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가 힘든 시간들을 작업으로 견디어온 세월만큼 훌륭한 예술가들이 가지는 많은 직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작품에 녹아들게 한다. 상반상성(相反相成)을 명제로 지난 5월19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안인근 작가의 26번째 개인전에서도 작가의 그것이 그대로 녹아내려 있었다.
상반상성, 서로가 상반되지만 서로를 완성시킨다

“자연과 영원은 통합된 전체로 파악되어야 한다”고 말한 안인근 작가는 지난 1990년부터 명제를 ‘상반상성’으로 쓰며 지식이 아닌 직감으로 자신을 찾아 가고 있다.
안 작가는 강렬한 원색의 바탕위에 오브제를 사용하거나 물감을 흘려 상서롭지 않은 선을 그으며 정(靜)과 동(動), 동과 정이 함께 표현되는 화면을 정리하며 안정됨을 찾으려 했다. 여기에서 표현되는 상반상성은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노자의 논리를 만난 것으로 이해된다. 상반상성은 모순의 논리와도 같은 것이다. 창이 방패를 뚫거나 창을 막는 것과 같이 반대되고 또는 일치하는 것이다. 또 상반은 음양(陰陽)이다. 음양을 가장 적절히 표현하는 양 태극의 형태에서 에로스적 만남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색채와 에로스(Eros), 정제되고 잔잔한 에로스를 느끼다

삶과 에로스, 또는 미술과 에로스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단어이다. 미술 작품 속에서 에로스의 외형이 드러날 때 외설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에게 외형 없이 상상에 맡길 수 있는 작품일 때는 예술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잔인하거나 가학적인 표현이 난무하는 현대 미술속의 에로스에 비해 그의 작품에서는 지극히 정제되고 잔잔한 에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은 인간이 성적대상으로서의 형태로 비춰지기 보다는 추상적인 것과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도기 때문이다.
“기하학적 표현이 화면에 어울리면서 감성에서 이성적으로 되어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는 것으로 볼 때 기하학적 표현이 극도로 통제된 것이고 자제하는 내면으로부터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