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제2회 전국전당대회에서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이 새 대표로 선출됐다. 당원 찬반 투표로 실시된 당 대표 선거 통해 총 3,060표 중 2,969표로 득표율 97.04%를 기록했다. 유 신임 대표는 “국민참여당은 오직 참여정부가 남긴 부채만을 승계할 것”이라며 양극화 극복, 복지국가 실현, 정치 민주화 실현을 당 과제로 내세웠다. 또 찾아가는 국민참여당, 중점역량 집중, 야권연대엽합 실현 등을 당 운영 원칙으로 내세웠다. 유 신임 대표는 선출 직후인 20일 4.27재보선에 대비해 당 체제를 정비했다. 비서실장에 김영대 前 열린우리당 의원을 임명했고, 대변인에는 이백만 前 청와대 홍보수석, 사무총장에는 김충환 前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을 내정했다. 이를 통해 노무현 前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 집중한다는 생각이다. 야권에서는 이번 국민참여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대선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한 ‘친노세력’을 둘러싼 쟁탈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시민의 등장, ‘제2의 노무현 시대’ 열리나
참여정부시절 유시민 대표는 노무현 前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렸다. 따라서 노 前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 이후 그가 가진 부채감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유 대표는 취임 직후 연설에서 ‘진보세력의 연대연합을 통한 정권교체’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다. 그리고 그가 가진 부채감은 “노무현 前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양극화를 막고, 복지국가의 토대를 마련하며, 정치를 개혁하는 등 세 가지 문제에 대해 미흡했거나 실패했다”며 “우리는 이 빚을 인수해서 끝까지 갚아나갈 것”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유 대표의 이러한 결연한 모습은 이날의 전당대회가 당 대표 선출에 그치지 않고 유시민 대표의 대선 출정식으로 여겨지게 했다.
취임 직후 당 체제를 정비한 유 대표는 4.27 재보선 지역 가운데 노 前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이겨 인지도와 지지도를 대폭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김해을의 승리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의미 있는 국회의석을 확보하고 12월 대선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라는 승부에서 ‘제2의 노무현 시대’를 여는 전기로 만들어 간다는 게 국민참여당 측의 바람이다.
이번 4.27 재보선 선거를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기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유시민 대표와의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현재 유 대표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은 10% 안팎으로 야권 내에서는 손 대표를 앞지르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유 대표를 두고 야권에서는 가장 대중적인 인물이며, 국정운영의 경험도 갖춘 만큼 향후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소위 ‘마니아층’의 충성도가 높은 반면 반감을 드러내는 ‘안티층’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유 대표의 정치 전면 등장에서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당장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른바 ‘친노세력 쟁탈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노 前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다. 남을 위해 정치를 해야지 자신을 위한 정치는 곤란하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노 前 대통령 곁에서 오랫 동안 참모로 활약했던 이광재 前 강원지사 역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지지를 선언하며 유 대표를 견제하고 나섰다. 이에 유 대표를 후원하는 그룹은 참여정부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광주서구 기초의회 의원, 이해찬 前 총리 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시민 대표가 넘어야 할 산들
유시민 대표는 2002년 당시 시사평론가로 활약하던 중 그 해 치러졌던 대선 때 ‘노무현을 지키겠다’며 정치판에 뛰어 들었다. 그 후 탄핵사태, 대연정 등 노 前 대통령의 정치적 고비마다 그의 최측근을 지키며 정치적 경호실장이자 참모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그가 가진 특유의 직설화법과 파격행보로 인해 득과 실이 많은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러한 기행(?)으로 단숨에 스타급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한편 정치권 안팎에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며 ‘분열의 싹’이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내부 갈등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는 고정적인 지지층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만큼의 반대세력을 양산해내기도 했다.
유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뒤 대선 직후인 2008년 초 탈당했고,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대구 출마를 강행했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이후 ‘노무현 정신계승’을 앞세워 현재의 국민참여당 창당을 주도했고,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김진표 후보를 누르고 경기지사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는 돌풍을 일으켰으나 본선에서는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정치권은 유 대표의 당 대표 취임을 사실상 대권행보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실제 유 대표는 친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노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전당대회에 참석했으며, 당선 수락연설을 통해 ‘정권교체’라는 단어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곧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숨김 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했던 3,000여 명의 당원들이 노란 물결을 재현해내며 ‘유시민을 대통령으로’라는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는 점 또한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유 대표가 뛰어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27 재보선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입증해 보여야 한다. 이는 야권 내에서 그가 확보하게 될 지분과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 민주당에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손학규 대표를 완전히 제압하고 명실상부한 야권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근 친노세력의 핵심인사인 이광재 前 강원지사가 손 대표 지지를 선언하고, 노 前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유시민은 친노세력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등 친노진영의 분화가 가속화 되는 가운데 구심점을 회복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한편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국민참여당 전당대회 관련 논평에서 “유 대표가 차세대 정치인으로서 새 바람을 일으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화와 생산적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주문했고, 민주당 차 영 대변인은 “차기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연대가 보다 활발해지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단 정치권으로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유 대표의 취임을 환영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셈이다.
대권주자 유시민의 경쟁력
야권에서는 차기 대권을 두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 정동영 최고위원,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경쟁하고 있다. 각각의 주자들이 가진 경쟁력으로는 철옹성 박근혜 한나라당 前 대표를 뛰어넘기에 턱없이 부족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힘을 합했을 때에는 또 한 번의 정치적 신화를 이룩하는 게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각 주자별 경쟁력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먼저 손 대표는 경기도지사 이력 덕분에 수도권 중간층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중도개혁적인 정치성향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민심대장정을 성공시킨 손 대표 특유의 추진력과 그 과정에서 보여준 나름의 진정성에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재야시절은 물론 정치권 입문 이후에도 리더보다는 비판적 지식인에 가까운 이미지를 쌓아온 것 역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원은 손 대표와 유 대표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지층의 충성도는 유 대표보다 취약하며 확산성은 손 대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 최고위원에게 위험요소이지만 반면 기회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안전적 2등으로 전락할 수 있지만 균형잡힌 1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가진 화려한 미디어 감각은 최고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슈를 만들고 소화해내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여러 주자들과 난타전을 벌여야 하는 예선전에서 얼마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 대표는 손 대표의 반대편에 서 있다. 매우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을 가지고 있으며 노사모 못지않은 ‘유사모’를 보유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이 지금의 유 대표를 지탱하는 최대의 버팀목일지도 모른다. 유 대표는 이러한 지지자들을 만들어내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것은 주로 직설적이면서도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는 그의 어법과 필력에서 기인한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작지만 단단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는 만큼 손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가능하다.
하지만 이제 갓 1주년을 넘긴 신생정당이자 국회 의석 하나 없는 국민참여당의 후보로 민주당을 제치고 야권의 단일후보로 등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쉽게 단정지을 수 없다. 여기에는 유 대표 개인 못지않게 국민참여당의 경쟁력 또한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이 친노세력을 오롯이 끌어안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친노세력의 또 다른 축인 안희정, 이광재 등이 아직 민주당 소속이며, 김두관 경남지사는 무소속 상태다.
또한 노 前 대통령의 오랜 동지이자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은 정치무대에서 한 발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유시민 대표가 노무현 前 대통령의 ‘참여정부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적통을 주장하는 데 있어서 많은 난관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유 대표가 짧은 시간에 이룩해내야 할 과업은 보다 명징해진다. 친노세력의 구심점으로서 발돋움하기 위한 정돈되고 설득력 있는 이슈와 목표를 만들내야 하며 정교한 로드맵 또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참여당의 외연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는가 역시 관건으로 제기된다. 안으로는 당 대표로서 당을 이끌며 밖으로는 친노세력은 물론 범야권 민주진영의 리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야권 단일화의 조건과 파급효과
앞서 언급했던 대로 수도권의 강점을 지닌 손 대표와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가진 유 대표, 그리고 안정감과 화려한 감각의 소유자인 정 최고위원의 장점이 한 데 어우러진 야권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야권 단일화를 또는 단일후보를 바라는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최고의 폭발력을 가진 선거의 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이 연합을 이루게 된다면 지역적으로는 호남과 수도권 그리고 영남의 일부를 온전히 끌어안게 되고, 계층적으로는 좌파와 중도좌파 그리고 일부 중도 우파까지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돼 박근혜 대 야권단일 후보의 대결이 펼쳐진다면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박빙 승부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관건은 이 세 사람이 유기적으로 연합할 수 있는 연계 고리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같은 듯 보이면서도 전혀 다른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매개를 찾기가 현재로서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점에서 다가오는 4.27 재보선에서 이들이 이뤄낼 연대 및 연합전선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는 재보선의 승패 여부를 떠나 차기 총선과 대선의 지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거의 최초의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시민-손학규 첫 상견례부터 신경전
4.27 재보선 승리 위한 단일후보 덕담도 오고가
지난 3월22일 유시민 국민참여당 신임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첫 공식 만남을 가졌다. 유 대표는 국회에 있는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손 대표를 만났다. 이날 만남에서 4.27 재보선의 야권 단일후보와 관련한 축하덕담이 오고가는 가운데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손 대표는 “유시민 대표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민주당과 참여당이 하나가 되라는 것이니 유 대표가 잘해달라”고 말했고 유 대표는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손 대표님께서 제1야당 대표의 큰 리더십으로 잘 이끌어주시고, 다른 야당들도 잘 보듬어주시면 모든 어려운 문제를 잘 타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번 김해을 후보 단일화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인 이곳의 승부가 향후 야권내 지형과 두 사람 입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대표의 양보없는 일전이 전개되고 있다.
유 대표는 지난 3월19일 수원에서 개최된 국민참여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새 수장으로 선출됐다.
유 대표는 이날 취임 일성으로 ‘진보세력의 연대 및 연합을 통한 정권 교체’를 목표로 제시한 뒤 내년 총선에서는 당 후보자 중에서 20석 이상의 당선자들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