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곡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동안 통기타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었다. 풍성한 거품이 흘러내리던 생맥주, 치렁치렁하게 기른 장발과 어우러지는 자유와 낭만의 상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투사는 사분음 사박자의 스트로크 주법으로 힘차게 독재타도를 노래했고, 가난과 배고픔 사이에서 지독한 짝사랑을 앓던 젊은이는 아르페지오 주법으로 수줍은 고백을 대신했다. 세월이 흘러 독재는 사라졌고, 사랑은 너무 쉬워졌다. 통기타가 있던 자리에는 세상의 온갖 소리를 담았다는 디지털 악기가 자리 잡았고, 화려하고 현란한 비트의 음악 장르가 음반시장을 점령했다.더구나 십오 년 전 가객 김광석의 죽음 이후 이 땅에서 포크송은 거의 자취를 감추는 듯 했다.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통기타도 낭만도 사랑도 사라지지 않았다. 얼마간의 추억을 머금은 채 마치 오랜 세월 발효된 과실주처럼 그윽한 향기를 피워내고 있다. 다만 그 진정한 향기를 맡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조금 줄어들었을 뿐이다. 시대와 세대를 달리해도 사랑과 낭만의 목마름은 여전한 법. 혹시 감기몸살 같은 지독한 사랑을 앓고 있다면 은은하고 감미로운, 혹은 시원한 포크송 한 곡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결코 짧지 않은 국내 포크송의 역사 탓에 그 기원부터 듣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김포크와 함께하는 대국민 감성 ‘국민체조’
그런 사람들을 위해 얼마 전 새 앨범과 함께 국내 포크송의 기지개를 부추기는 한 젊은 포크가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포크. 그의 이름이다. 타이틀[title]곡 ‘국민체조’와 서브타이틀[subtitle]곡 ‘밴드하자’를 비롯해 10곡의 포크송으로 꾸며진 그의 앨범재킷에는 커다란 기타 하나가 크레파스로 그려져 있었다. 통기타소리로 시작해 메아리 같은 그의 여음으로 끝나는 김포크 1집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그는 이 앨범을 만드는 동안 멀고도 고된 여행을 다녔던 듯하다. 무엇을 찾아다닌 여행이었을까. 기자가 찾아낸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그의 서브타이틀[subtitle]곡 ‘밴드하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순수함과 열정 그리고 설렘. 누구나 가지고 있으나 잠시 잊고 있는 그것. 생활의 고단함에 묻혀 빛바래고, 먼지 자욱한 그 마음의 거울을 그는 통기타 하나를 들고 그렇게 닦았나 보다. 타이틀곡 ‘국민체조’는 누구나 건강하게 살던 시절, 조금은 덜 기계화되고,디지탈 문명화되지 않았던 불과 몇십 년 전 우리들의 아름다운 시절을 추억해보며 만든, 경쾌한 리듬의 즐거운 포크락(rock)이다.
유난히 폭설과 한파가 기승을 부렸던 올 겨울. 오늘 밤에도 축축한 함박눈이 창밖에 쌓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오디오를 켠다. 방안에는 온통 커피 향기가 가득하고, 창밖에는 흰 눈이 쌓이는데 마음속에는 어느덧 김포크의 노랫말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취재_박상목 부장
Track list
1. 밴드하자 ( 04‘:39“ ) 작사/작곡:김포크
2. (title) 국민체조 (02’:37“) 작사/작곡:김포크
3. 귀향 (04‘:56“) 작사/작곡:김포크
4. 파이팅 맨 이야(04‘:00“) 작사/작곡:김포크
5. 지금 내 옆에(04‘:14“) 작사/작곡:김포크
6. 시큰둥 무뚝뚝(03‘:33“) 작사/작곡:김포크
7. 다녀왔습니다(04‘:09“) 작사/작곡:김포크
8. 너 그런 말(03‘:58“) 작사/작곡:김포크
9. 56 정거장(03‘:14“) 작사/작곡:김포크
10. 예수에 이름은 (04‘:01“) 작사/작곡:설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