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사망원인 1위 ‘스트레스로 인한 돌연사’…자신을 이해하는 자세 필요
스트레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 볼 만한 문제다. 그러나 좋은 일 궂은 일 가릴 것 없이 사람은 생활에서 파생하는 모든 일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특히 장기불황인 지금, 직장인을 비롯해 구직자, 실업자, 주부, 학생 할 것 없이 스트레스에 짓눌려 살고 있다. 스트레스는 주머니에 든 칼과 같아서 잘 관리하고 활용하면 삶의 활력소가 되지만 방치하거나 도피하면 자신을 찌르는 흉기로 변한다. 흔히들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스트레스, 어떻게 극복하면 나에게 활력소가 될 수 있을까.
스트레스가 일어나는 3단계 과정
지난 5월 4일 기업은행 서울시내 한 점포에서 차장으로 근무하던 유(42)씨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사망했다. 유씨는 퇴근 뒤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갑자기 고통을 호소했고 잠시 안정을 되찾은 듯 했으나 두시간 뒤 다시 온몸을 뒹굴며 발작적 쇼크를 일으킨 뒤 정신을 잃어 끝내 세상을 뜨고 말았다.
이렇게 최근 유씨처럼 발작적 쇼크로 인해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서도 작년 한해에만 벌써 6명의 직원이 잇따라 숨졌다. 대부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거대한 불황을 겪어보지 않고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달성해온 우리나라에서 외환위기의 충격은 갈수록 ‘직무 스트레스’의 급증과 확산을 낳고 있다. 구조조정 일상화, 고용불안 등 극도의 불안이 지배하는 사회로 이행하면서 우울증을 수반하는 충격적 경험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란 내적으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외부로부터 오는 압력으로 삶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 회피할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정신 건강의 가장 큰 주범으로 적당한 스트레스는 생활의 촉진제가 될 수 있으나 과도한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따라서 스트레스는 건설적인 수도 있고, 파괴적일 수도 있다.
이는 캐나다의 내분비학자 H.셀리에가 처음으로 명명한 것으로 해로운 인자나 자극을 스트레서(stressor)라 하고, 이때의 긴장상태를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는 스트레서를 가했을 때 스트레스가 일어나는 단계를 3단계로 나누고 이 증후군을 일반적응증후군이라고 하였다.
1단계는 경고반응기로 생체가 스트레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을 나타내는 시기로 1∼48시간 안에 반응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체온 및 혈압 저하, 저혈당, 혈액농축 등의 쇼크가 나타나고 다음에는 그것에 대한 저항이 나타난다. 2단계는 저항기로 경고반응기를 지나고도 계속 스트레서에 노출되면 저항기로 이행된다. 스트레서에 대한 저항이 가장 강한 시기이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스트레서에 대해서는 저항력이 약화된다. 3단계는 피폐기로 스트레서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져 생체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며 결국 죽게 된다.
40대 사망률 1위를 차지한 ‘돌연사’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은 주로 심장쪽에서 나타난다. 가슴이 뻐근하며 저리다고 호소할 때는 직무 스트레스인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일에서의 긴장과 스트레스는 심혈관계 질환과 뚜렷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박정선 회장은 “직무 스트레스 자체가 심장병을 일으키는 건 아니지만, 직무 스트레스 고위험군을 그대로 방치하면 심혈과 질환인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과로사로 진행된다”고 말한다.
또한 연세대 원주의대 장세진 교수는 “기업들이 죄다 비정규직을 쓰고, 모든 사람한테 실적 압박이 강하게 가해지고 이런 사회구조적 변화에서 개인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직무 스트레스가 갑자기 증폭되고 있다. 40대에서 과로사?뇌심혈관 질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적 심장질환인 심근경색 등관상동맥질환은 1992년에 인구 10만명당 12.5명에 달하던 것이 외환위기 이후 2002년 25.2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협심증과 심근경색은 전체 심장병 환자의 10~20%에 불과했으나 요즘은 80~90%를 차지할 만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0대 한국인 사망률 1위를 차지하는 돌연사의 주범도 바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으로 대표되는 관상동맥 질환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가 지난해 다양한 업종과 직위에 있는 직장인 3만여명의 직무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한국 노동자의 평균 직무 스트레스 점수는 49.05점으로 나타났다. 점수가 높을 수록 직무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요인이 많다고 보면 된다. 업종별로는 운수업이 51.12점,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이 52.65점, 기타 공공?수리?개인서비스업이 51.83점 등에서 스트레스가 평균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비만을 부르는 스트레스
한편, 우리의 인체에서 간은 특히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스트레스는 간의 기(氣) 흐름을 방해하고 뭉치게 하는데 이때 보통 두통, 짜증,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간의 나쁜 기운이 왕성하게 되면 비장의 기능을 억제하게 되는데 비장은 식욕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비장에 문제가 생기면 식욕조절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스트레스로 발생한 풍은 비장에 영향을 미치면 걷잡을 수 없이 폭식을 하게 된다. 심한 경우 시도 때도 없이 계속해서 음식을 찾게 되는데 이렇게 비만이 생기는 형태를 간의 나쁜 기운이 비장을 침범했다고 해서 간승비형비만이라하고 부른다.
비장의 기능이 억제되면 비장은 우선적으로 단 맛이 나는 음식으로 비장의 기능을 보충하려는 성질이 있다. 일반적으로 단 음식은 비장의 기운을 보충해주며 지방을 살찌게 하는 작용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초코렛처럼 단 것이 먹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비장의 기능이 허약해졌던가 혹은 단식, 절식 등으로 지방의 감소가 있을 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단계별로 치료해 초기에 극복하자
우리는 흔히 스트레스를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 각종 장기에 영향을 주며 그러한 영향으로 인해 제2의 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중년기에는 심장병, 위궤양,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노년기에는 신경증, 심신증 등을 초래해서 우울하게 만든다. 이렇듯 두통, 짜증, 비만, 그리고 최악의 돌연사까지 우리는 스트레스로 인한 좋지않은 소식을 접하지만 정작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극복 해야하는지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스트레스는 불안, 초조→두통, 소화불량 등 증상→증상에 대한 두려움→증상악화 등의 단계를 거쳐 병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초기단계부터 관리하는게 중요하다. 예컨대 괜스레 마음이 불안, 초조, 우울한 것 같을 땐 운동, 취미생활 등 삶에 기쁨을 주는 요인을 즉각 가미하는 일상생활의 변화로 스트레스를 덜어줘야 한다.
두통, 위장장애, 식욕 부진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상황까지 방치했을 땐 위장약, 진통제, 항우울제 등 약물의 도움을 받으면서 인지행동요법 등 전문가로부터 스트레스 대처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
만일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증이 심할 땐 아무런 원인 없이 위가 탈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켜 병으로 인한 공포심을 덜어줘야 한다. 자신이 모든 일을 떠맡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병이 났다면 일을 남에게 맡길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평상시 화가 나거나 걱정거리, 과로 등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매 순간 스트레스 해소법을 익혀 실천하는 게 좋다. 서울대 분당병원 정신과 윤인영 교수는 “복식호흡, 근육이완용법, 심호흡 등이 권장된다”며 특히 “복식호흡은 매일 식후 10분씩, 잠자리에서 반번 등 네 번씩 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취미 생활, 규칙적인 운동, 가족이나 친구와의 잦은 대화 등도 평상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권장된다. 스트레스 치료는 초기 단계에 시작할수록 치료 기간도 짧고 효과도 높다.
자기인식이 문제, 이해하는 자세 필요
사람들은 상황에 대해서 느끼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스트레스 상태에서도 각각 다르게 반응한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심하게 죄어도 스트레스에 끄떡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금방 떨어져 나가는 사람도 있다.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박정선 회장은 "스트레스는 워낙 개인차가 커서 툴툴 털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같은 상황이라도 도저히 못 배겨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 고통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직무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진주 박사는 “일본에서는 과로사, 돌연사가 늘어나면서 노동당국이 5년마다 노동자 건강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우리도 곧 건강검진하듯 직무 스트레스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기업들에서는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등 직무 스트레스를 위한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관계자는 “스트레스로 병원을 오가거나 출근을 하더라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줄고 이직률 감소 등의 효과도 뚜렷하다”고 말한다. 이에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 박정선 회장은 “임직원지원프로그램 등 각종 스트레스 해소 프로그램은 금전적으로 투자액 대비 5~16배의 효과를 가져왔으며, 이를 적용한 기업 중 71%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전 사회적 차원에서 활성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스트레스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모든 조건에서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직무 스트레스와 생활 스트레스를 딱 부러지게 선 긋기는 힘들다. 하지만 가볍고 적당한 스트레스는 상쾌한 자극이 되는 좋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레스의 원인을 외부에 두고 있지만 성찰해 보면 스트레스를 내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에게서부터 해결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외부에서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마음의 진행과정을 알고 이해하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