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건강하게 살다 가는 것,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바람은 더욱 간절해진다. 하지만 누구나 건강할 수는 없다. 건강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적들에게 노출되어 서서히 무너져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강만큼은 자신 할 수 없는 것. 지나치게 건강을 챙기는 것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간과해서도 안되는 게 바로 건강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지나치면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 지나침에 중독되어가는 우리 몸, 수명까지 단축시키는 치명적인 중독에서 벗어나자.
중독의 덫 1 ‘카페인’
세계인의 하루 커피 소비량은 25억 잔. 물 다음으로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 커피는 적당히 잘만 섭취하면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이는 커피의 성분인 카페인 때문. 카페인은 예로부터 잠을 쫓을 때, 혈압이 낮을 때, 신체의 기능을 향상시킬 때, 진통제의 보조제로 카페인이 널리 쓰였다. 적당히 섭취하면 중추신경 자극제로 기초에너지 대사량을 늘려주고 인지능력과 기분이 좋아져 업무능률이 향상된다. 그러나 과하게 섭취하면 자극과민 불안, 수면 장애, 두통, 얼굴 상기, 구역이나 설사 등의 위장관 자극 증상, 가슴 두근거림, 부정맥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하루 10g 이상(커피 100~120잔) 섭취 시에는 간질발작, 호흡곤란, 심지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식약청이 제시하는 하루 카페인 섭취기준은 성인은 400mg 이하, 임산부는 300mg 이하, 어린이는 체중 1kg당 2.5mg 이하다. 전문가들은 하루 200~300㎎(커피 2~3잔) 정도를 적정 카페인 섭취량으로 꼽는다. 그 이상을 섭취할 경우 카페인 중독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
카페인은 위장이나 소장에서 흡수되고 섭취 후 45분이면 온몸으로 퍼진다. 예를 들어 100이라는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 50이 배출되기까지 4.9시간이 걸리고 임신 중이라면 9~11시간, 간에 이상이 있는 환자는 무려 9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때문에 임신 가능성이 있거나 임산부라면 카페인 섭취를 하루 200㎎(커피 1잔)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기형을 유발하는 물질의 작용을 강화하고 불임, 자연유산, 저체중아 출산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페인은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를 비롯해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던 식품 안에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두통약(30㎎), 종합감기약(10~15㎎), 자양강장제(30㎎) 같은 약은 물론 커피맛 우유·커피맛 요구르트(36㎎), 커피맛 케이크(36㎎), 커피맛 껌(32㎎)은 물론 초콜릿, 탄산음료, 코코아, 스포츠음료 등에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때문에 평소 과하게 카페인을 섭취하고 있다면 하루 음식물 속 카페인의 양을 확인하고 먹도록 해야 한다.
중독의 덫 2 ‘나트륨’
인류 최초의 조미료 ‘소금’은 작은 금이라고 불릴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전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인의 사망원인 1,2,3위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소금이다. WHO의 1일 소금 섭취 권장량은 5g. 미국 농무부도 식생활지침(DGA)을 발표하고 하루 최대 나트륨 섭취량을 2,300㎎에서 1,500㎎으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소금 과다 섭취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인들의 1일 소금 섭취량은 15~20g일 정도로 WHO의 권장량보다도 3~4배가량 높다. 미국인 8.6g, 영국 9g, 일본 10.7g으로 한국인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소금을 많이 먹는 축에 속한다.
한식은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간을 중요시 한다. 대체로 한국인들은 짭짭하고 얼큰한 국물음식을 유난히 좋아한다. 하지만 자극적인 유혹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사실. 짜게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위암, 뇌졸중, 고혈압의 원인이 되고 각종 질병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섭취량이 지난 1998년 4,500㎎에서 2001년 4,900㎎, 2005년 5,200㎎으로 늘어났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 고혈압 환자 수가 증가했다. 2004년 373만 명에서 2008년 517만 명으로 늘어났다. 30세 이상 고혈압 환자 비율은 27.9%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으며 60대는 평균 50%를 넘는다. 나트륨은 삼투압 작용으로 혈액의 양이 증가하고 혈관의 압력을 높여 고혈압,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기 쉽다.
음식물 속에 소금 농도가 높으면 위를 보호하는 보호막이 파괴되고 염증이 생기며 광범위하게 위가 헐어 암이 생기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또 과도하게 나트륨을 섭취하면 콩팥의 기능이 나빠져서 소변에 단백질과 칼슘이 빠져나와 골다공증, 요로결석 같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중독의 덫 3 ‘운동 중독’
운동은 인체의 반복 행위인 만큼 노동처럼 고통과 지루함을 수반한다. 그런데도 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일까. 연구결과 마라톤, 보디빌딩, 배드민턴, 축구 등 생활체육 동호인의 70%정도가 운동중독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엔 몇 가지 생리적 배경이 있다.
첫째, 격렬한 운동 후에는 긴장과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우울증이나 자신감이 낮은 사람에게 이런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운동의 경우 알코올중독이나 약물중독 등 다른 중독과는 달리 운동 자체를 통해 생활의 활력소를 찾으며 긴장과 우울 증세를 해소하면서 자신감을 찾는다.
둘째,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일명 ‘엑서사이즈 하이’라고도 하는 현상 때문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거의 모두가 운동 중 또는 운동 후에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고 말한다. 마라톤을 30분 이상하면 ‘몸이 붕 뜨는 기분’에 젖어들게 되는데 이는 마치 마약을 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비슷한 의식 상태나 행복감에 비유된다. 이것이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 점점 더 운동에 빠져드는 이유다.
운동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몸을 필요 이상으로 혹사시켜 질병을 야기하고 상태를 악화시킨다는 데 있다. 그래서 중독에 이를 경우 운동이 되려 삶을 지배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운동중독에 빠지면 우선 금단증상을 느끼게 된다. 마치 운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건강해진다는 잘못된 인식에 빠져 운동에 몰두하다가 결국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또 내성 때문에 운동 강도도 더 높아지며 부상이나 다른 이유로 운동을 못하게 되면 분노, 게으름, 우울, 답답함, 죄책감, 불쾌감, 신체활력저하, 신체이완, 식욕증가 등과 같은 금단증상을 겪기도 한다. 나중에는 스스로 운동을 중단하거나 운동량을 줄이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게 된다.
전문의들은 하루나 이틀간 운동을 안 했을 때 심리적으로 불안, 초조, 우울감 등을 느끼거나 일주일 내내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고 느낄 때, 가족이나 대인 관계보다 본인의 운동 스케줄을 우선시 할 때, 가족들이 운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가 있을 때, 또 매일 2시간 이상씩의 등산을 즐기는 경우, 발목·정강이 등에 통증이 있으나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운동을 지속하는 경우에 운동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은 적정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하며, 점진적으로 강도를 늘려나가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가벼운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2∼3개월 계속하면 100% 운동의존증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운동은 1시간 아내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격렬한 운동을 한 다음날에는 휴식을 두거나 운동 강도를 줄이는 것이 좋다. 따라서 운동중독을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스포츠의학 클리닉을 찾아 현재 하는 운동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인지, 강도는 적절한지, 과도한 운동 등으로 신체질환이 발생했는지 등을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독의 덫 3 ‘탄수화물’
최근 들어 비만의 주요한 원인으로 탄수화물 중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만 환자의 75%가 탄수화물에 중독되어 있을 정도. 일명 당중독이라고도 하는 탄수화물 중독은 포도당, 액상 과당 등의 정제 탄수화물이나 흰쌀, 흰 밀가루 등의 도정곡류로 만들어진 음식에 중독된 것을 말하는데 대표적으로 초콜릿, 과자, 빵, 케이크, 피자, 파스타, 라면 등을 들 수 있다. 탄수화물은 생명유지, 일상 활동에 필요한 열량을 공급해주는 필수영양소이지만 불필요한 포만감을 느끼게 해 식습관을 불규칙하게 만들고 과식이나 폭식을 불러오게 되어 건강을 해치기 쉽다.
탄수화물은 쉽게 포만감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위장에서 소화, 흡수되는 시간이 굉장히 짧기 때문에 음식 섭취 후 혈당치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이후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면 혈당치가 빠르게 내려가면서 무기력해지나 예민해지는 등의 저혈당 증상과 함께 허기를 느끼게 되어 또 다시 단 맛의 음식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당뇨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탄수화물로 인한 비만은 내장 비만일 경우가 많다. 내장 비만은 성인병을 유발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당분을 많이 먹으면 우리 몸속은 산성화 된다. 이런 상태를 중화하기 위해 우리 몸은 체내에 저장하고 있던 알칼리성 미네랄을 빼서 사용한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미네랄 중에는 칼슘도 포함되어 있어 뼈가 약해진다.
탄수화물 중독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섬유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섬유질은 탄수화물이 혈당으로 바뀌는 과정을 느리게 해주기 때문에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는 것을 막아준다. 감자 대신에 고구마나 구운 토마토, 흰쌀 대신에 현미, 흰빵 대신에 무가당 곡류빵, 정제당 대신에 인공 감미료나 과당, 쿠키와 케이크 대신에 무설탕 아이스크림이나 무설탕 요구르트를 먹는 것이 좋다. 식사를 조금씩 자주하되 기름을 제거한 고기나 두부, 콩 등 단백질 식품의 비율을 높이는 것도 효과적이다. 조금씩 먹으면 인슐린이 급격히 분비되는 일은 없기 때문에 가짜 배고픔을 차단할 수 있다.
탄수화물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갑자기 양을 줄이는 것보다는 천천히 줄여나가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어떤 탄수화물을 먹느냐 하는 것인데,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곡류와 채소류를 먹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