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과학원,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과학을 위해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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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과학원,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과학을 위해 설립
  • 공동취재단
  • 승인 2011.04.0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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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연구에 최적의 환경조성 확립이 목표

고등과학원은 한국의 기초과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1996년에 설립되었다. 교육화학기술부 직할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미국의 최초 기초 기초과학연구소인 프린스턴의 고등연구원을 모델로 하여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이론기초과학 연구기관이고 현재 수학부, 물리부, 계산과학부를 운영하며, 순수이론기초과학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 “기초과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의 근간이고, 문화이며, 한 국가의 기초과학 수준은 결국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대변한다. 하지만 산업적 R&D 과학에만 몰두하려고 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경제성장을 위해서 과학이 필요하며, 과학 안에서 기초과학은 별책 부록이 아니라 과학 그 자체이다”라고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김 원장을 4월 22일 ‘과학의 날’을 맞아 만나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들어보았다.

고등과학원의 김두철 원장을 만난 3월의 끝자락. 기초학문분야에서 명성과 실력을 갖춘 김두철 원장을 엄친(嚴親) 엄한 아버지로 상상했지만, 원장실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먼저 문을 열고 나와 따뜻한 4월을 기다리는 새순 같은 인사를 건네며 초면을 대했다. 이런 김 원장은 고등연구원 원장과 교수 겸임을 하고 있고 3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서울대학교 물리과 교수직과 학과장까지 지냈지만, 학부에서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하지만 존스홉킨스대학교대학원의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응용과학보다는 순수한 기초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침 순수물리분야의 교수와 박사논문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동경하던 기초과학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이과에서는 전공을 바꾸기 쉽지 않다고 하지만, 공학 안에 기초과학이 연결되었고, 그때는 특별히 나누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라는 김 원장은 스스로 이력으로 과학의 기본은 기초과학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어 “이과의 과학기술은 수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이다. 이것이 다 생활에 쓰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R&D(Research and Development) 분야에서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유를 묻자, 기존의 기술을 가지고 다른 기업과 똑같은 조건으로 경쟁을 해서는 고객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의 차별화를 이룰 수 없거나, 원가를 줄일 수 없어서 결국, 매출이 늘지 않거나 이익이 나지 않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그것이 기업 도산의 이유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은 처음부터 응용을 하지 않는 말 그대로 기초 독립체이다. 그러나 그동안 기초과학은 경제 투자가 없었고,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눈으로 반드시 반듯하게 보여야 투자가 되고 성과가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과학기술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기초과학 탓을 하는 이유는 왜일지, 반대로 사회학자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한다.

고등과학원, 정부출연 연구소라는 자부심으로 기초과학연구

“우리가 현재 알고 있고 편리하게 사용하는 것에 다 물리가 있다.” 김 원장은 “제품개발 제조에 절대 기초과학이 빠질 수 없는데,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많이 놓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고, 인식 전환을 하며, 학자들이 자신의 길에서 학자답게 연구하면 되겠지 않냐”며 고등과학원에는 그런 학자가 많다며 자신보다 함께하고 있는 연구원들, 교수들, 석학교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기초과학분야의 내로라하는 다음과 같은 ▲1994년 필즈메달 수상자: 수학부 석학교수 Efim Zelmanov 교수▲2010년 국가과학자, 2009년 호암과학상 수상자: 수학부 황준묵 교수▲국가석학: 수학부 금종해 교수(2007년), 수학부 김범식 교수(2007), 물리학부 이기명 교수(2006) 등이 고등과학원에서 함께 하고 있다.

기초과학분야는 다른 분야와 다르게 박사가 끝나면 박사와 연구원으로 나뉜다. 그것을 Post-Doctor라고 하는데, 박사(Doctor) 후(post) 과정을 말하며 흔히 포닥이라고 준말로 통한다. 포닥은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전문가(주로 대학의 교수)로 활동하기 이전에 일종의 연수과정처럼 어떤 연구기관, 기업 등에서 근무하면서 연구 활동을 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전공에 따라선 4-5년씩 포닥을 해야 교수자리에 지원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쉽게 말해 박사를 땄다고 해서 정말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고등과학원의 주요임무 중 하나가 국가 기초과학계를 선도할 과학인재들을 양성하는 것이다. 수학이나 물리학 계산과학 분야의 박사를 마친 포닥들이 고등과학원의 연구원으로 2~5년간 체류하면서 기존의 교수들과 연구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고등과학원에서 함께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순수이론기초과학 연구를 하며, 정부출연연구소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한국과학을 이끌어 가고 있다. 과학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영향을 받듯이, 고등과학원 역시 기초과학분야에서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망을 마련하고 이에 맞게 발전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기초과학을 문화로 생각하면 과학은 발전할 것이다”

아직 노벨 경제학상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는 과학 분야만큼 갈구하며 아우성치지 않는다. 그만큼 국민이 과학에 관심이 많고, 과학에 관한 선진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꼭 노벨상을 받아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느냐, 노벨상을 받을 수 없는 분야의 과학자로서 스티븐 호킹 박사는 노벨상 못지않게 유명하다.” 덧붙여 일본의 노벨상 수상에 관해 “메이지유신 때 유학을 가며 많은 것을 받아들이며 공부했고 점차 그런 단계를 지나, 2차 대전을 지나서 자기들만의 학문이 발전시켰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해방 후 70~80년대 유학을 가서 배우는 단계였고, 1990년대 대학원의 전환점이 와서 이제 많은 학자가 돌아와 독자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에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도 일본같이 곧 그 결실이 나올 것”이라며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 시절 지도했던 김필립 교수의 노벨상 수상 실패에 아쉬움을 전했다. 

기초과학은 인간들의 지적인 호기심, 문화적인 활동의 기관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응용하려고 하는 게 아니지만, 최근에는 산업화되어 연구하고 실험하면 빨리 실용으로 사용이 된다. “이제야 기초연구의 본질을 보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한 것 같다. 그 희망적인 것이 과학벨트이다. 기초과학에서 시작되는 우리 과학이 발전하려면 연금제도 등 연구원들이 안정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과학이 발전되고, 우리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며 좀 더 편리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지금까지 말한 것은 과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단순한 일고(一考)가 아니다. 깊고 넓은 사유의 근거를 제시했는지 모르겠지만, 기초과학을 문화로 생각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전하는 김 원장. 그 바람, 그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뉴턴 등은 자연과학자이자 철학자 그리고 예술가였다. 그렇게 분명 과학을 문화이라 받아들이면 과학은 더욱 발전하리라 믿는다.

“빨리 가려고 하면,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하며, 그 길을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줄 알아야 된다”라며 마지막으로 “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은 쉽게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라고 말하며, 김 원장은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학문을 연구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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