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7일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측 단장이 “심리적 행위가 계속된다면 임진각을 비롯한 반공화국 심리모략 행위의 발원지에 대한 우리 군대의 직접조준 격파사격이 자위권 수호의 원칙에서 단행될 것”이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발송했다. 우리 군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대북전단 수십만 장을 뿌리며 심리전을 재개했으며, 이달 초부터는 대북 물품살포를 재개한 바 있다. 또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칠순생일이었던 2월16일에는 탈북자단체들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풍선에 실어 날려 보냈다. 북한군의 이 같은 통보는 우리 측이 전개하고 있는 심리전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北, “심리전 계속하면 임진각 조준사격 할 것”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전연일대에서 감행되는 괴뢰군부의 심리전 행위는 전면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평화통일과 민족번영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려는 온 겨레의 지향과 시대의 요구에 대한 전면역행이며 반민족적 역적행위”라며 통지문의 내용을 상세하게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5월24일 이명박 대통령의 천안함 사태 담화 후속조치로 심리전 재개 방침이 발표되자 같은 날 인민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 명의의 공개경고장을 발표하고 확성기 등에 대한 조준사격을 위협했다. 또한 그 해 6월12일에는 ‘인민군 총참모부 중대포고’를 통해 “반공화국 심리전 수단을 청산하기 위한 전면적 군사적 타격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연초부터 이어진 북한의 대화공세가 남북고위급 군사실무회담 결렬로 무력해진 가운데 나온 위협이어서 향후 북한군의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우리 군 안팎에서 ‘3월 위기설’ 등 남북충돌 가능성을 제기한 직후 나온 북한의 강경카드인 탓에 한반도 위기고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이 국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군 당국은 이달부터 의류·일용품·의약품·학용품 등을 최근까지 1만여 점 살포했으며, 군이 준비한 물품만도 총 6억 2,000여만 원 상당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물품 살포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4월 중단된 이후 11년여 만에 재개됐다. 다시 물자가 넘어가면서 경제난에 허덕이던 북한 주민 사이에 동요가 일어나자 북한 내부에 위기감이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통지문 위협 전날이었던 2월26일 평양에서는 ‘선군청년총동원대회’가 개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에서 북한 당국은 강성대국 건설에서 청년의 역할을 강조했다. 북한이 그동안 대중을 동원한 각종 행사를 자주 개최했지만, ‘선군청년총동원대회’라는 명칭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김영남 최고위원장이 축하문을 통해 “모든 청년들은 당의 강성대국 건설구상을 관철해 나가는 열혈투사가 되어야 한다”며 “청년들은 우리 사회주의 제도를 굳건히 지켜나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재스민 바람’ 막기 안간힘
이는 다분히 튀니지에서 시작된 이른바 ‘재스민 혁명’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튀니지발 민주화 바람이 이집트와 리비아로 확산됐고, 급기야 중국에서까지 시위가 발생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이러한 세계정세가 상당한 위협으로 여길 만한 대목이다.
실제 대회에서 채택한 ‘전국 청년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에는 이러한 북한 당국의 절박함이 배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투철한 반제계급의식을 지니고 오늘의 대고조 진군에 제동을 거는 온갖 이색현장을 사상전의 포화로 짓뭉개자”며 “우리의 청년 대오를 영도자와 혼연일체를 이룬 정의의 대오로 철통같이 다지자”고 청년들을 독려했던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러한 북한의 대내외적 행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체제를 정당화하고,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주민들의 단결강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 당국은 갖가지 경로를 통해 주민들에게 중동의 민주화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 당국이 휴대전화를 차단하는 등 감시수준을 한층 높이고 있는 것이다. 각종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국경지역은 물론이고 장마당을 비롯한 주민들이 왕래가 잦은 지역에 보안원과 경무관이 깔려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간부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집전화도 당분간 차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기숙사의 경우 지금까지는 자체적으로 점검해왔으나, 이제는 보위지도원과 보안원이 직접 참여해 학생들을 감시하고 있다.
이렇듯 당국 차원의 철통보안 덕분에 주민들 간 소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중동지역과 같은 급격한 소요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들을 묶을 구심점이 없는 데다 조그만 움직임이라도 발각되면 가혹한 연좌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북한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까
통일부 당국자는 “화폐개혁 실패 등을 계기로 북한 주민들이 단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거나 저항한 경우는 대북 소식통 등을 통해 전해지고 있지만, 정치적 의미를 둘만한 대규모 또는 집단시위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에서도 중동 못지 않은 민주화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내다봤다. 중동발 ‘재스민 바람’이 당장 영향을 미칠 수 없겠지만, 변화를 촉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더구나 중국에서도 민주화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북중교류를 감안하면 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이 주로 예측하기 어려운 계기를 촉매로 했던 경우가 왕왕 있었다는 점에서 이러한 관측은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인터넷, 휴대전화를 비롯한 각종 통신수단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지만, 이미 북한 내부 깊숙이 퍼져 있는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 DVD가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소규모이긴 하지만 일상적인 저항이 지속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인 의미를 둘만한 대규모 시위나 소요는 확인되지 않지만, 화폐개혁 실패 이후 장마당 단속 등에 따른 생계형 저항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쌓인 생계형 저항이 정치적 저항의 발판으로 작용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런데 만약 북한에서 이집트나 리비아와 같은 급격한 민주화 운동이 발생한다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선군정치를 표방한 북한은 군을 투입해 신속하게 제압하려 나설 것이 분명하지만, 북한체계를 떠받치고 있는 군대의 식량사정과 기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군대에서조차 식량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군인들이 무장탈영하는 등 선군정치가 무색할 정도로 군기강이 급속히 이완되고 있다는 것. 심지어 국경지역에는 굶주린 북한 아이들을 일컫는 ‘꽃제비’보다 탈영병이 더 많다고 전해질 정도다.
이를 두고 북한 당국은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선 중대에서 보유하던 실탄을 모두 회수해 대대급 탄약창고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탄을 가지고 있지 않은 탓에 중대 소속 병사들은 빈총을 들고 위병근무를 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는 북한의 역사 65년 동안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현상으로 파악된다.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일 부자가 표면적으로는 선군정치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군부대와 군인들을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북한 급변사태시 통일비용 2,525조 원”
북한에서 중동과 같은 급변사태가 발생해 정권이 붕괴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통일과정에서 약 2,525조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 2월27일 남성욱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이 ‘새로운 통일정책 패러다임과 접근방법 공청회’에서 발제한 내용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배 규모다. 남소장의 발제문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5,180만 원의 통일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2040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작년 33.8% 대비 4배에 육박하는 147%까지 상승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산출한 통일비용 내역은 대량살상무기 유출방지 등을 위한 군사적 비용, 사회혼란 방지를 위한 치안유지비, 긴급구호 등과 같은 사회복지비용, 각종 시설유지와 복구를 위한 행정체계 수립비용 등이다.
한편 남 소장은 점진적인 통일 비용으로는 2011~2040년 총 379조 9,600억 원으로 산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민 1인당 779만 원을 부담하고, 국가채무 비율도 52% 수준에 머무르는 규모다.
하지만 그는 “중국이 한반도 통일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북한이 우리나라 자본주의에 편입되지 않는 상태에서 개혁개방노선을 견지하는 ‘혼합형 통일’을 이룬다면 엄청난 규모의 비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지금 평양시 행정구역 축소개편 “반토막 냈다”
식량난으로 인한 특권계층 구조조정 일환인 듯
북한이 지난해 평양시의 행정구역을 대폭 축소 개편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월14일 통일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기존의 강남군, 중화군, 상원군, 승호구역 등 평양시 남쪽지역을 황해북도로 편입시켜 평양시를 축소 개편했다.
그런데 평양시 외곽지역으로 분류된 ‘만경대 구역’, ‘강동군’ 등 김일성 일가와 관련된 지역은 행정구역에서 빠져 승호구역 등 이들 지역보다 평양 중심과 가까운 곳의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경대는 김일성의 생가가 있는 곳이며, 강동군은 그의 부친인 김형직의 이른바 ‘혁명활동 사적지’가 있는 곳이다.
‘혁명의 심장’으로 불리는 평양시민들은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안정적인 배급은 물론 각종 특혜를 받아 왔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력사정 역시 지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한 편이다. 심지어 지난 1990년대 후반, 100만여 명이 굶어 죽었던 시기에도 평양시민들은 안정적인 배급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이 단행한 평양시 축소 개편은 일종의 특권층 구조조정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우리 정부가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매년 약 100만 톤가량의 식량부족에 시달려 왔는데, 최근 들어 이 부족분을 메워주던 우리 정부와 미국의 원조가 거의 끊겨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평양시의 면적과 시민의 수를 대폭 줄여 먹여살려야 하는 특권계층의 범위를 좁히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