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에 빛과 어둠을 나누었다. 이러한 연유 때문인지 굳이 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세상만물에는 음양과 암수가 분명히 존재한다. 사람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길가에 흐드러진 이름 모를 꽃이며 풀 또한 그러하다. 이는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조화로움의 결정체다. 이 오묘한 자연의 섭리 덕분에 끊임없이 새 생명이 탄생하며 세상은 활기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음보다는 양이, 암보다는 수, 그리고 여자보다는 남자가 세상을 지배해 왔다. 적어도 본능과 완력이 지배하던 시대, 그 미개했던 지난날에는 그랬다.
바야흐로 인류는 문명의 절정을 향해 달리고 있다.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주 공간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고, 의학기술은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시켰다. 각종 자동화 기술을 통해 물질은 풍족해졌고, 이에 예술과 철학이 더해져 인간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본능과 완력이 지배하던 시대는 완전히 저물었다. 그 빈자리에는 이성과 상생 그리고 조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그 중심에는 여성들이 서 있다.
여성들의 출세를 막는 ‘유리천장’은 여전하다
국제연합(UN)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2010 세계의 여성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부문에서 여성들의 진입을 가로 막는 ‘유리천장’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여성들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폭력과 성적학대 역시 ‘전 세계적 현상’으로 확인돼 충격을 안겼다.
전 세계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가수반 가운데 여성은 14명에 불과했다. 여성각료의 평균비율도 17%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아서 국회의원 중 여성비율은 세계평균에 못 미치는 14%였다. 정치부문에서 남녀 불평등이 여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부문 역시 남녀 차이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도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세계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가운데 여성은 13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하 수준인 3%를 기록했다.
한편 신체적 폭력의 경험 여부를 묻는 질문에서 호주(50%), 독일(40%) 등 서구 선진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여 해당 국가가 얼마나 선진화를 이뤘느냐에 관계없이 남성에 의한 억압, 폭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성들의 사회진출과 출세를 가로 막고 있는 ‘유리천장’이 결코 여성들의 능력부족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점이다. 그것은 본능과 완력의 시대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굳어진 일종의 ‘관습’ 같은 것이다. 다만 우리는 여성대통령, 여성정치인, 여성CEO의 존재에 대해 어색해 할 뿐이다.
양성평등은 ‘나란한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것’
양성평등은 남자와 여자가 무조건 ‘나란한 출발점’에 서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주과정’으로 귀결된다. 이는 여성위주의 정책, 제도, 교육이 능사가 아니란 점을 의미한다. 결국 여성이 남성과 함께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러운 삶의 현상으로 자리매김했을 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만만찮은 사회적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결국 여성들 개인의 관점과 자세의 전향 역시 요구된다. 본능과 완력의 시대에나 통용되던 ‘여성이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라는 스스로의 예단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며,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 혹은 ‘익숙함’은 인류가 21세기에 접어든 이후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G20정상회담에서 4명의 여성지도자가 참석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호주의 줄리아 길러드 총리,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 그리고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 여성지도자가 이끄는 4개국의 국내총생산을 합하면 총 14조 2,562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규모다. 미국과 함께 세계패권을 다투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경제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우리나라도 수년 째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 대선주자가 여성이다. 게다가 총리를 비롯해 장관, 대법관, 대학총장 등 이미 많은 여성지도자를 배출한 바 있다. 아직 미미하다고는 하나 정치부분에 있어서 여성파워가 추세이자 대세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바뀌어야 할 때이다. 잣대와 기준은 언제나 엄격해야 하며 남녀의 구분이 있어서는 안된다. 다만 좀 더 유연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남자와 여자를 나란한 위치에 세워 물리적인 평가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유연한 시각과 잣대로 보다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21세기 초일류 국가를 표방하며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지금, 시사매거진은 시대흐름의 저변에서 ‘여성파워’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한 여성리더 6인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재계, 학계, 문화계 등에서 뜨거운 열정을 펼치고 있는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보다 역량 있고 새로운 여성리더들이 출현하기를 염원한다.
1. 서울시여성가족재단 / 박현경 대표
2. 중앙대 국악대학 교수, 국악인 / 신영희 교수
3. 명품 주얼리 전문기업, 뮈샤[MUCHA] / 김정주 회장
4. 일자리 창출 선두기업, 아람인 테크 / 이서윤 대표
5. 고품격 다이어트 웰빙기업 ‘14일동안’ / 최유미 대표
6. 섬유작가, 건국대 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 / 최애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