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패배로 한나라당 지도부가 전원 사태함에 따라 비상대책위가 꾸려졌다. 하지만 시작부터 주도권 경쟁이 첨예해짐에 따라 당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선거패배의 책임지고 물러난 후 지난 8일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하지만 소장파들은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을 논의 및 추인해야 한다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상 비대위를 재구성하자는 주장이다. 소장파의 이러한 반발은 당권경쟁에서 유리한 구도를 확보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패배 직후 밝힌 지도부 사퇴를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정두언 최고위원이 사퇴거부 입장을 나타낸 데 이어 소장파 의원들이 긴급회동을 열어 황우여 신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재구성할 것을 요청하는 등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사퇴한 만큼 황 신임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 자격으로 전당대회까지 당을 운영해야 하며,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대 준비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장파 의원 중심의 당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의 공동 간사인 구상찬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열린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퇴한 지도부가 구성한 비대위는 당헌 및 당규에 맞지 않고 정치상식으로 봐서도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비상대책위를 두고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며 주류와 비주류가 역전되는 등 한나라당의 권력지형 변동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내대표 선거를 거치며 수도권 초재선 소장파와 친박계의 연대가 형성되면서 사실상 이들 세력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세력이 커진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 구성 논란은 일부 소장파가 문제제기를 하면서 불거진 사항”이라며 “당권 경쟁을 앞두고 각 세력들이 유리한 구도를 선점하기 위해 움직임을 시작한 것으로 무방하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