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X파일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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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X파일 파문
  • 글/ 편집국
  • 승인 2005.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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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핵폭탄 도청테이프-X파일의 실체
7월말 갑작스레 제기된 현 국가정보원의 정계·재계·언론계 인사에 대한 불법도청 의혹은 하한기 정국을 뒤흔들 핵폭탄으로 등장했다. 무엇보다 의혹의 대상 중 인화성이 강한 대선자금과 관련된 것들이 들어있고 등장인물의 면면도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한 각계 유력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그 파장은 가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가 불법도청팀을 가동하고, 당시 중앙언론사 고위인사와 대기업 고위 임원이 97년 대선자금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는 ‘X파일의 실체’가 공개되면서 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조짐이다.
불법도청 자체는 8년전에 벌어진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X-파일의 대화 주인공들로 추정되는 인물이 현재 대기업과 현 정부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다 대선자금과 관련한 내용중에는 참여정부가 인적 자산과 법통을 계승한 ‘국민의 정부’와도 관련있는 대목이 포함돼 있어 사태발전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재벌과 정치권간의 어두운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지면위에 노출됐다는 사안의 휘발성과 X파일에 나오는 한 당사자가 현 정부의 고위직에 재직중이어서 도덕성 및 인사검증 논란도 불거질 개연성이 높다.

사회각계 엄청난 파장 예고
이날 MBC와 조선일보가 주장한 도청 의혹 중 핵심은 1997년 대선자금 지원 관련 내용이다. 이 사안은 법적으론 시효가 지났다. 그러나 지원받는 대선후보측이 드러나면 법적인 문제를 떠나 당사자는 치명적인 도덕적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MBC는 자신이 보유한 도청 테이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녹취록에 따르면 재벌기업과 유력 언론사 간부가 구여권 대선후보측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 얘기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당시 여당(신한국당) 후보인 이회창 전 후보측은 또다시 불법 정치자금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나아가 신한국당 후신인 한나라당과 당시 이 전 총재를 지원한 박근혜 대표에게도 불똥이 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정원이 불법 도청을 했을 때는 김영삼 정권때다. 당시 도청 내용이 청와대에 전해졌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김영삼 전 대통령도 피해나가기 어려운 입장이 됐다. 또 아직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는 김 전 대통령 측근 의원도 부담을 안을 수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야당후보 진영에 대한 로비 얘기도 있었다. 때문에 민주당과 당시 김대중 후보측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핵폭탄의 영향력은 비단 대선후보측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MBC 보도에 따르면 수백,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유력 정치인의 리스트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리스트엔 전·현직 검찰 고위관계자도 들어 있다고 한다.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진행되면 정치권, 나아가 사회 전체가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릴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국정원이 이날 진상조사에 착수한 만큼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진 정치권과 사회각계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셈이다. 이날 의혹제기에 대해 가장 부담을 느낄 법한 한나라당은 문민정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데 놀라움을 표시하며 사태의 파장이 당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공식적으론 향후 국정원의 정치개입이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안기부의 불법도청에 대해) 국정원이 그런 짓을 해선 안된다”며 “국정원이 앞으로도 이런 비열한 정치적 음모에 관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인 권철현 의원은 “군사독재정권도 아니고 문민정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며 “이번 기회에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국정원의 철저한 과거사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우리당은 그러나 MBC가 보도한 97년 대선자금 지원 논의에 대해선 “잘 모르는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전병헌 대변인은 “독재권력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인 안기부의 역사를 새삼스럽게 본다”며 “독재정권이 재계·언론계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불법 도·감청을 자행한 일이 있다면 반드시 진실은 규명돼야 할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국회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민주노동당 홍승하 대변인은 “국정원 조사로 끝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국회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적절한 진상규명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도 “국정원 자체조사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국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당은 또 불법도청 테이프 내용을 공개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YS측 “불법도청 모른다” 해명
하지만 불법도청에 관한 여야의 입장은 각기 초점을 달리하고 있는 형국이어서 하한정국을 뜨겁게 달굴 소재로 비화될 소지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국민의 정부는 안기부를 환골탈태시켜 국익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개혁해 새롭게 거듭나게 했고, 참여정부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국익중심의 정보기관으로 사실상 독립적으로 운영했다"면서 YS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YS의 상도동측은 "당시 청와대는 (안기부의 불법도청을) 몰랐다"고 해명하며 안기부의 독자적인 도청 개연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또한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국정원에 의한 도청의혹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할 태세여서 불법도청 문제는 정치권의 이전투구의 소재로 확대재생산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97년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불법 도청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 불법 정치자금 제공 논의나 실제 관련 정치인들의 금품 수수가 밝혀진다 해도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가 3년이어서 정치인들을 처벌하기도 어렵다는게 법조계 중론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에게 건네진 금품이 성격상 정치자금이 아닌 뇌물에 해당한다면 액수가 5천만원을 넘을 경우 특가법 뇌물죄의 공소시효 10년을 적용받아 처벌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검찰수사가 시작될 경우 정치권은 또 다시 2002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와 같은 엄청난 소용돌이속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X-파일의 대화 당사자중 한명이 현정부의 고위직에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 당사자는 "불법으로 도청된 자료에 근거해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은 불명확하고 부정확한 내용"이라고 강력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으로서는 현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공격하려는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나설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으며, 특히 여당이 YS정권때의 불법도청문제를 소재로 대(對) 한나라당 공세를 강화할 경우 이에 대응하는 카드로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공식적인 반응을 삼가고 있는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주목되는 대목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과 그 내용이 담긴 X-파일 사건은 통신비밀보호법과 알권리간의 충돌이라는 사회적 파장 못지않게 여러 측면에서 정치권에도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올 수 있는 위력을 내포한채 정치권에 상륙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도청 테이프의 입수경위
MBC는 97년 대선 자금 관련 대기업 고위임원과 한 일간지 고위인사의 육성이 담긴 테이프의 존재에 대해 작년 12월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다. 당시 '신강균의 뉴스 서비스 사실은…' 프로그램에 제보가 들어왔던 것. 이 프로그램의 한 관계자는 "안기부 전직 직원을 연결해준 제3자로부터 제보가 들어왔고,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상호 기자가 이를 올해 초 입수했다. 그는 "이 기자가 이를 입수하기 위해 네 차례 미국에 다녀온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으나, 실질적으로 이 건 취재를 위한 미국 방문은 한 차례였다"고 말했다.
MBC 보도국내에서는 미국에서 테이프의 존재를 확인했으나, 실제 입수는 귀국후 국내에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테이프 입수후 성문 분석을 해 테이프 속 목소리가 당사자의 실제 목소리라는 것을 확인했다. MBC는 5월 특별 취재팀을 구성했고, 6월 법조계의 법률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법률적인 문제를 검토한 후 법적 문제로 인한 '보도 유보' 결정이 내려졌다. 테이프의 녹음 주체 등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 확실하지 않은데다, 불법 도청물인 경우 공개자 역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라는 실정법에 저촉된다는 점 때문. MBC 노조는 이달 5일 공정방송협의회를 통해 특별취재팀 재구성을 요구했으나, 보도국내에서는 '고려하겠다'는 원론적인 방침만 재확인했다. '뉴스데스크' 보도에 앞서 이상호 기자는 기사와 인터뷰, 테이프 등과 관련해 거의 취재가 마무리된 상태로 회사의 판단만 있으면 된다. 소장 기자들은 보도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강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법적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상호 기자는 95년 MBC 보도국에 입사한 이후 경찰, 법조, 카메라출동, 외교부 등을 거쳐 시사고발프로그램인 '시사매거진 2580'과 '사실은' 등을 통해 탐사ㆍ고발 전문기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2001년 연예계 비리를 파헤친 연제협 사건 보도 등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은 바 있으며, 한때 MBC 연예뉴스 앵커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올초 일명 '명품 핸드백 사건'으로 사내 징계 처분을 받은 후 보도제작국에서 보도국 라디오뉴스부의 PD로 옮겨 재직중 6월 이번 보도와 관련해 구성된 특별 취재팀에서 일해왔다. KBS '뉴스9'이 97년 대선 당시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와 관련해 지난달 21일 상당히 구체적인 테이프 내용을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도청 테이프 X파일 사건 전말 요약
▲개요=97년 대선 직전 모 대기업 고위임원과 한 중앙일간지 고위인사가 한 음식점에서 비밀리에 만났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던 대선 후보들에 대한 자금전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당시 안기부의 비밀 도청팀이 은밀한 장소에서 이들의 대화 내용을 송두리째 도청했다.
▲대선자금 전달자 지정=기업 총수의 지시에 따라 자금 전달자가 직접 지정됐다. 총수는 유력한 모 후보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을 통하지 말고 중앙일간지 고위인사가 직접 전하라고 지시했다.
유력 후보였던 모 후보는 이 기업에 30억 원을 요구했고, 또 다른 모 후보는 10억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유력 후보에게 먼저 대선 자금을 줄 것을 논의한다.
▲대선자금 전달=두 사람은 15억 원을 운반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30억 원은 무겁다며 후보의 동생에게 건네는 장소로 백화점 지하주차장을 정했다. 중앙일간지 고위인사는 보안을 강조하며 모 후보는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선거 개입=대기업 고위임원은 지금 분위기에서 모 후보가 안 될 것 같다고 걱정하자 일간지 인사도 이에 동조한다. 일간지 인사는 모 후보 측에 합류한 사람을 통해 18억 원을 전달했다.
그는 이어 돈을 주는 데 왜 돈이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돈만 탈탈 터는 모양이라며 불평했다. 노조가 XX에 아부해봤자 소용없다며 확실히 보수편에 서야 한다는 충고도 모 후보에게 했다고 밝혔다. 당의 경선 과정에서 몇몇 후보들에게 돈을 줬으며 이는 선거구에 대한 관리 차원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자동차 기업 인수=일간지 고위인사는 A자동차를 해당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한 뒤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기업 고위인사에게 제시했다.
집권당 실세가 이 기업이 갖고 있는 복안을 당당하게 공론화시켜주면 당내 정책위에서 도와주겠다고 했다는 말을 대기업 고위인사에게 전했다.
▲정치인 불법자금과 주요 정보 제공=대기업 고위인사는 모 의원도 좀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중앙일간지 고위인사는 조금 하시는 게 좋을 것이라며 5천만 원만 보내주라고 했다. 일간지 고위인사는 자신의 종친회에서 모 의원도 돈 문제로 불평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YS임기 중에 김현철을 제외한 전원을 석방할 것이라는 점을 회장께 보고하라며 각종 정보를 제공했다.
이어 경쟁 언론사 동향도 전달했다. 특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건강문제를 치고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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