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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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 절상
  • 글/ 편집국
  • 승인 2005.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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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평가절상 단행, 세계경제 파장 예고
위안화 절상에 관한 서방의 압력과 시장의 온갖 소문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며 버텨온 중국이 지난달 21일 저녁 전격적으로 움직였다. 인민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2%가량의 절상조치와 함께 10여년 이상 운용해온 달러화 페그제도 벗어던졌다. 서방과 시장의 의표를 찌른 것이다.

중국 당국이 지난달 21일 저녁 7시를 기해 전격적으로 위안화 평가 절상 단행을 발표하자 상하이의 한 금융소식통은 일단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하루전만 해도 인민은행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수도 후허하오터(呼和浩特)시에서 열린 전국 분?지점장 좌담회를 통해 “올 하반기에도 환율정책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며 연막을 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에서 위안화 절상을 8월중 단행하지 않을 경우 일종의 보복으로 일부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겠다는 법안으로 위협할 때도 중국 정부는 ‘환율개 혁의 방식, 내용 및 시기는 중국 자체 개혁과 발전의 수요에 따라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실제상황이나 정치.외교적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때가 무르 익었다"며 조기 평가절상 가능성을 점친 일부 전문가들은 "역시 중국은 다르다"며 다소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중국 당국은 자신들이 늘 말해오던 대로 ‘외부의 압력이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는’ 시점을 선택해 절상을 기습 발표하는 수순을 밟았다.

국제사회 압력, 내부적 필요 맞물려
중국 인민은행이 전격적으로 단행한 고정환율제 폐기에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은 그동안 급증하는 대중 무역적자가 중국의 고정환율제도 탓이라며 줄기차게 개선을 요구해 왔다.
중국 측은 그러나 그럴 때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거부해 왔다. 그러나 중국 관리들이 줄기차게 '8월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줄곧 위안화 절상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던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 4월 24일 "위안화 절상 압력은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5월 11일 우샤오링 부행장은 "위안화 절상과 관련한 기술적 준비는 완료됐다"고 선언했다.
이런 발언 뒤 5월 11일 인민일보는 위안화 절상을 단독보도했다. 시장이 출렁거리자 중국 정부는 즉각 이를 오보라고 해명했다. 이를 놓고 국제금융시장은 중국 정부가 당시 한 차례 위안화 절상 반응을 떠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좀체 결단을 내리지 않자 미국은 지난 5월 중순 환율보고서를 내면서 반년 만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미국 의회는 마지막 수단으로 중국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법안을 들이밀었다.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을 경우 중국 수입품에 대해 27.5%의 보복관세를 물리는 법안이었다.
하지만 존 스노 미 재무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상원의원들을 설득시켜 이 법안에 대한 표결은 연말까지 연기됐다. 중국이 스스로 결단을 내릴 마지막 기회가 제공된 것이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렵게 되자 이달 초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 참석한 후진타오 주석은 "중국이 세계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효율적인 통화정책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환율제도 변경을 시사했다. 9월 미국 방문을 앞둔 그로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이 문제를 어쨌든 끝내는 게 미.중 관계에도 긍정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부적으로도 위안화 절상의 필요성이 높았다. 세계의 공장 중국으로 달러화가 몰려들면서 6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세계 최고인 7110억 달러에 달했다. 넘치는 달러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여서 수입물가가 크게 떨어지고 경기 과열과 물가 불안을 자극했다.
그러나 환차익을 노린 투기자금에 대한 우려 등 부작용을 우려한 중국 정부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D데이를 심사숙고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노린 서방의 투기자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올 초 중국 내 외국계 은행의 대출한도를 제한하며 절상 여건을 세밀하게 정비했다.
앞으로 위안화는 추가 절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제금융계의 관측이다. 미국이 요구한 10%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중국 경제가 5% 안팎의 절상은 충분히 견딜 것으로 예측돼 왔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는 "연내 위안화 절상폭이 5~10% 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과도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의 충격을 감안한 소폭 절상

그러나 절상의 폭은 예상보다는 작았다. 시장에서는 대략 5% 정도의 절상을 기대했으나 2%(1달러당 8.28→8.11위안)의 절상이 이뤄졌다. 따라서 이번 절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여러 변수를 감안해 안정적인 수순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2%라는 절상폭에서 알 수 있듯이 환율개혁의 방법은 그야말로 점진성을 가장 기본으로 삼겠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읽혀진다는 것. 따라서 향후 시장 상황을 봐가며 추가적인 절상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중국당국이 이번 절상조치를 밝히면서 향후 위안화를 달러화에 더이상 페그(연동)시키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을 중시한다. 이는 보다 자유로운 환율시스템의 도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 조치에 이어 근본적인 중국 환율시장의 개혁이 추진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인민은행은 향후 환율운용에 대해 "탄력적으로"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향후 시장발전과 금융상황을 토대로 적당한 시기에 환율변동구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페그제 대신 복수바스켓제로 전환?
중국 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해석하면 페그제 대신 외환 바스켓을 기반으로 하는 변동환율제가 된다. 인민은행은 웹사이트를 통해 위안화 환율을 더이상 미국 달러에만 고정되지 않고 다수의 주요통화에 고정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전문가들은 이 점에서 싱가포르식 복수바스켓제를 중국당국이 많이 참고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싱가포르식 복수바스켓제도는 미국 달러와 일본 엔, 유로화 등 복수 통화와 연동시키되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를 절충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시스템은 환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금융시장의 안정을 기할 수 있어 중국이 당면한 환율개혁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합한 시스템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환율은 현행과 별 차이가 없는 엄격한 범위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일단 미 달러화 대 위안화 거래가의 변동폭은 종전 인민은행이 정한 상하 0.3% 이내를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유로화 등 다른 화폐 대 위안화의 거래가도 인민은행이 정한 변동폭을 각각 적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상하 변동폭 0.3% 이내’가 준용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명목상 ‘관리변동환율제’이지만 ‘변동’에 큰 의미를 두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다. 시장에서 일단 이번 위안화 절상조치에 ‘미흡함’을 나타내면서 다만 환율제도 개선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정도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상하이의 한 금융 소식통은 중국당국이 이미 오래 전부터 싱가포르 금융관리국(MAS)을 접촉해 싱가포르의 환율제도에 대해 심도있게 연구해온 것으로 알고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이 달러 이외의 어떤 외국통화를 바스켓에 담을 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또 통화별 비중은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인 내용 등이 금융가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중국당국이 당분간 외국 통화의 구성과 비중 결정에 매우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성급한 행보를 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찬스를 노리는 국제 투기자본, 핫머니에 대항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개혁’택한 중국
그렇다면 위안화 절상이 중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우선 위안화 평가절상은 석유 등 원자재 수입규모가 막대한 중국에 혜택을 줄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사상 처음으로 1억t(1억2천272만t)을 돌파했다. 따라서 평가절상을 할 경우 원자재와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석유 수입비용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환율절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기업의 해외투자능력이 크게 제고되는 효과도 있다. 이와 함께 중국내 외국기업 이윤이 증가한다.
아울러 ▲외채 상환부담 경감 ▲자산가치 및 국내총생산(GDP) 상승 ▲국제구매력 상승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또 환율 시스템 변경은 그간 위안화 평가 절상을 방지하기 위해 위안화를 매도해 왔던 인민은행의 입장에서는 금리를 인상, 경제 과열을 막을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상하이의 한 금융소식통은 "중국이 의도적인 환율 조작으로 불공정 경쟁에 나서면서 선진국의 취업기회를 위협한다는 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의 중국 금융시스템에 끼칠 부정적 영향은 걱정거리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2%라는 소폭의 절상을 선택한 중국 당국의 의도도 ‘안정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중국에게 있어 4대 국유상업은행의 상장 추진은 실패란 있을 수 없고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절대 절명의 과제다. 개혁 추진을 위해 안정된 금융 환경이 필수적인 중국이 위안화의 환율을 급격하게 변동시킬 경우 충격을 수용할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둘째, 민생경제와 관련해 가장 심각한 문제인 실업난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1억 5천만명의 농촌지역 잉여 노동력에다 국유기업에서 해고된 샤강(下崗)인력, 신규 취업수요를 감안하면 중국은 매년 2천400여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일자리 창출은 상당부분 수출기업들의 몫인데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상으로 수출이 감소된다면 취업난 가중으로 엄청난 사회적 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 그리고 체제적 취약성도 간과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시장경제 조절시스템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방측의 요구대로 당장 시장의 평가에 맞춰 10% 이상의 파격적인 절상을 단행할 경우 국제경제금융 환경이 악화되면 바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2%'를 적정 절상폭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따라서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서서히, 그렇지만 확실한 방향으로’ 환율정책을 점차 바꿔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이번 절상폭을 미흡하게 보면서도 수년여가 소요될 긴 여정의 ‘첫 걸음’으로 평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중국의 위안화위 절상에 따라 원화환율이 덩달아 떨어져 수출에 악재로 작용,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중국 외환당국이 추가적인 평가절상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내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위안화의 값이 오르면 이론적으로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은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한국 상품의 값이 싸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안화 값이 오르면 원화와 엔화 등 다른 아시아 통화들의 가치도 덩달아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에 대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미국과 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에는 부정적 영향을 준다.
어느 방향의 효과가 클지는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 다만 위안화 절상 폭이 당초 예상했던 5% 내외보다 훨씬 작아 두 방향의 효과 모두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환율 방어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값이 앞으로 계속 오른다면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값이 오르면 중국의 수입 기업은 유리해지고 수출 기업은 불리해진다. 따라서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늘거나 수출 채산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중국의 산업구조가 갈수록 밀접한 관계를 맺어가고 있어 위안화 절상의 효과가 이처럼 단순하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중국의 수출기업 상당수가 이미 한국에서 중간소재와 부품을 수입한 뒤 값싼 노동력으로 조립해 미국,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수출이 둔화되면 이는 다시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내수가 위축되는 것도 한국의 수출에는 부정적이다. 예컨대 한국의 석유화학 합섬원료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이후 90%를 넘어섰다. 석유화학제품, 철강판, 각종 기계류도 중국 의존도가 40% 이상이다. 위안화 값이 올라 중국 경기가 식는다면 이런 업종의 대중국 수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값싼 원자재 및 원료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 파는 기업이나, 이를 가공해 해외로 재수출하는 기업 역시 위안화 절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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