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100만 원, 파이트머니 지불한 재벌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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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100만 원, 파이트머니 지불한 재벌 2세
  • 박희남 기자
  • 승인 2011.01.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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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에서나 나올법한 충격 스토리, 정의는 살아있는가

SBS 월화드라마 <괜찮아, 아빠 딸> 2회에서는 채령을 함정에 빠뜨리려던 종석의 계획이 채령父 기환의 등장으로 무산되자 분노에 휩싸인 종석이 하수인 노릇을 하던 덕기를 상대로 “돈을 받으려면 인간 샌드백이나 하라”며 골프채로 마구 치고 차로 치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종석은 채령의 일을 함구하는 대가로 400만 원을 요구하는 덕기에게 “그냥은 못 주고, 내가 지금 두루두루 기분이 정말 더럽거든. 그러니까 인간 샌드백 한 번 되라. 그럼 줄 게, 400만 원. 어때? 맞고 돈 버는 거 네 전문이잖아”라고 말한 후, 골프채를 꺼내 와 복부를 때렸고, 그것도 모자라 겁에 질린 덕기 앞에 100만 원을 날리며 한 장도 빠짐없이 주워가지라고 소리친 후 차로 쳤다. 이렇듯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법한 재벌 2세 종석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가상’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백주대낮에 내로라하는 기업인이 1인 차량 시위를 벌이던 노동자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했다. 국민들의 공분을 산 주인공은 다름 아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유명한 최철원(41) 전 M&M 대표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0월18일. 이날 오후 고용 문제로 마찰을 빚은 탱크로리 기사 유모(52)씨를 자신의 M&M 사무실로 부른 최 전 대표는 “매 한대가 100만 원”이라며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10대를 때렸고, ‘맷값’으로 약 2,000만 원 가량의 돈을 건넸다. 돈이면 다 된다는 재벌 2세의 어리석은 행동은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MBC <시사매거진 2580> 방송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방송을 접한 국민들은 도를 넘어선 재벌들의 만행에 치를 떨었다.

방송 직후 최 전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지난 12월6일 야구방망이로 운수업자를 폭행하고 ‘맷값’이라며 2,000만 원을 건넨 혐의(폭력행위처벌법 위반)로 최 전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경찰은 유모씨를 폭행 현장인 최 전 대표 사무실로 유인해 무릎을 꿇게 하고, 범행 당시 주위를 에워싸 위압감을 조성한 곽모(36)씨 등 회사 임직원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한편 최 전 대표로부터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 유모씨는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가 M&M사에 흡수합병되는 과정에서 화물연대 탈퇴와 이후 가입 금지를 거부해 해고되면서 M&M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오던 중이었다. 유모씨의 주장에 따르면 폭행 당시 그는 맞지 않기 위해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최 전 대표는 “지금부터는 한 대에 300 만 원”이라며 세대를 더 가격했다. 이후로도 고통스러워하는 유모씨에게 두루마리 휴지를 입에 물리고 살점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얼굴을 심하게 가격하는 등 상상 이상의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폭행이 끝난 후에는 탱크로리 차량 값 5,000만 원과 매 값 2,000만 원을 포함해 총 7,000만 원 가량의 돈을 건넸다.

사건 발생 한달 후 피해자 유모씨가 회사 쪽에 전화를 걸어 사과를 요구했지만 회사의 한 간부는 “유씨가 2,000만 원어치도 안 맞았다”며 “돈을 더 받기 위해 자기가 더 맞은 부분이 있다”고 말하는 등 되레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며 오히려 유모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국민들을 분노를 들끓게 만들었다. 유모씨의 변호사 김칠준씨는 한 달이 넘은 지금 경찰에 신고한 이유에 대해 “유모씨는 그 동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동안 많은 피해를 입어서 사실은 자기 자신의 문제를 과연 풀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절망하고 있던 상태”라며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결국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김 변호사 본인이 알게 되었고,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건이라고 판단해 달래고 위로하면서 법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자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골프채 휘두르고, 사냥개 풀어 협박하는 ‘우리 사장님’

한 주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MBC <시사매거진 2580>이 불과 일주일 만에 또 다시 최 전 대표를 둘러싼 ‘믿기지 않는 구타 사건 2’를 방영해 충격을 주었다.
12월4일자에 방송된 내용에 따르면 최 전 대표는 이전에도 자신의 권력을 남용해 회사 임직원을 폭행하는 일이 잦았다. 최 전 대표는 자신이 사장으로 있던 M&M에서도 삽이나 곡괭이 자루로 직원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눈이 오는 날이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자신보다 늦은 직원들을 향해 엎드려뻗쳐라고 말한 후 유모씨를 폭행했던 것처럼 사정없이 폭행했다.
최 전 대표의 회사 내 폭행을 <시사매거진 2580>에 제보한 M&M 前 직원이던 OO씨 역시 자신도 직접 맞았던 적이 있으며, 이로 인해 심한 모멸감을 느껴 회사를 그만 두었다고 토로했다. 최 전 대표의 만행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키우던 사냥개(도베르만)를 회사에 끌고 와 여직원들을 상대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심지어는 여직원들을 향해 ‘물어’라고 외치며 위협하기도 했다.

최 전 대표의 폭력은 회사뿐만 아니라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이루어졌다. 실제로 지난 2006년 6월에는 당시 거주하고 있던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에서 아랫집 이웃 김모씨가 층간 소음을 참지 못해 경비실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심야에 건장한 체격의 남성 3명을 대동하고 김씨 집을 찾아가 야구방망이로 위협하며 온갖 행패를 부렸다. 결국 최 전 대표의 폭력에 공포심을 느낀 이웃주민은 이사를 택했다.

야구방망이 폭행사건, LA타임스 세계면 헤드라인 장식

외신도 이번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매값 폭행 사건’으로 일파만파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최 전 대표의 폭행사건을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보도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지난 12월1일자로(현지시간) 보도된 LAT의 세계면 톱기사에는 ‘한국 재벌들은 마치 법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South Korean conglomerates act as though they are above the law)’라는 제목으로 한국 재벌들의 비리와 폭행, 또 그에 이은 ‘당연한’ 감형에 대해 심중 있게 다루었다.

LAT는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재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힘없는 사람들은 너무 오랫동안 하찮은 취급을 받아왔다”는 유모씨의 발언을 공개하며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같은 예로 지난 2007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을 폭행한 술집 종업원이 김 회장에게 보복 폭행당한 사건과 삼성 이건희 전 회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LAT는 “한국 사회에서 재벌에 엄하지 않은 것은 한국전쟁 이후 경제 성장을 이뤄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재벌이 경제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로 인식돼 억제하기 어려워졌다”는 말을 덧붙였다. LAT는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서는 재벌 경영진이 횡령 등으로 유죄 판견을 받았지만 대부분 감형됐다”며 “2009년 유죄 판결을 받은 이건희 전 회장은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LAT는 이번 사건으로 한국 네티즌들 3만여 명이 최 전 대표의 구속을 요구하고 있다며, 네티즌들의 아고라 청원(최철원씨 구속 청원)도 언급했다. 실제로 한 네티즌의 “최씨를 구속해 이 사회에 최소한의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달라”는 내용을 실으며, 이번 사건으로 한국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분노를 전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들이 사는 세상’

사실 재벌들의 비행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재벌 총수들은 분식회계와 횡령 등으로 유죄선고를 받았음에도 불구, 곧 감형이 되는 등 이른바 ‘재벌 두둔하기’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또 실질적으로 법적 책임이 불거지면 우선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거액의 사회 기부금 공헌 약속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재벌 또는 재벌 2세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다.

유명 제화업체 E사 창업주의 아들의 폭행 사건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기억되고 일 중 하나이다. 지난 2008년 서울 중부경찰서는 신기술 개발에 투자한 후 실패하자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동업자를 폭행하고 협박한 유명 제화업체 창업주의 아들 이모씨(47)씨를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했다. 이모씨는 국내 유명 제화업체인 S기업 창업주의 차남으로 한때 이 회사의 상무로 재직하기도 했던 전형적인 재벌 2세로 1980년대 당시 톱스타인 H씨와 결혼해 9개월 만에 이혼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이모씨는 2007년 11월8일 경기 가평군 유명산의 한 펜션에서 조직폭력배 2명을 대동한 채 신기술 개발을 맡은 동업자 박모(42)씨를 상대로 “약속어음 20억 원 어치를 작성하고 차량 매도 서류에 서명하라”며 물고문을 하고, 폭력을 휘둘러 자그마치 전치 5주의 상해를 입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이 풀리지 않은 이모씨는 회사 직원을 시켜 찍은 박모씨 가족사진을 보여 주며 박모씨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보복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A씨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런가 하면 재벌 폭행의 원조 격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지난 2007년 자신의 차남을 때린 술집 종업원들을 찾아가 자신의 경호원들과 함께 집단폭행했다. 김 회장은 아들을 폭행한 이들의 동료들을 인적 없는 산으로 끌고 가 마구 때리고 그 가운데 폭행 당사자가 없자 영업 중인 술집으로 찾아가 폭행을 했다. 특히 한화건설 고문으로 재직 중이던 최기문 전 청장은 현직에 있던 장희곤 전 서장 등에게 사건 수사를 중단해 달라고 청탁해 더욱 충격을 주었다. 김 회장은 이일로 같은 해 5월 구속되었다가 그 이듬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최태원 SK회장, 정몽구 현대겚蓚팀湄온宅맛?등과 함께 사면 복권됐다.

이를 두고 국민들은 “재벌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이냐”,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재벌들한테는 한없이 관대한 우리나라의 법 잦대가 문제다”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절대반지 쥔 그들의 불편한 컴백”

구설수하면 딱 오르는 인물, 그는 바로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이다. 검찰은 지난 2005년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매입 과정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측근인 김연배씨를 입찰방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 고발한데 이어 한화로부터 5,000만 원 가량의 채권을 받은 혐의로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어 김승연 회장에게도 출국금지 조취가 내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며칠 후 출금해제 조취를 취했고, 출금이 해지된 바로 그날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의 모 기업인 (주)한화 대표이사로 27개월 만에 되돌아 왔다. 

어디 이뿐인가. 바람 잘날 없는 김승연 회장은 2007년에도 대형 사고를 터뜨렸다. 아들이 맞고 들어오자 보복 폭행으로 맞대응을 한 김 회장은 자신의 ‘자식사랑’을 널리 알린 탓에 잠시 경영일선에서 떠나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08년 2일 오전 8시 장교동 한화빌딩 사옥 28층에서 임원 300여 명과 신년 하례식을 시작으로 경영일선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사회봉사명령 이행 부분과 관련해서는 “사회봉사 명령은 200시간을 반드시 채우겠다. 사회봉사 명령 시간을 다 채우고 난 이후에도 사회봉사를 생활화해 그룹 사회봉사단과 함께 봉사활동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해 눈길을 끌었는데, 과연 지금은 어떤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 알려진 바 없다.

거대공룡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도 용케 법의 시선을 피해갔다. 이 회장은 2009년 8월 경영권 불법승계를 위한 배임 및 조세포탈죄가 확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다. 특히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해 수조원대의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등 탈법을 행해 특별검사의 수사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하지만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등 혐의로 기소, 조세포탈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돼 받은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서도 특별 사면 되는 등 지난 10년간 이어져 온 삼성의 경영권 승계 논란이 법적으로 완전히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12월31자로 이건희 회장을 단독 특별사면하기로 결정해 이 회장의 컴백 소식을 공식화 했다.  

지난 2007년 현대겚蓚팀湄온?정몽구 회장은 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검찰에서 충분한 조사를 받겠습니다.” 비자금 1,000억 원 조성, 회사 돈 900억 원 횡령, 계열사에 2,000억 원대 손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죄질. 그리고 정 회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형벌이 내려졌다. 범죄의 대가치고는 너무나 가벼워 보이는 처벌이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죄질이 지극히 나쁘지만,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 일가의 비리는 이 뿐만이 아니었는데, 계열사인 글로비스 물량 몰아주기, 상장 후 대주주의 시세차익 챙기기, 자본 100억 원짜리 기업 무상감자 후 정의선 사장에게 지분을 헐값 매각하기 등 수법도 다양했다. 또한 로비를 통해 계열사의 채무를 탕감 받고, 공적자금 투입에까지 손을 뻗치는 파렴치도 보였다.

중앙대학교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대학발전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은근슬쩍 경영에 복귀한 인물 중 한 명. 박용성 회장은 지난 2006년 7월 공금횡령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 원을 선고 받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지난 2005년 두산그룹 ‘형제의 난’으로 박용성 회장 형제의 횡령과 분식회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박 회장과 형제들은 일제히 두산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고, 두산그룹은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 중심의 경영,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계로 바꿀 것을 약속했다. 당시 두산그룹의 박용성 회장과 동생인 박용만 부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며, 대부분의 계열사에 등록된 이사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회장 역시 법정 구속은 면했고, 사면 복권된 이후 주주총회를 거쳐 경영에 복귀했다. 

이 밖에도 1998년 5월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도 4년여 만에 회사에 복귀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분식회계와 배임혐의로 2003년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SK 최태원 회장 역시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출감한 뒤 심신을 추스른다며 한 달여 동안 두문불출하다 결국에는 은근슬쩍 회장 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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