 국내시장과 다를 게 무엇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그곳이 곧 글로벌 시장의 관문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우리나라의 치킨브랜드는 맛에 있어서만큼은 글로벌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 맛을 외국인들에게 직접 인지시키는 것이 시급하지요. 그 과정에서 핵심 포인트는 글로벌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스탠다드한 맛을 창출 해내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 고유의 문화 콘텐츠, 토속 음식 코드 등이 가미된다면 파괴력은 더욱 폭발적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김 대표가 만들어 놓은 로드맵은 매우 견고해 보였다. 그런데 이는 단순한 로드맵이 아닌 현지 시장에서 상당 부분 검증받은 내용이기도 했다. 몇 년 전 미국의 대규모 육류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가 시장조사 차 우리나라에 와서 홈치킨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마케팅 부장은 홈치킨을 둘러본 후 “맥도널드 시스템보다 심플한데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이 신기하다”며 “가히 천재적이다”고 극찬했을 정도였다. 이날 그는 시식용으로 나온 모든 음식을 전부 먹어치울 정도로 만족해했다는 후문이다.
홈치킨은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을 넘나들며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국내 1위 치킨 브랜드 만들기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국내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iHQ(싸이더스)와 전력적 업무제휴를 맺고 본격적인 스타마케팅을 시작했다. 어쨌든 홈치킨과 김 대표의 구상이 현실화 된다면 국내 경제에 끼칠 파급효과는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를 비롯한 IT산업에 이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새로운 코드를 가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목표는 완주가 아닌 1등이다

“이 사업이 너무 좋습니다.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늘 즐겁고 행복합니다. 아침마다 진행하는 회의가 즐겁고, 새로운 메뉴를 구상하는 일도 즐겁지요.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레드오션으로 분류된 국내 치킨산업의 희망을 글로벌 시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버려진 광산에서 금맥을 찾아낸 김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이야기들이 한 동안 이어졌다. 그가 신나게 미래를 이야기하는 동안 기자의 손놀림도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날의 인터뷰는 고스란히 마라톤 경기의 중계방송을 옮겨 적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본 기자는 이렇게 썼다.
“선두그룹 중간에서 달리던 홈치킨 선수, 앞서 뛰던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기 위해 드디어 전력질주를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