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개념 공동구매 형식에 무한경쟁 시작
최근 소셜커머스 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소셜커머스는 하루 하나씩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해 목표 인원을 모으면 반값 할인을 해주는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공동구매 형식이다. 현재 소셜커머스 업체는 총 500여 개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이후 매일 하나 이상의 업체가 생겨난 셈이다. 이제는 웰빙·IT·창업·유학·법률상담 등 특화된 틈새시장을 겨냥한 소셜커머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1인 기업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그 숫자는 가늠하기 어려운 정도로 급속히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렇듯 뜨거운 열기 속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형 기업들도 소셜커머스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며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소셜커머스 시장의 인적 자원과 같은 시장 환경은 물리적인 기반이 충분한 같은 대기업에서 내세울 수 있는 큰 무기다. 소비자들은 같은 물건, 같은 값이면 보다 큰 기업으로 자연스럽게 몰리기 마련이다. 이처럼 이미 갖춰진 기반 위에서 간편하게 대량의 현금 거래를 진행할 수 있으니 대형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외면할 이유가 없는 시장이 바로 소셜커머스 시장일 수밖에 없다. 중소 전문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시장에 상품 조달 능력이 우월한 대형 기업들이 진출 의사를 밝혔으니, 업계 차원을 벗어나 소비자 측면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소셜커머스 시장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셜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0억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신규 사업자 등장과 소비자 확산에 힘입어 올해는 5,000억 원을 훨씬 웃도는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1위 업체인 티켓몬스터는 지난해 6개월 만에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한 반면에 올해는 4주 만에 100억 원을 달성했다. 위메이크프라이스닷컴도 월 매출 50억 원을 넘어섰으며, 최근 지역을 확장함에 따라 매출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인 ‘그루폰’도 국내에 진출했다. 2008년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한 ‘그루폰’은 ‘구글 이후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이라 불리며 2년이 채 안되는 동안 회원 수 1,300만 명, 매출 5억 달러(약 6,000억 원)를 바라보는 거대 기업이다. 이처럼 오늘날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셜커머스 시장은 소비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와 서비스제공업체의 윈윈 전략

하루에 한 가지 물건을 파는 공동구매의 개념에 소셜 네트워크의 연동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이 더해진 소셜커머스가 이런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이미 메신저, 싸이월드 등의 한국형 소셜서비스와 최근 늘어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유저가 늘어남으로써 성공적으로 안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픈마켓의 성공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가격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에게 제한된 숫자의 파격적인 할인 판매는 매우 매력적인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직장인 여성은 “가격이 부담되서 가지 못했던 곳을 절반가격에 갈 수 있고, 잘 알지 못했던 신생업체를 알아간다는 데 소셜커머스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서비스제공업자 역시 소셜커머스의 덕을 본 경우가 많다. 전문 중식당 호접몽은 소셜커머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이와 같이 기대했고, 그 결과는 적중했다. 2010년 9월 티켓몬스터와 협력해 할인 판매를 진행한 후 놀라운 판매효과를 경험했다.
호접몽의 2009년 10월 대비 매출은 110% 증가 했고 11월은 60%의 증가 추이를 보였다. 이어 호접몽은 자매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는 와인바 체디클럽도 작년 11월 티켓몬스터를 통해 홍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호접몽 대표는 “소셜커머스로 많이 수익을 올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후가 더 중요하다”라며 “고객만족도가 높아져 재방문율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고객 서비스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흡한 상황 아래 부작용 발생
소셜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과 동시에 부작용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수준 이하의 제품을 판매하거나 과장 광고, 불합리한 환불 규정 등으로 피해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는 사이트 가입자와 실 결재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쿠폰 발행을 누락시킨 후 이를 문의하는 소비자의 민원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불만을 샀다. 천안시 성정동의 최모 씨는 지난 3월 소셜커머스 한 업체에서 50% 할인된 피자교환 쿠폰을 구입했다. 최 씨는 당시 여자 친구의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결제를 진행했다.
하지만 입금이 완료된 후에도 쿠폰이 발행되지 않았다. 피자업체에 문의하자 쿠폰을 판매한 소셜커머스 업체로 확인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업체 측에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최 씨는 업체 홈페이지에 있는 ‘1:1고객상담 서비스’ 게시판을 통해 전후사정을 빠짐없이 남겼다. 하지만 1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회신조차 없었다. 최 씨는 “입금 내역은 남아있는데 쿠폰이 발행되지 않아 사용조차 하지 못했다. 수차례에 걸친 문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어 사기를 당한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스테이크 뷔페 업체는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파격적 할인가를 내세웠지만 쿠폰 구입고객에게는 일반 메뉴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이 업체는 고객 불만이 쇄도하고 인터넷에 혹평이 잇따른 뒤에야 쿠폰 구입고객에게 전액환불 조치를 취했다.
소셜커머스가 해킹에 취약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국내 소셜커머스 사이트 중 80% 이상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고객의 개인정보보호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가입자 수도 급증하고 있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려면 가입자의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 주소, 이메일 등을 기입해야 한다. 한마디로 개인의 신상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셜커머스 사이트가 해킹을 당하면 소비자들의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상황에서 소셜커머스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을 포함해 업계는 소비자들이 당하는 각종 소셜커머스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소셜커머스 관련 영업을 규제하는 법안 등을 조속히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시장의 변화에 맞지 않는 전자상거래 관련 법규는 보완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최근 소셜커머스의 감시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객만족을 위한 대응 필요

쿠팡은 소셜커머스 업계 최초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환불 정책 시행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고객의 요청이 있을 경우 7일 이내에 환불해주고 있다. 또 고객만족(CS) 전문가를 영입하고, CS인력도 확충해 고객 서비스를 강화한다. 이와 함께 조만간 새로운 CS정책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티켓몬스터는 ‘티몬 프라미스’라는 새로운 고객만족 정책을 이달부터 도입했다. 고객이 이용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경우 티몬 고객서비스센터로 연락하면 고객의 불만을 책임지고 해소하겠다는 약속이다. 서비스 지역 확대와 이용자 증대에 따라 CS인력도 50명으로 늘렸다. 위메이크프라이스 역시 CS팀 확대와 소비자 불만 해결에 주력하고 있다.
위메프는 소비자와의 접점이 많은 분야인 온라인게임 출신의 CS 전문가를 영입하고, 지난해 출범 때부터 40명의 CS팀을 배치해 고객 불만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종한 위메프 대표는 “출범 초기부터 고객 불만 해소에 중점을 둬왔다”며 “고객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계속 개선해가겠다”고 말했다.
개별 업체들의 노력과 함께 업계 공동의 협의체를 만들어 공동 대응도 추진한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중심으로 ‘소셜커머스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앞으로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표준약관, 피해보상 및 환불기준 등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소셜커머스 업체 난립과 이에 따른 서비스 품질 저하는 결국 소셜커머스 업계 전체에 독으로 돌아온다”며 “소셜커머스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이와 같은 움직임들은 업계 상위 업체들이 다양한 고객만족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어 소셜커머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소셜커머스 관계자들의 상생 방안 모색
급성장하는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업계 측은 서비스제공업자들이 소셜커머스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볼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서비스제공업자들은 소셜커머스를 통해 급격한 매출 신장 기록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제공업자들은 가뜩이나 원가보다 50%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바빠지기만 할 뿐 수익에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셜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심을 갖는 서비스업자들이 많다”면서 “이후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 뒤 일만 많아지고 수익에는 딱히 재미를 못 봤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티켓몬스터 임수진 실장은 “서비스업자들이 소셜커머스를 급격한 매출 신장을 위한 도구로 볼 게 아니라, 광고의 수단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비스 질은 좋으나 그동안 알릴 기회가 부족했던 서비스제공업자들은 소셜커머스와의 제휴를 통해 단골고객을 얻을 수 있다. 쿠폰으로 방문한 소비자들에게는 추가 소비가 가능하도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은 서비스제공업자가 장기적 수익을 올리기 위한 과제이다. 이를 통해서 장기적으로는 매출 증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셜커머스 한 업체 관계자는 “소셜커머스에 만족감을 표시하는 서비스업자들을 보면 소비자들이 쿠폰에 해당하는 금액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따라서 서비스업자들이 소셜커머스의 이러한 특징을 잘 이해하고,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등을 실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해 상품을 판매하는 대부분의 업주들은 진행 초기 금전적인 이윤을 남기기보다 장기적인 이윤을 보고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셜커머스의 힘을 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한편, 대기업이나 포털 등에서도 소셜커머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에 벤처 기업들의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소셜커머스 시장 자체가 특별한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입소문으로 충분히 승산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결국 입소문에 자금력 및 상품 소싱 능력까지 겸비한 대형 기업들이 보다 본격적으로 달려들 경우 전체 시장에서 대기업이 우위에 있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인기 아이템의 경우 자정 이후 불과 몇 분 만에 수만 명의 구매자가 동시에 발생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다. 이와 같은 판매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데, 이런 대처 능력은 대형 기업이 한 수 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아직 신생아 수준이며 다양한 비즈 모델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선의의 경쟁 속에 모쪼록 대형 기업과 벤처 기업들의 상생과 공존이 함께하며 시장이 커져나가길 기대하는 바이다. 소셜커머스가 단지 스쳐가는 트렌드가 아닌 지속 성장할 새로운 뉴 커머스 시장으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