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의 명물 돔배기, 다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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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의 명물 돔배기, 다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다
  • 양성빈 본부장/박은영 기자
  • 승인 2011.01.09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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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딛고 지역 특산물로 격상하는 영천 돔배기

   
‘돔배기’는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상어 고기로, 과거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을 당시, 싱싱한 생선을 섭취하기 힘든 내륙 지방에 잘 부패하지 않는 상어 고기를 소금에 절여 운반한 데서 유래되었다. 1983년 경산 임당동 고분과 2002년 대구 불로동 고분에서 상어뼈가 출토되어 삼국시대부터 경북에서는 상어고기를 식용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는데 지금까지 명물로 자리 잡은 식품 돔배기가 올해 수은 파동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영천 전통 돔베기 영농조합의 전철수 인성수산 대표를 만나 지역의 특산물로 다시 격상하는 영천돔배기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http://www.054-332-1717.kti114.net)

‘돔배기’는 경북에서 상어 고기를 가리키는 일상용어이다. ‘간을 해 토막낸 상어 고기’를 뜻하는 돔배기는 이름처럼 토막 내 소금에 절인 상어 고기로, 내륙 지방과 교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고대에 상어고기를 염장해 내륙에 공급했던 것이 기원이다. 고기는 못 올려도 돔배기는 반드시 올린다는 말이 있을 만큼 돔배기는 경북에서 제수용품으로 애용되어 설과 추석 등 명절이면 대목을 이루고 있다.

‘영천 돔배기’ 전국적 명성을 자랑하다

   
인성수산은 제수용품 일체를 판매하면서 돔배기를 도매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돔배기는 크게 살색이 어둡고 검붉은 귀상어(양지기)와 색이 밝고 붉은 빛을 띤 청상아리(모노)로 나뉘며, 돔배기가 유명한 영천 5일장에는 청상아리가, 경산 5일장에는 귀상어가 주를 이룬다. 한국 근해에서는 잡히지 않기 때문에 원양어선을 통해 일본, 베트남, 중국 등지에서 어획한 상어는 즉시 선상에서 머리, 꼬리, 내장 등을 제거하고 급랭 처리 후 부산에서 경매가 이뤄진다. 영천 인성수산은 이 상어고기를 가져와 영천 시장에 공급하고, 상인들이 받아가 2~3일 숙성시켜 포를 뜨고 꼬치에 꿰는 등 손질하고 소금 간을 해서 판매하는 것이 돔배기다. 경북의 돔배기 시장들 중에서도 가장 전통 있는 시장은 영천시로, 영천 전통 돔배기는 다른 전통시장보다 품질이 높아 ‘영천 돔배기’라 하면 전국적 명성을 자랑한다.

돔배기는 제수용으로 명절에 주로 팔리며, 손질하는 수작업 시간이 길어 돔배기를 사러 온 소비자들이 손질시간동안 전체 시장을 둘러보고 다른 제품들도 구입하기 때문에 전체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생선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유해 물질파동 때문에 돔배기 소비가 줄고 이로 인해 인근 상가의 매출 또한 절반 이하로 줄어 영천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 “우리가 먹는 돔배기는 이미 부산세관에서 1차적으로 전수 검량 후 국내 유입되고 인체에 유해한 물질 함량이 초과될 경우는 통관이 금지되어 반품 조치된다. 또한 바다 자체의 오염에 따른 생선의 수은함량 증가는 무시하고 돔배기만을 타깃으로 한 ‘수은 돔배기 파동’으로 현재 영천의 돔배기 시장은 침체기에 있으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영천시장 상권이 붕괴할 수도 있다”고 전철수 대표는 우려를 나타낸다.

   

사실 돔배기뿐 아니라 바다 자체의 오염으로 어패류에 유해물질이 출현하여 이슈화 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돔배기의 경우 1차 세관 통과 때부터 필수적 중금속 검사를 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검역 기준이 더 강화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상어고기가 유통될 가능성은 훨씬 낮아져, ‘수은 돔배기 파동’에 대한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전 대표는 말한다. 일년에 두 번 정도, 섭취량도 연 240g 정도로 미국 FDA의 어패류 권장량인 1주 170g에 비하면 매우 소량이므로 상어고기를 영천시민의 중금속축적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것은 어불성설인데, 섣부른 발표로 돔배기 상권에 종사하고 있는 영세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미량의 중금속은 어류 전체가 포함하고 있지만 섭취한다고 해도 소량이고 인체는 어느 정도의 오염을 자체 정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로 영천 상어고기는 대구식품의약품안전청, 대구보건환경연구원의 수은검사 결과 ‘적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수은은 물보다 13배나 무겁기 때문에 세관 통과 때 검사를 거친 상어고기만을 들여와 염장을 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빠져나간다고 한다. 전 대표와 돔배기 상인들은 그간 신뢰를 바탕으로 빨리 영천 돔배기의 상권이 회복되어 옛 명성을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천 돔배기의 진가

   
현재 유통되는 돔배기는 대부분 원양에서 어획한 수입산이다. 영천의 상어고기는 주로 일본 근해에서 연승(낚시)으로 어획하는데 이렇게 잡은 상어는 생채기 없이 급랭시켜 신선도와 맛이 뛰어나다. 급랭 후 살균 처리되는 영천 상어고기는 특히 발달한 영천의 염장법 덕분에 전통적으로 타 지역 돔배기보다 맛과 품질 면에서 우수하다. 인성수산에서는 상어고기를 숙성 건조하고 염장 처리해 아이스팩으로 진공 포장해 판매하는데 054)332-1717로 주문하면 신선도를 유지한 전국 택배가 가능하다.

돔배기는 숙성시킨 장기 보존 식품으로 비린내가 적고 조리가 간편하며 가시가 없어 어린이나 노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지방 0.1% 정도의 저칼로리 식품이다. 닭가슴살과 비슷하면서도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다이어트에 좋고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포함하고 있어 청장년층이 걸리기 쉬운 병의 예방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젊은 층에게도 권장할만한 우수 식품이다. 또한 콜라겐과 펩타이드, 스쿠알렌, 콘드로이친황산 등 기타 영양소들이 많은 돔배기는 암, 심장병, 피부병,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능을 가진 뛰어난 웰빙 식품이다. 육질이 부드럽고 담백한 영천 돔배기는 특유의 감칠맛과 고소함으로 산적이나 탕 요리, 껍질을 이용한 회나 묵 등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상어를 교어라고 해서 오장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고 특히 간과 폐를 돕는 작용이 강해서 피부 질환이나 눈병에 많이 이용되었다고 전한다.

전국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영천 돔배기의 50년 명성은 이처럼 엄선한 재료와 상인들의 품질관리 노하우로 만들어졌다. 이런 명성에 힘입어 영천 상인들은 대구 가톨릭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영천 전통 돔배기 연구소’를 개설해 전통 돔배기의 품질 표준화 연구, 각 부위를 이용한 통조림 등 신제품 개발을 통해 영천 돔배기를 명품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돔배기 가격은 폭락 때보다 70%정도 회복되었다. 먹거리에 대한 선택은 식약청이나 언론보다 소비자가 직접 하는 것이다. 제품의 좋고 나쁜 점을 직접 보고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전철수 대표. 중금속오염의 누명을 벗고 영천의 명물이자 명품화 특산물로 다시 태어날 영천 돔배기는 앞으로도 경북을 넘어 전국 재향우들의 제수음식이자, 추억의 먹거리로 식탁에서 사랑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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