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와 패배의 후폭풍, 향후 정국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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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와 패배의 후폭풍, 향후 정국은 어디로
  • 정대근 기자
  • 승인 2011.05.1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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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인한 ‘피해자’와 ‘수혜자’ 명백히 갈렸다

4.27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하면서 여권 내 거센 후폭풍이 불어 닥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 전반에 전면적인 쇄신 요구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경남 김해을의 김태호 후보 당선으로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지만, 텃밭인 경기도 분당을과 승리를 기대했던 강원도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2대1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김태호 당선자가 ‘나 홀로 선거’ 운동을 벌여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는 사실상 한나라당의 참패로 평가되고 있다. 

뼈아픈 패배, 안개속의 한나라당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불릴 만큼 보수성향이 강한 분당을에서 큰 표차로 패배한 타격이 만만치 않은 후폭풍을 동반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6.2지방선거 참패 이후 위기감에 휩싸였던 수도권 의원들의 동요가 더욱 커지는 한편 이러한 우려가 당정청 전반에 대한 쇄신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범 1년을 앞두고 있는 안상수 대표 체제는 더 이상 유지되기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기간 동안 잠잠하던 ‘안상수 체제 교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안 대표는 선거 직후부터 향후 거취문제에 대해 고민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현 지도부가 자진 사퇴를 결정하면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해진다. 이는 내년 총선 공천권과 대선후보 경선 등을 고려한 계파 간 사활을 건 내전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당분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을 운영할 공산이 크다.
당 안팎에선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도 연기하자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경선을 치를 경우 조기 전대가 열리기도 전 계파 및 정파 간 경쟁이 더욱 큰 출혈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당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4.27 야권 승리, 대선 구도 변화오나

이번 재보선이 야권의 대승으로 마무리 되면서 향후 대권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前 대표가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4월18일~22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前 대표는 32.2%로 1위를 기록했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13.1%로 2위,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8.5%로 3위를 지켰다.

그런데 이 같은 대권 구도는 4.27 재보선 결과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크다. 대선의 전초전이자 대리전 성격이 짙었던 4.27 재보선이 야권 승리로 나타나면서 정국 주도권이 야권으로 넘어가게 됐기 때문이다.
향후 야권 주자들의 주가는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참여정부 당시 연이은 재보선 승리로 한나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후 한나라당 소속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前 대표의 지지율이 상승했고, 여당의 대권주자였던 정동영 前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前 보건복지부 장관은 재보선 패배로 입지가 대폭 축소된 사례가 있다.

그렇다면 야권의 구도는 어떻게 재편될까? 한동안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위주로 흘러가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민주당은 야권연대를 통해 한나라당의 텃밭인 분당을과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승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야권의 개별 주자들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분당을에서 승리해 지지율 상승의 계기를 만든 반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김해을에서 패배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4.27 재보선 결과 손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크게 오른 반면, 유 대표는 상당 부분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여당은 4.27 재보선에서 확인된 민심이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쇄신 요구에 휩싸일 전망이다. 때에 따라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선거 후 5월 정국은 본격적으로 대권체제로 접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이후 달라진 정치 상황이 향후 대권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 후폭풍 불가피, 당청 쇄신론 불거질 듯

선거 전부터 MB정부 출범 이후 심화된 양극화와 물가고, 실업난 등으로 민심이 술렁거리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애초부터 한나라당의 패배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대목이기도 하다. 이에 여권은 거물급 공천 시도, 불법 전화홍보, 특임장관실 선거개입 등 각종 방안을 총동원 했지만 반전은커녕 오히려 역효과만 보게 됐다.
실제 몇몇 최고위원들은 선거당일 낮부터 패배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투표율이 40%를 훨씬 넘어선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나라당의 패배는 기정사실화됐다. 2009년 10·28 재보선의 투표율은 39.0%, 2010년 7·28 재보선은 34.1%였다. 2000년대 이후 역대 재보선 평균 투표율은 30% 정도였다.

이에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명백한 심판이란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반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인적개편을 통해 당청의 면모를 쇄신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 성향의 새로운 인물들을 전면 배치하는 것으로 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무튼 선거결과를 통해 민심을 충분히 확인한 만큼 이에 대한 확실한 수습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의 퇴진은 불가피하며 당내에서도 지도부의 ‘비상대책위 전환론’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여권이 이러한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을 비롯해 각 계파 및 정파의 타협과 절충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이계는 패닉상태에 빠졌고, 박근혜 前 대표는 선거 다음날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으로 떠났다.

상황수습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5월2일 원내대표 선거조차 제 날짜에 치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반면 야권은 2012년에 정권을 재탈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부동의 1위 박 前 대표에 맞설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야권통합 향방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순천에서 입증된 야권연대의 위력으로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통합 논의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호남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후유증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진보정당에 내줘야 할 ‘몫’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해에서는 야권연대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책임 공방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의 ‘피해자’와 ‘수혜자’ 명백해

이번 선거로 가장 주목받은 대선주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다. 적진의 요새라 할 수 있는 경기 분당을에 출마해 정치적 명운을 걸었던 그는 이번 승리를 통해 야권의 차기 경쟁에서 우위를 다질 수 있게 됐다.
제1야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박스권을 유지했던 지지율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손 대표 뒤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한나라당 탈당 경력이나 민주당 비주류 진영의 공세도 잠잠해질 것이다. 보수 강세지역인 강남권에서도 당당히 승리함으로써 향후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야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려온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의 대권행보에는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던 경기지사 선거에 패배한 후 노무현 前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 선거를 통해 재기를 모색했으나 이번에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키며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로의 단일화를 이루고, 직접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이번 선거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했지만 결국 국민참여당의 국회입성 실패는 물론 야권단일화의 힘마저 빼놓게 된 셈이 됐다.

이로 인해 이후 선거 패배 및 친노 분열의 책임론에 휩싸이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행될 야권연대 협상에서의 발언권도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 前 대표는 한결 여유로운 상황이다.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고문을 맡아 강원도를 두 차례 방문해 직접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눈에 띄는 지원이나 관여는 없었다.
따라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의 패배가 박 전 대표에게 미치는 여파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선거패배로 여권 전체가 위기론과 쇄신론에 휩싸이게 되면서 ‘박근혜 역할론’에 힘이 실리는 등 구심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재오 특임장관은 큰 타격을 입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논란에 휩싸이면서까지 무리하게 개입한 탓이다. 이 장관은 친이계 의원들과 선거작전회의를 갖고, 특임장관실 간부가 경남 김해을 선거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등 선거의 중심에 서있었다.
따라서 이번 패배는 대권을 목표로 전진하던 이 장관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타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지지율 1위 달리던 유시민, 가장 큰 타격

여야를 통 털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 사람은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다. ‘친노정당’이 故 노무현 前 대통령의 고향이 있는 김해을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그야말로 ‘성지’를 내주고 만 꼴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19일 당 대표로 선출되며 정치전면에 재등장한 이후 불과 40여 일 만에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 야권 내 차기 잠룡 중 지지도 1위를 달려온 그의 대권행보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근소한 차이로 지지율 경쟁을 벌이고 있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한나라당 텃밭에서 대승을 거둔 탓에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장 큰 타격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리는 유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친노세력으로부터 책임추궁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6.2지방선거와 7.28재보선에 이어 이번 김해을 야권연대 협상을 잇따라 거치면서 민주당계열 친노세력과 유 대표 사이의 간극이 크게 벌어진 상태다.
이와 함께 그를 지지하는 친노진영의 정치적 세력 역시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노 前 대통령의 고향에서 조차 지지를 얻지 못할 정도로 친노 파급력이 한계를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 역시 지난해 1월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향후 전망은 고사하고 존립 기반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참여당은 원내 진입 실패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상되는 야권연대 협상에서 지분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 20석을 확보해 대권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당초의 계획이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좌초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절반의 성공 야권연대, 향후 전개 방향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는 여권의 입지를 위협하는 한편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의 중요한 변수로 평가됐다.하지만 이번 4.27재보선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빅3’에 순천지역까지 더한 ‘빅4’ 가운데 강원지사와 분당을, 순천 등에서는 단일화를 앞세운 바람몰이로 승리를 거뒀지만, 단일화의 가장 큰 수혜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김해을 지역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안았기 때문이다.

승리를 거둔 타 지역의 경우에도 후보 개인의 경쟁력이나 상대 후보의 불법선거운동 논란 등 외부요소가 다수 개입했다는 점에서 단일화의 영향력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영남 지역내 야권의 성지였던 김해을에서 국민참여당 이봉수 단일후보가 패배가 야권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타격을 남기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빚어진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사이의 심상찮았던 갈등과 참여당 유시민 대표에 대한 민주당의 견제가 향후 야권연대 전선의 이상신호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그 여파로 나타난 민주당의 소극적 선거지원 등의 분열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 민주노동당은 야권연대를 위한 민주당의 무(無)공천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 난립의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 처음으로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2009년 4.29 재보선 당시 전남 장흥군 광역의원과 광주 기초의원을 내며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 처음 진출한 이후 달성한 쾌거다.
한편 김해에서는 패배했지만 일대일 구도를 통해 승리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여전하다. 지난해 6.2지방선거 효과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내년 총선과 대선상황에서 전국적인 야권연대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변수는 이와 관련한 각 정당 및 정파 간에 벌어지게 될 지분배분에 관한 부분이다. 권력과 지지구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데다 야권 단일화의 형태와 시기 등 연대 및 연합의 폭과 수준을 놓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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