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자다양성 확보기술 등 독창적 연구결과로 세계적 과학자 발돋움
2004년 1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마친 박승범 교수는 곧바로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인간의 생명현상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저분자 물질의 효율적 개발을 위해서 유기화학을 이용한 분자다양성의 확보와 화학생물학적 기법을 활용한 생리활성 검색법, 그리고 신개념의 형광표지자를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효율적인 ‘분자다양성’ 확보 및 ‘화학생물학’에 관련된 연구분야를 확립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Angew. Chem. Int. Ed., J. Am. Chem. Soc.지 등 정상급 학술지에 다수의 우수논문을 발표해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그의 분자다양성 확보기술 및 화학생물학 연구는 향후 신약개발 및 유기화학 분야의 발전을 위한 독창적인 연구결과로 평가받고 있으며, 영국왕립화학회가 발간하는 'Molecular BioSystems'지의 ‘Emerging Investigator 2010'으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우수한 연구업적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박 교수는 ‘제14회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현재 박 교수의 실험실에서는 상당히 다양한 주제의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가장 큰 가이드라인은 생명현상을 화학적 접근을 통해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분자수준에서 생명현상의 시스템을 교란하거나 조절하는 방법을 꾸준하게 개발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서 생물학적 접근으로서는 알아낼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해 냄으로써 분자 수준에서의 화학적 접근이 생명현상 연구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입증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어 “10년 후에는 화학자를 생명현상 및 의학 연구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꿈”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인 신약개발을 위한 국제적 수준의 국내 연구자를 배출하고, 국내 제약회사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서 실험실에서의 연구 결과가 실질적인 산업화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밤낮으로 실험실 불을 밝힌 결과 박 교수는 이제 국제적인 선도그룹(leading group)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수의 관련 저널에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관련 학회의 총회강연(plenary lecture)도 하고 있다. 최근 과학계의 관심을 증명하듯 새로운 화학생물학 관련 저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어쩌면 박 교수를 더욱 고무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학과 인연 맺은 지 20년, 다시 선택하라 해도 같은 길 걸을 것”
지난 1989년 연세대에 입학, 화학이란 학문과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20년이 좀 넘었다는 박 교수는 “가장 힘들었을 때는 저의 지인들과 제 의견이 서로 다른 차이로 이해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느낄 때였다”면서 “나에게 의미 없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별 영향을 주지 않지만,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할 때 많이 힘들었다.”라며 박사과정 때의 힘든 시절을 회고했다. 석사과정 연구 당시에는 순수유기화학을 했으나 박사과정을 할 때에는 생유기화학(bioorganic chemistry)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자 할 때 지인들과 견해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과 달리 15년 전에는 석사과정 때 하던 연구를 벗어나 박사과정 때 다른 분야로 옮기는 것은 금기시되었던 시절이었다. “특히 나를 아끼시는 분들께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실 때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 하고 싶었던 것은 유기합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유기합성을 강력한 연구도구로 활용해 생명현상의 기본 원리를 파헤쳐 보고 싶은 것이었다. 그때는 화학생물학이란 학문이 시작되기도 전이었지만 그러한 연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저는 제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했다.” 박 교수는 당시 이 같은 결정과정에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돌아보면 참으로 겁 없는 행동이었지만, 다시 한다고 해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다.
“치열하게 고민하되 선택 후엔 앞만 보고 매진하라!”…. ‘몰입의 기쁨’은 덤
박 교수는 “요즘 학생들로부터 가끔 이 분야가 이렇게 주목받게 될 것을 예상했느냐, 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며 “미래를 보는 눈이 있어서 뛰어든 게 아니고 하고 싶은 일을 그냥 했다. 그 과정을 즐기면서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연구하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에게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라”면서 “그 고민의 결론을 내리고 나서는 다시는 뒤를 돌아보지 말고 전력으로 매진하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정말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되는 ‘몰입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신이 선택한 일을 행복한 순간으로 만드는 일상의 경험적 과정이 중요하단다. 박 교수는 요즘 기초과학을 기피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좋지 않다”며 “학생들이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 연구소에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과학인을 대우하는 풍토의 조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수준은 미국 등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에 가까이 왔다는 그는 “이러한 연구환경에서 최대한 노력을 통해 배출된 학문 후속세대들이 마음껏 날개를 펴서 날아볼 기회를 충분하게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패기 있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기초과학 연구분야에서 젊음을 불사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면 이 빛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한층 밝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방송을 통해 화제가 된 ‘슈퍼스타K’같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치열한 오디션에 도전하는 정렬과 애정이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며 “자신의 열정을 찾아 이에 몰입할 수 있는 분야를 찾지 못한 젊은이들이 많은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끝으로 “최악의 상황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행복은 찾아오리라고 믿는다”라고 말하는 박 교수의 지론을 들으며 기자는 그를 통해 기초과학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