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업무능력을 갖춘 여성 엔지니어 양성의 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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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업무능력을 갖춘 여성 엔지니어 양성의 메카
  • 취재_한태윤 기자
  • 승인 2011.06.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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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조치우수대학으로 선정에 기여

2008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800만 표를 득표하고도 석패한 힐러리 클린턴은 “나는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 천장’을 깨지 못했지만 유리 천장에 1,800만 개의 금을 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리 천장(glass ceiling)은 직장 내 승진 등 여성의 사회적 신분 상승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가리키는 말이다. 국내에서도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도 ‘유리 천장’은 높기만 하다. 아직까지 몇몇 직업군에서는 남녀 간의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엔지니어라는 공학 분야는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이러한 흐름을 바꾸려는 노력이 군산대학교 캠프위사업단에서 시작되고 있다.

탄탄한 사업으로 사업단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가

군산대 CaMP-WE(이하 캠프위사업단)는 Creating Multi Playable Women Engineer의 약자로서 공학을 전공하는 여학생의 전공분야 진출 비율을 확대함과 더불어 다양한 현장 업무능력을 갖춘 차세대 여성 엔지니어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캠프위사업단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은 크게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성인지적 공학교육 시스템이다. 이는 성인지적 교과목 개설과 Tutoring 프로그램, 그리고 성인지 교수포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여학생들의 성인지적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교과목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공학전공에 필수적인 과목의 기초학력 및 이해도를 증진시키고 있다.

특히, 성인지 교수포럼은 포럼을 통해 공대 교수들의 성인지적 관점 소양과 교수의 역할에 관한 의견을 공유함으로서 성인지 교수전략의 활용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이다. 포럼은 한 학기에 3~4회 개최되며 공과대학의 각 전공별 1인 이상의 교수들과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타 단과대학 교수 15~20명으로 구성된다. 김동익 단장은 “포럼을 참석하기 전 교수들은 자신은 여학생을 차별한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포럼을 통해 교수들은 자신이 인식하지 못했던 차별을 깨닫고, 여학생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교육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기계, 장비에 대한 숙련도를 향상시키고 현장에서 활용도가 큰 소프트웨어의 활용능력을 배양하는 현장적응능력향상 사업을 주목할 만하다. 이 사업은 다른 학교에서도 벤치마킹함과 동시에 캠프위사업단의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한 산학협력 및 취업촉진 프로그램은 기업환경 및 산업현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고 엔지니어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기업의 의견 및 요구사항을 수렴하면서 취업과 관련된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취업능력을 제고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 세 사업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현재 국내 5개 WIE사업단에 공통적으로 지시한 사업임에 반해, 기본인성개발은 군산대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으로써 알찬 프로그램들로 마련되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는 여성 선배 엔지니어의 경험을 전수해 줌으로써 전공분야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며, 학생들의 학업수행 및 취업준비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동익 단장은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들에게 비전을 심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동기부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선배와 교수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 사업단은 공학계열에서 여학생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그들이 열정을 갖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공학계열에서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가부장적 관습과 기계와 장비를 다루는 일이 여성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아직 난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상은 달라지고 있다. 우선, 학부 공학계열에 진학하는 여학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수적인 약세에 몰렸던 여성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 때 필요한 것은 이들의 질적인 성장을 도울 ‘역할모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산대 캠프위사업단은 이 부분을 철저히 반영하여 여학생들의 비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돕고 있다.

캠프위사업단의 시초이자 모범사례로 손꼽혀

초기에 군산대학교 공학계열 여학생 비율은 약 17%를 차지했다. 공학계열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해 취업률 또한 저조한 상황이었다. 군산대는 이를 분석함과 동시에 보완하기 위해 2006년 ‘여학생 전용 실험실’을 만들었다. 이는 한 그룹에서 한 성의 비율이 30%에 못 미치면 그 성에 대해서는 어떤 배려를 해줘야만 동등하게 성장 가능하다는 전제를 기반 삼은 것이다. ‘여학생 전용 실험실’은 여학생들이 전공 수업에 필요한 기기를 사용하도록 공간을 제공하였다. 여학생들은 팀을 이뤄 실험실에서 현장적응능력을 키워나갔으며, 이는 곧 외부에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캠프위사업단의 발단이 되었다.

캠프위사업단을 통한 여학생들의 변화도 눈에 띈다. 사업단의 ‘학생주도 간담회’ 프로그램은 여학생들이 주제선정에서부터 간담회 참석 대상 등 간담회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해당 간담회 주관 여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기획하도록 하고 있다. 초기에 소극적이며 어색한 모습을 보이던 여학생들은 점차 눈에 띄게 적극적이며 전문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를 기반으로 군산대 공과계열 여학생의 취업률은 높은 두각을 보이고 있다. 과거 50%를 밑돌던 여학생 취업률은 작년 73%를 선보이며 사업단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다. 아울러 군산대 캠프위사업단은 5년 연속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더 나아가 군산대는 사업단의 이러한 활동으로 2010년 ‘양성평등조치우수대학’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다.

여학생 공학교육의 선두주자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제조업에서 국가 경쟁력의 근간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나, 국내 최대의 산업단지를 보유하고 있는 군산지역의 우수 기술 인력의 확보는 경쟁력을 배가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도록 대학은 물론 국가와 지역사회는 다각적 측면의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김동익 단장은 “창의성의 기반으로 다양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관찰하고, 상상하고, 융합하는 과정에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다양성 확보차원에서 여성들이 공학 분야에 참여를 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학 분야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라며 “저희 사업단은 여학생만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서 교육을 선도해나갈 것입니다”라고 뜻을 밝혔다.

아직까지 남성이 주도하는 분야에서 여성이 제 능력을 인정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날로 늘어나고 있고 점차 그 능력과 지위가 인정받아 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2% 부족한 성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군산대 캠프위사업단은 우리 사회의 이러한 2%를 조금씩 채워가며, 사회의 양성평등의 모범이 되고 있다. 앞으로 군산대학교 공과계열 여학생들이 우리사회의 ‘유리천장’을 뚫고 각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로서 우리에게 좋은 소식을 전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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