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놓인 재계…최악의 위기 벗어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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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놓인 재계…최악의 위기 벗어날 수 있나
  • 김현기 실장
  • 승인 2017.03.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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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트럼프發 보호주의·환율불안 등 대내외 악재 ‘첩첩산중’…후폭풍 거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구속…우려가 현실로

재계가 지난해 불어 닥친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 악재로 재계가 경영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이 기업 경영권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면서 재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등 대기업들은 이 같은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내실을 다지는 등 불확실성에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모습이다.

   
 
지난 2월 17일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 구속됐다. 서울지방법원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1월 19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 차례 구속 위기를 넘기는 듯 했으나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의 보강 수사 끝에 결국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79년 창사이래 역대 삼성그룹 총수 중 처음이다.
이 부회장이 끝내 구속을 당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재계는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재계와 경제단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트럼프 정부가 자국이익 우선주의, 보호주의 등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수출 전선에 적색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는데다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언급되면서 재계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은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 총수의 부재는 한국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적용한 뇌물공여 혐의를 SK·롯데 등 다른 대기업에도 적용해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특검의 칼날이 언제든 제2, 제3의 기업으로까지 향할 수 있게 됐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난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1차 수사 기한이 연장될 경우 삼성 외 다른 대기업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2월 1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수사기한이 연장되면 현재 수사대상 14가지 중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을 중심으로 수사할 예정”이라며 “아직 수사하지 않은 나머지 대기업 수사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 파장이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정치권이 기업 경영권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상법 개정안’도 재계에 큰 골칫거리다. 정치권에서 마련 중인 상법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대주주 주권행사 부분 제한(감사위원 선임 때 의결권 3%까지만 인정) ▲기업경영 감시력 확대(집중투표제,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의무 선임)로 정리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국내 대표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 구속은 브랜드 이미지 훼손뿐 아니라 경제적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인해 삼성그룹의 국제신인도 하락이 크게 우려된다”며 “미증유의 경제위기에 처해있는 우리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있어야 하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내 기업 평판지수 조사에서 지난해보다 42계단 추락한 49위를 기록했다.

   
▲ 이재용 부회장이 끝내 구속을 당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자 재계는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재계와 경제단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에 대해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반응이다. 사진은 430억 원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재계의 위기는 ‘최순실 게이트’ 후폭풍만이 아니다.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자국이익 우선주의, 보호주의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제품 구매, 미국인 고용(Buy American and Hire American)’이라는 정책기조아래 최근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자국 내 공장 설립 압박 등 보호주의 색채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재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미국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활용해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완성차 업체들에 국경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이 워낙 예측불가다보니 환율 또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재계에는 치명적이다. 수출 위주 기업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이 심하면 심할수록 안정적으로 경영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려워진다.
국내 산업계는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환율조작국은 환율을 조작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이 관세 등의 이유로 크게 올라갈 수 있고 이는 판매율과 직결돼 기업 입장에서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이에 자동차 업종을 중심으로 전자, 정유, 철강 등에서는 자칫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불똥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각 회사별 상황에 맞는 사업계획 전면 재검토, 긴축경영 등을 추진하며 불확실한 경제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느라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트럼프 정부가 실시하는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매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 트럼프 정부가 자국이익 우선주의, 보호주의 등을 기치로 내세우면서 수출 전선에 적색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는데다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언급되면서 재계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재계가 사상 초유의 내우외환 상황에 직면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난 2월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LG·SK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각종 대내외 변수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밀려들며 경영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들은 잇따른 경영 환경 악화에 당혹감을 드러내면서도 안팎으로 내실을 다지는 등 불확실성에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 부회장의 무죄 입증에 전력을 다하되 주요 현안들은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신속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나머지 계열사는 각 사장들이 이끌어가는 사장단협의회 체제로 경영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 부회장 구속 상황 속에서 당초 우려와 달리 미래 먹거리로 9조 원을 배팅한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의 주주들이 인수 제안을 받아들임으로써 일단 큰 고비를 넘긴 것이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구속과 일부 하만 소액주주들의 매수가에 대한 불만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삼성전자가 확실한 우호지분을 확보하며 주주총회를 무사히 넘겼다. 앞으로 마무리 작업에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은 예정대로 오는 3월말 미국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삼성은 이처럼 중요한 경영현안은 계획대로 진행하지만 추가 M&A(인수합병) 등 미래 성장동력 사업 발굴에는 차질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 등은 적어도 5월말이 지나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계열사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인터넷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그룹 22개 계열사 직원들은 21만 2,496명으로 전년대비 9515명이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내실 강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내수 점유율 하락 등 난관에 처한 현대차그룹은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하기보다는 국내를 비롯해 해외시장 상황 등 전반적으로 기존 사업을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국경조정세 도입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힘쓰기로 했다. 또한 향후 4년간 80조 원을 투자하고 올해 약 1만 명을 신입·경력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대·기아차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앞둔 지난 1월 17일 미국에 5년간 31억 달러(한화 3조 6,000여억 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더불어 미국 내 수요 추이를 고려해 신규공장 설립도 검토할 수 있으며, 제네시스 브랜드 생산을 고려중이다.
LG는 창립 70주년인 올해 꾸준한 혁신과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위기를 돌파해 나갈 계획이다.
프리미엄 가전, 올레드(OLED), 고부가 기초소재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성을 높이고, 친환경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솔루션 등 신성장사업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본격적인 성과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유망성장산업으로 부상함에 따라 전기차용 차량 부품 부문 매출을 확대하고, 카인포테인먼트 부품·커넥티드카 부품 등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 지난 2월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LG·SK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각종 대내외 변수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밀려들며 경영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SK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16개 주력 관계사들이 올해 총 17조 원을 투자하고 8,2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 및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주문하고 있는 사안들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SK는 회사의 발전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도움 되는 적극적인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GS그룹은 대내외로 어려운 경영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 신흥 시장 개척 등에 초점을 맞추는 시장 확대 전략을 취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 기조에는 동남아와 중동시장 확대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의지와도 일맥상통한다.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는 공격적으로 신흥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고, 현재는 중국 및 동남아시장 수출에서 전체 매출 중 70% 가량을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2월 21일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등 화학·식품부문 9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2017년도 조직 개편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현행 정책본부 7개 실을 가치경영팀, 재무혁신팀, 커뮤니케이션팀, HR혁신팀 등 4개 팀으로 구성된 경영혁신실로 바꾸고, 90여 개의 계열사를 유통, 화학, 식품, 호텔 서비스 등 4개의 사업부문(비즈니스유닛·Business Unit)체제로 개편했다. [사진_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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