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이어 한우까지, 전국 구제역 주의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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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이어 한우까지, 전국 구제역 주의보 발령
  • 박희남 기자
  • 승인 2011.01.0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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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 2개월 만에 재발, 당국 초동대응 부실

지난 11월29일 경북 안동시 소재 돼지농장 2곳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인근 한우 농가에서도 한우 6두가 구제역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동안 잠잠했던 구제역이 잇따라 발병하면서 정부와 축산농민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에 정부는 구제역 확산 방지를 목표로 전국의 가축시장 84곳을 모두 폐쇄하고, 구제역 방역대책 상황실을 설치해 축산연구기관 사전차단방역을 위한 긴급조치를 취하는 등 즉각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찌된 일인지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O형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인 경북

지난 29일 잠잠하던 안동시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안동시 와룡면 서현리 농장 2곳의 돼지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데 이어 농가로부터 약 8㎞ 정도 떨어진 서후면 이송천리의 한우농가에서 기르는 한우가 구제역 판정을 받았기 때문. 뿐만 아니라 의심 신고지역은 인근 청송군으로까지 확대됐으며, 양·염소에게도 의심증상이 발견됐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12월2일까지 조사된 구제역 의심신고는 경북 청송군과 안동을 포함해 15건이다. 신고가 접수된 경북 청송군 안덕면 명당리의 한우농가는 3차 발생지인 안동 와룡면 라소리로부터 북서쪽으로 42㎞ 떨어진 지점이다. 안동시 풍천면 금계리는 1차 발생지인 와룡면 서현리로부터 27㎞ 떨어진 곳이다. 이 밖에 옥동의 돼지·양·염소 농가, 서후면 저전리와 북후면 오산·도진리의 한우농가, 와룡면 이하리 돼지농가 등에서 총 15건이 구제역 판정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특히 경기·충청 남쪽인 경북지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안동의 돼지 농장에서 젖먹이 돼지 400여 마리가 지난 11월26일부터 폐사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농림수산식품부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 검사를 실시해 최종 판명했다.
이번에 발병한 구제역은 염기서열 분석 결과 다른 혈청형에 비해 전염성이 매우 강한 ‘O’형으로 확인됐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A형, O형, Asia1형, SAT1형 등 총 7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지난 5월 김포·강화 지역을 휩쓴 구제역은 A형 바이러스로 인한 것으로, A형의 경우 올 들어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O형 바이러스는 염소 등 다른 우제류보다 소, 돼지에게 발생 빈도가 높다. 특히 소보다는 돼지에 더 빠르게 전파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으며 알려진 대로 돼지는 감염시 호흡을 통해 배출하는 바이러스의 양이 소의 3,000배 이상으로 전파력이 매우 높다. 쉬운 예로 올 여름 일본 축산의 심장인 미야자키 현을 초토화시켰던 주범도 바로 O형 바이러스이다. 

한편 방역당국은 구제역 초기 발생지역인 와룡면 서현 양돈농가에서 돼지축사를 운영하고 있는 주인이 이곳에서 36㎞나 떨어진 일직 국곡리에서도 돼지축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확인, 또 다른 축산농가도 30여㎞ 떨어진 풍천 어담리에서 한우 축사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밝혀내 11월30일 오후 3시 30분경 안동시 가축방역대책본부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일직 국곡리 돼지 1만 마리와 풍천 어담리 한우 200마리를 예방차원에서 살 처분 매몰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25개 농가에서 1만 8,654마리가 매몰됐고, 나머지 119개 농가의 3만 4,596마리는 조만간 살처분될 예정이다. 이는 올해 4∼5월에 발생한 김포·강화 지역 구제역 당시의 4만 9,874마리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수많은 가축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올해만 3번 째, 청정국가 이미지 타격

경기 김포, 충남, 청양 등 금년 들어 벌써 3번째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이번 안동 구제역은 지난 9월27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받은 지 불과 2개월여 만에 벌어진 사고이다. 지난 1933년도 충청북도와 전라남북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우리나라는 이듬해 1934년에 종식된 이후 66년 만인 2000년에 15건, 2002년에 16건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그리고 2010년 1월 경기도 포천·연천 지역을 시작으로 강화·김포·충주·청양을 휩쓸며 총 17건의 구제역이 발생, 5만 5,380마리의 가축이 살 처분되고 1,530억 원의 국가재정이 투입됐다.

그러던 중 지난 9월27일 세계동물보건기구로부터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을 승인받은 것이었다.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뒤 국제규정에 따라 방역 및 사후 절차를 성실하게 수행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청정국 지위를 조기에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회복함에 따라 그동안 중단됐던 국내산 돼지고기 등 축산물 수출 재개는 물론, 국내산 쇠고기의 첫 미국 수출을 위한 협의절차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불과 2개월 만에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편 청정국 지위가 박탈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돼지고기 수출 전면 중단 등에 따른 국내 축산농가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돼지고기·소고기 수출 물거품 되나

사실상 경북 안동의 구제역 청정지위는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자동 상실됨에 따라 돼지고기 등 축산물 수출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나아가 내수 부진까지 예상되고 있다. 도내 축산브랜드 및 가공업체들에 따르면 안동 구제역사건으로 인해 도내 축산브랜드 업체들이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일례로 화성에 위치한 아이포크영농조합법인은 지난 8월부터 일본 바이어의 요청으로 삶은 내장 등 가열육제품의 첫 수출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었다. 육가공장과 도축시설을 일본 위생기준에 맞추고 수출작업으로 지정받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었지만,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모든 과정이 전면 중단되면서 첫 수출에 대한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

국내 축산브랜드의 대표 도드람포크 역시 지난해까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 시범적으로 일부 상품 수출을 진행해 왔으나, 올 초 구제역으로 수출이 중단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심기일전하여 내년 초 수출 재개를 논의했지만 이번 구제역으로 현재는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제주도의 피해는 상상 그 이상이다. 안동 구제역 발발 직후 제주도의 도내 돼지 사육 농가들은 구제역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 활동을 한층 강화하고 있으며 그러한 일환으로 진입로에 석회가루를 뿌리는 것은 물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는 등 구제역 방지를 위한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췄다. 여기에 제주도는 타 지역에서 생산한 소와 염소, 사슴 등의 우제류 반입을 전면 금지하고 공항과 항만에서는 불법 축산물 일제 단속과 함께 입도 차량과 관광객 소독도 철저히 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혈을 기울였던 일본 수출은 사실상 무산되었으며, 태국 수출 선적도 취소되는 등 구제역 발생 하루 만에 제주산 돼지고기 수출에 큰 타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구제역은 국가 단위로 청정국을 인정하기 때문에 경북에서 발생한다 해도 제주도에 영향을 미치고 일본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아쉬운 감정을 토로했다.  
한편 구제역 발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축산물 가격도 뚜렷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출하량 역시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게 사실. 지난 11월30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한우 출하량(두)과 경락가격(kg)은 지난 10월에는 일평균 930두, 1만 5,008원에서 11월26일에는 1,043두, 1만 4,277원이었으나 11월29일에는 273두에 1만 3,246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돼지고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10월 일평균 7,296두, 3,817원이었던 가격은 11월 26일 7,459두, 3,928원으로 안정세를 유지하는듯 싶었으나 구제역 발생 직후인 29일에는 6,617두, 3,887원으로 하향세를 나타냈다. 

“구제역이 뭐라고” 구제역 하나에 울고 웃는 사람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구제역 발생 여파로 누군가는 미소를 또 다른 누군가는 울상을 짓고 있다.
먼저 한 해 씨름을 총결산하는 천하장사대회는 때 아닌 안동 구제역 발발로 큰 피해를 입게 됐다. 기존대로라면 천하장사 씨름대회는 지난 8일부터 안동에서 개최되어야 했다. 이 행사는 스페인 씨름인 루차카나리아 팀까지 초청해 5일간 다채롭게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경북 안동 지역에 불어 닥친 구제역 대란으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구제역 상황을 보고 날짜를 다시 잡아 안동에서 열기로 수정했다.

식당가들 역시 구제역이 길어질까 노심초사다. 이들은 한우와 돈육 가격이 올라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우려하며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고깃집 등 일반음식점들도 구제역이 자칫 소비감소로 이어질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백화점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대형마트는 한우를 찾는 소비자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1등급 한우를 반값에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 실제로 한 대형마트에서는 이제 막 점심시간이 지났는데 벌써 준비된 한우가 동이 났다. 대형마트에서 값비싼 한우를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이유는 전국한우협회, 대한양돈협회 등 축산물 관련 단체들이 농가와 함께 최우선적으로 구제역 잡기에 나서면서 소비촉진을 위한 할인행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 이에대해 장기선 한국한우협회 사무국장은 “시중에 유통하고 있는 한우는 구제역과 일절 상관이 없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며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이달 중순부터 이마트, 홈플러스, 농협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판촉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걸리면 치사율 100%, 저승사자로 불리는 ‘구제역’

그렇다면 전국을 공포에 떨게 만든 장본인 ‘구제역(FMD)’은 어떤 질병일까. 구제역(FMD: Foot-and-Mouth Disease)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과 같이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동물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급성 가축전염병으로,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현재 세계동물보건기구는 구제역을 가장 위험한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병원체는 구제역 바이러스이나, 섭씨 50℃ 이상의 온도(56℃에서 30분, 76℃에서 7초 이상 가열시 사멸)에서 파괴되고 강산이나 강알칼리(pH 6이하 또는 9이상) 조건에서 쉽게 감염력을 잃으며 보통 2~8일 정도로 잠복기가 짧고 길어도 최대 14일 정도에 불과하다. 주요 증상으로는 입술, 잇몸, 구강, 혀, 코, 유두 및 발굽 사이에 물집(수포)이 형성되고 보행불편, 유량감소 및 식욕이 저하되어 심하게 앓거나 폐사에 이른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편인데, 크게 3가지 경로를 통해 전파된다. 첫째, 질병에 걸린 동물의 수포액, 침, 유즙, 정액, 등에 오염된 사료·물을 먹거나 또는 직접 접촉에 의해 전파된다. 둘째, 발생농장의 사람(농장 종사자, 사료·동물약품 판매원 등 방문객), 차량(사료·가축출하·집유차량 등), 기구 등에 바이러스가 묻어서 다른 농장으로 전파되는 간접접촉가 있다. 셋째, 발병 가축의 재채기나 호흡할 때 생기는 오염된 비말이 공기(바람)를 통해서도 이웃 농장에 전파되는 공기전파가 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구제역이 사람에게도 전염이 되느냐’ 인데,  답은 NO다. 구제역인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므로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의 구제역 발생지역에서 구제역에 걸린 가축과 접촉한 사람 중 구제역에 감염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소 등 가축 도축 후 예냉 과정에서 고기가 숙성되며, 그 과정에서 그 고기의 산도(pH)가 낮아지므로 고기에 있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자연 사멸되며(pH 6이하 또는 9이상에서 불활화), 구제역 바이러스가 열에 약하기(50℃ 이상에서 사멸) 때문에 쇠고기를 요리할 경우 구제역 바이러스는 파괴된다. 참고로 구제역 바이러스는 56℃에서 30분, 76℃에서 7초 가열시 사멸된다.

끝으로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안타깝게도 치료가 불가능하고, 설사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생산성이 크게 저하되어 농가에 커다란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 때문에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자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출처 농림수산식품부/국립수의과학검역원>

구제역 피해 최소화하는 방법은 신속한 신고

구제역이 발발할 경우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단하다. 조기에 발견하는 것과 신속한 신고 체계를 구축하는 것. 실제로 대만의 경우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조기박멸에 실패하며 경제적 피해가 컸던 가장 큰 원인은 신속한 신고 체계 구축과 이동제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농가들이 감염된 돼지를 가축이나 도축장으로 출하해 전국으로 확산되는 등 이동제한에 실패했고, 그 다음 신속한 신고와 진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대만전역으로 확산돼 양돈 산업 붕괴와 수출중단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가까운 방역 기관에 신고해야 하며 더불어 이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구제역 유입방지를 위한 구제역 유입방지기금 모금운동을 전 축산인의 운동으로 승화해 유입방지는 물론, 최초로 발생을 신고한 농가의 경제적 피해를 적극지원해주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가축위생방역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구제역 발생시 유기물(분변, 오줌, 사료 등)은 각종 병원성 미생물의 서식처가 되며 소독약의 효력을 저하시키므로 소독 전에 철저히 청소를 한 후 소독하고, 고압세척기를 이용해 축사 천장, 벽 및 바닥을 적신 후 브러쉬, 수세미 등으로 문질러 분변, 오물 등을 깨끗이 제거하고 세척한 다음, 완전히 건조되면 소독약을 살포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소독약은 약제별로 다르긴 하지만 권장희석배수로 비침투성 표면의 경우 1㎡당 약 100㎖의 소독제를 살포하고, 콘크리트나 목재와 같은 침투성표면의 소독시에는 1㎡당 약 200㎖∼300㎖의 소독제를 살포하며 보통 10∼30분이 지나야 완전한 효과가 있으므로 소독 즉시 물로 세척하지 말고 젖은 상태로 접촉시간을 충분히 주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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