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유치지역을 둘러싸고 충청지역이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이 사실상 백지화 됨에 따라 새로운 유치지역을 두고 지역갈등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던 ‘세종시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박근혜 前 대표가 세종시 원안 고수를 통해 충청권 민심을 붙잡았던 것처럼 각 정당에서도 내년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충청지역 표밭 다지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다.
떠도는 과학벨트, 제2의 세종시 되나
문제는 지난해 12월8일, 한나라당이 ‘국제과학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시작됐다. 이 법을 통과시키면서 지역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김황식 총리가 1월25일 자유선진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공모절차 없이 특별법의 요건과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당초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이 사실상 백지화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경북 포항과 경기도 그리고 광주광역시 등이 과학벨트 유치전에 뛰어들며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렇듯 여러 지역에서 적극적인 유치의사를 밝힌 만큼 지역별 이해관계에 따라 여권 내부에서조차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급기야 김무성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과학벨트는 ‘벨트’니까 너무 길지 않느냐”며 “몇 군데 걸칠 수 있다고 본다”며 분산유치안까지 내놓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나서 논란을 더욱 키웠다. 친이계 핵심인사인 이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경북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었다. 그는 지난 1월13일 개최된 한나라당-경상북도 긴급 당정회의에 참석해 “과학벨트 전부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지만 대구경북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치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한나라당 충청권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 사수론을 제기하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박성효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강창희 대전 중구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대전, 충남, 충북 당협위원장 16명이 1월25일 대전시당에서 회의를 열고 총선 공약인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의 조속한 확정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 내홍을 겪는 동안 민주당은 신속하게 충청권 표심공략에 나섰다. 1월 26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가 국민에게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신뢰”라며 “대통령이 약속을 깨뜨리면서 이번 논란이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손 대표는 ”대통령이 당초의 약속을 꼭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약 뒤엎은 MB의 속내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를 뒤집고 원점에서 입지 선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속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에 정략적 기준이 아닌 과학적 기준에 근거해 입지를 다시 결정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한다는 진영과 결국 충청권으로 과학벨트를 주기 위해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 추진 때도 표를 얻기 위해 세종시의 충청 건설을 약속했으나,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전면 수정을 선언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곧 조직과 인선을 마무리하고 4월께 공식 출범할 것"이라며 "여기에서 과학벨트 입지를 비롯한 상세한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고 이 대통령은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언급한 것은 타 지역의 반발을 무마하고 결국 충청권 유치에 힘을 실어 주려는 뜻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과학벨트는 충청뿐만 아니라 대구와 경북을 비롯해 전남과 광주, 그리고 경기도 등에서 유치 의사를 밝히며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부상했다.
이 대통령이 공약을 앞세워 충청 지역으로 최종 결정하기에는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을 미루어 볼 때 공정성과 투명성을 내세워 결국은 충청권으로 결론 지으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희정 대변인은 “오히려 충청도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와 세종시 수정안 국회 통과를 연계시켰던 대통령의 의도가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좌절되면서 입지 선정 환경에 변화가 생긴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어쨌든 공약 번복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충청권 광역단체장 한 목소리 “MB 약속 지켜라”
한편 이번 논란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인 충청권은 격렬히 반발하는 한편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충청권 광역단체장들은 지난 2월14일 한 자리에 모여 이명박 대통령이 당초 했던 약속대로 과학벨트를 충청권에 조성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염홍철 대전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등 충청권 3개 광역단체장은 이날 충남도청에서 자리를 함께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충청권 조성 사수를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과학벨트 충청권 조성 공약에 대해 전면 백지화를 시사한 것은 세종시 논란 이후 또다시 500만 충청인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것”이라며 “과학벨트는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한나라당 공약집에도 실려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도 2010년 1월에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이 과학벨트의 최적지라고 이미 발표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의 81.7%가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 이 과학벨트의 최적지이며 77.2%가 ‘대통령 공약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발표됐다”며 “행정, 연구개발, 산업생산, 비즈니스 기능을 두루 갖춘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이 과학벨트의 최적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충청권 시겣돝恥榮?대통령이 약속을 번복하고 정치논리에 의해 입지를 선정하려는 의도에 대해 ‘제2의 세종시 사태’로 간주하고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통령과 정부는 충청인의 강력한 저항과 심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말문 연 박근혜, 난처해진 영남권 친박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박근혜 한나라당 前 대표는 지난 2월16일 “대통령이 약속한 것인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하면 그에 대한 책임도 대통령이 지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 시상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한 발언이다. 또한 박 前 대표는 “과학벨트와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저한테 입장을 밝히라고 하는데 제가 답할 사안이 아니라서 가만히 있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 최고위원이 저한테 입장을 밝히라고 하는 걸 들었는데 최고위원도 당 지도부의 일원이고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이런 갈등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처리해야 한다”며 “제가 아니라 당 지도부가 먼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전날 라디오에 나와 박 前 대표가 과학벨트와 신공항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내놔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 문제와 관련해서도 “신공항 문제 역시 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것”이라며 “정부에서 그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 한 관계자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이러한 박 前 대표의 발언을 놓고 당 안팎에서는 적지 않은 의견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박 前 대표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며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시작한 것이라고 해석을 내놨다. 이에 대해 친박계 측에서는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것만큼 책임감을 갖고 추진해달라는 원론적 수준의 발언”이라며 즉각적인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영남권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박 前 대표의 ‘대통령 책임론’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으로 몰린 꼴이었기 때문이다. 영남권 친박계 의원들은 현재 과학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의 한 가운데 서 있다. 하지만 이날 박 前 대표의 발언을 따르자면 과학벨트를 충청권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이렇듯 복잡한 양상을 의식한 듯 박 前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발언은 타당성 있는 곳에 가야 한다는 입장이지, 지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남권 친박계 의원들의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박 前 대표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체념하는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진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는 의원도 있었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이러한 박 前 대표에 대해 “좋게 말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발언이고 나쁘게 보면 국민을 우습게 보는 말의 희롱처럼 들릴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박 전 대표가 ‘공약을 안 지키는 것은 대통령 책임’이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들리므로 일각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라고 해석하지만 이는 공약대로 할지 여부는 대통령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뜻으로, 충청권 유치를 지켜야 한다는 것과는 상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라는 뜻으로도, 동시에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도 들리게 했다”며 “충청권이 대통령의 공약 파기에 엄청난 좌절감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좀 더 신중하고 명확해야 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박 전 대표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단체 “정치적 이해 배제해야”
과학벨트 입지 선정 문제가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 한국공학한림원 등 12개 과학기술 단체는 2월24일 공동 성명을 통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일체의 정치적겵熾だ?이해를 배제하고 오직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벨트의 정치적 이용을 경계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기초과학 육성을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사업 본연의 정신이 정치 논리에 발목 잡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정략적 이해관계가 아닌 과학기술적 판단에 의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는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단체들은 성명 발표에 앞서 ‘과학벨트 성공적 추진을 위한 과학기술 포럼’을 개최했다. 박구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본부장이 과학벨트 추진 배경과 목표, 기대효과 등을 개략적으로 설명한 뒤 민경찬 과실연 대표, 박방주 과학기자협회장, 서동엽 기초과학학회협의체 회장, 최순자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등 4명의 패널이 의견을 나눴다.
박 회장은 발제를 통해 “어느 지역에 둬도 국가의 전폭적 지원 의지만 있다면 성공할 것”이라며 “특정 지역에만 놓아야한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 회장은 “과학벨트 거점지구의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는 한 곳에 유치해야 효과가 있다”며 일각의 '분산설치'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고, 최 회장은 “과학계는 과학벨트위원회가 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는 “과학벨트의 콘텐츠와 운영시스템이 중요한데, 현재의 논의는 오로지 입지에만 집중 돼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세계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싶어 하는 환경을 목표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기본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입지 선정 등 기본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월 5일 시행되는 이 법은 교육과학기술부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이 위원회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에 대한 기본정책과 제도에 대한 사항 등을 결정하게 된다.
위원회의 위원장은 교과부 장관이 맡도록 돼 있지만, 사실상 김황식 국무총리와 총리실이 기본계획 수립 과정과 최종 판단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신년 좌담회를 통해 과학비즈니스벨트 문제에 있어 김 총리의 권한을 인정했고, 김 총리 역시 “대통령의 공약도 중요하지만, 실정법이 정한 절차가 더 중요한 원칙이고 기준”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한 ‘충청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정부는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입지 선정 문제를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총리실은 국무차장 산하 사회통합정책실을 중심으로 실무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벨트 논란, 참여정부시절 ‘행정수도 이전’ 닮은 꼴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 정치권 선심성 공약 남발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방송 좌담회에서 “선거 유세 때 충청도에 가서 얘기했으니까 표 얻으려고 관심이 많았겠죠”라며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 약속이 표심을 잡기 위해서였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또한 “백지에서 출발하느냐”는 질문에는 “오는 4월5일 이후 위원회가 새로 발족하면 공정하게 할 것”이라고 말해 입지 선정을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심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대선 공약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혼선을 드린 것 같다. 충청도에 얽매여서 한 것이 아니고 공약집에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자신의 공약을 부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의 확인에 따르면 과학벨트의 충청권 조성은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 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후보시절 직접 충청도에 내려가 정책간담회를 열고 세종시와 대덕연구단지, 오송 바이오산업단지, 오창 과학산업단지를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이는 8년 전 노무현 前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는 말을 새삼 떠오르게 했다. 노 前 대통령은 2003년 11월 신행정수도건설 국정과제회의에서 이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대선에서 표심을 잡기위해 전략적으로 내놓은 공약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후 탄핵사태에 휘말렸고 ‘신행정수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이병완 청와대 당시 비서실장은 노 前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약 때문에 득표에서 재미를 본 게 아니라 당시 15%선에 머물렀던 지지율이 충청권의 반응으로 오르면서 결국 후보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승리하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어쨌든 충청권의 표심을 흔들어 놓았던 건 분명하다.
이렇듯 충청권이 매번 논란의 중심지가 되는 것은 굵직한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충청권이 여야와 각 당 정파 간 정치적 이해타산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해 충청권을 겨냥한 정략적 정책을 남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번 과학벨트 논란이 지난해 정가를 달궜던 세종시 논란의 복제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4월 이후 발족할 위원회가 공정하게 입지를 선정하더라도 논란이 쉽게 봉합될 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가 없는 상태다.
정국의 뜨거운 감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뭐길래
3조5,000억 원 투입되고 국제적 네트워크 갖춘 클러스터 모델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2007년 10월 충청권 공약으로 제시한 사업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충남 연기겙平聆?행정중심복합도시, 충북 오창겳읊榜保嗤?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어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7년동안 총 3조5,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인 과학벨트는 세계 정상 수준의 과학기술이 연구되고 연구과정에서 나오는 지식자본과 원천기술이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진 클러스터 모델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이러한 과학벨트의 핵심가치로, “세계 수준의 기초과학과 미래 융합기술의 허브, 글로벌 인재 양성을 통한 인재유입국으로의 전환, 과학기술산업 간 융합과 국제협력의 메카로서 개방형 혁신의 진원지, 교육겳П많???혁신”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가치에 따라 이곳에는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 첨단산업단지 등이 들어서게 되는데 세계적인 석학과 과학인재들이 모여 활동하는 국제적인 혁신거점인 과학벨트 유치는 첨단산업 발전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기초과학과 응용개발, 대학, 첨단산업, 문화겳뭡?교육 등 글로벌 정주 여건이 어우러진 세계 굴지의 ‘창조과학도시’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세종시 수정안 부결 직전 박형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세종시 건설을 원안대로 하면 과학벨트가 세종시에 들어가는 무산되는 것”이라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지난해 12월 8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처리됐으나 법안에는 입지선정 요건으로 규정됐을 뿐 입지가 충청권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1월3일 신년 특별연설을 통해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학벨트 입지선정에 속도를 내겠다”며 입지 문제를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 6일 대덕연구개발특구를 방문한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도 “전국을 대상으로 입지 선정기준 평가항목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과학벨트 입지 문제가 본격적인 논란 속으로 빠져 들었던 것이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2월1일 방송된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이란 제목의 신년 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충청권 유치에 대해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며 선거유세에서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제가 관심이 많았겠죠”라고 말하면서 논란의 정점을 찍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과 혼란의 과정에서 대구, 경북, 광주, 전남, 전북, 경남, 경기도 등이 과학벨트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