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 감종수 선생의 작품, 그 소곤거림에 美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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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감종수 선생의 작품, 그 소곤거림에 美치다
  • 취재_박은영 기자
  • 승인 2011.06.0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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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천성을 그대로 닮은, 창조적 도자기를 만들어 내다

   
이따금, 가야문화축제에 가면 항상 사람들에 둘러싸여 차를 마시는 이가 있다. 청음도예 감종수 선생이다. 남들과 다른 독특한 질감과 색체의 작품으로 축제를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사로잡는 청음 선생의 도예 이야기에 매료되어 본다.

흙이 가진 시간과 향 그대로 간직

청음선생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덧 손으로 만지게 되고 만지게 되면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만다. 자연 그대로의 흙을 만지듯, 손끝에 닿는 그 촉촉하고 따스하면서도 투박한 느낌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으로 다가온다.
“흙의 질감을 그대로 살려, 자연의 천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청음 선생은 본래 깨끗한 곡선과 티 하나 없는 유면의 ‘백자’를 전공했다. 차(茶)를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차의 분위기를 살리고 돋울 수 있는 소소한 다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흙을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자연과 동화된 도예작품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청음 선생이 자연을 도예에 담게 된 무엇보다 결정적 계기는, 2002년 8월 김해지역의 대규모 수해이다. “이를 통해 그간 이뤄 놓은 모든 것을 잃었다. 그때 곁에 남아 있던 것은 부식 단계에 들어간 사토질이 강한 한림흙 뿐이었고, 흙을 마주하고, 만지고, 교감하면서 자연의 멋스러움에 다시금 매료되어, 본격적으로 자연의 색을 담아내게 되었다.”

청음도예 공방이 있는 용머리 마을에서 적취한 부식단계의 암석인 한림흙을 기계에 넣고 적절한 입자로 갈아 작품을 만들고 있는 청음 선생의 작품은 모두 자연 그대로의 발색이다. 흙이 가진 성질을 알고, 이를 활용해 자연 그대로의 색과 멋을 표현해 내는 것이다. 특히 사토질이 강해 품어져 나오는 찻잔은 잔 속 차의 온기와 수분을 머금고 있어, 그 따뜻하고 촉촉한 감각은 우리 촉감을 황홀하게 한다. 
전국 각지에서 수소문으로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청음도예에는 항상 최고급 차가 준비되어 있다. 그 흔한 홈페이지 하나 없는 것 또한 “도자기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서 감각적 교감과 감동이 있어야한다”는 청음선생의 고집이다.           

창조적 아이디어로, 도자기의 새로운 멋을 자아내다

   

도예가 갖는 전통적 틀과 기존의 상식을 깨고 싶다면 청음공예를 찾길 권한다. 현대적 미학과 전통의 멋이 조화된 청음 선생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도자기가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구나’하는 경외감마저 든다.
10여 년 전부터 독자적 연구를 통해 터득한 도판을 만들어내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청음 선생은 이중섭 화백과 박숙원 화백과 유사한 색체의 그림을 표면의 질감과 색감까지 살려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도판이 청음 선생의 주 작품세계라고 한다면, 다기와 다식을 넣은 함, 막사발, 항아리, 수저 등 실용성을 강조한 다양한 기물(器物)과 인테리어 소품은 선생의 새로운 창조적 공간이다. 사실상 평면과 곡선의 표현이 자유자재로 가능하기 때문에 실생활 모든 소품의 제작이 가능하다. 여기에 실크유약이나 말림유약 등을 활용해 재미와 멋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최근 청음 선생의 기물 중 가장 마음에 닿는 것이 ‘고드름 잔’이다. 처마에 고드름이 달려있는 느낌을 모티브로 제작했다는 이 다기는 흙 고유의 색 위에 유약이 고드름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있다. 볼수록, 그리고 만질수록 서정적인 이 잔을 혹자는 ‘눈물 잔’이라고도 이름 붙였다.
“이야기가 없는 작품은 죽은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욕구를 자아내는 것이 내가 원하는 도예의 세계이다”라고 말하는 청음 선생의 말처럼 하얀 눈 위 발자국을 연상하게끔 하기도 하는 찻잔에서부터 금과 은을 도자기에 결합해 구워낸 다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과 그 작품이 가진 고유의 이야기에, 눈과 손과 귀가 즐겁다.

마주한 흙의 속성과 자연의 미학을 가장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해 나가는 청음선생. 앞으로 집안의 모든 소품에서부터 가옥과 교량에 이르기까지 도자기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 청음선생의 열정과 창조적 생각들이 한국 도자기의 새로운 멋을 만들어가는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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