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반도체 시장은 쾌청, 건설·조선은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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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반도체 시장은 쾌청, 건설·조선은 흐림
  • 김미란 기자
  • 승인 2011.01.06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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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기 둔화로 수출 활력 저하, 경제성장률 4% 내외 기록 전망

위기에서 빠르게 반등했던 세계경제가 2010년 하반기 이후 성장 활력이 떨어지면서 올해에는 성장률이 3%대 초반으로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과거처럼 더블딥이나 재정위기 등 위기가 단기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경제의 불확실성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제약하면서 선진국 경기는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며, 개도국도 성장률은 낮아지지만 상대적으로 건전한 재정을 바탕으로 내수중심의 안정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이 3%대 초반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2011년 국내경제 성장률은 이보다 높은 4%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세계경기 둔화로 수출 활력이 뚜렷하게 저하되고 향후 수요확대가 불투명해지면서 설비투자 증가세가 감소하고 건설업 구조 조정과 지자체 및 공기업 부채 등으로 건설투자의 전망은 특히 어둡다.

2010년 6.2%를 전망했던 성장률이 올해 4%로 점쳐지고 있는 것은 경기회복 기간 중 우리나라가 누렸던 세계교역 환경의 이점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구재와 관련 부품, 장치산업 부문의 대기수요가 충족되면서 이들의 수요 둔화와 가격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는 것.
투자의 활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09년 극심한 투자위축에 따른 시설 부족과 수출의 빠른 증대가 2010년 설비투자의 가파른 상승을 이끌어왔지만 올해에는 설비확장의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이 계속되어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에 세계 경제 상황이 다소 안정되면 국내경제도 회복국면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증가율 한자리수로 하락

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은 수출이다. OECD 경기선행지수가 우리 수출에 2∼3개월 선행되는데, OECD 지수가 4월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세계경기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우리 수출도 활력이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LCD 등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은 2011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일본, 대만 등의 공급확대로 수출단가 하락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며, 철강, 석유화학 수출은 투자 조정을 통해 경기 확정 속도를 조절하고자 하는 중국의 수요 변화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둔화된 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일본과 구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개도국 시장에 소홀했지만 2011년 이들 국가의 기업들은 신흥시장을 잡기 위해 현지화 전력을 크게 강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여건은 지난해보다 불리해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원화는 주요 경쟁국 환율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되고, 중국의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중국을 생산기지로 하는 우회수출의 원가경쟁력이 떨어져 결국에는 세계경기의 둔화와 경쟁여건의 악화 등으로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한자리수로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손경식 회장/이하 대한상의)는 2011년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상의가 전국 1,564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1.4분기 기업경기전망 조사’ 결과 1분기 전망치가 111로 집계, 7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상회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관계자는 “경기악화보다 경기호전을 기대하는 기업들이 많긴 하지만 체감경기 하락세가 지속되는 것을 볼 때, 경기하락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침체 벗어나, 메모리 부문 57% 증가

산업경기도 전반적으로 성장폭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산업별로는 반도체와 기계, 자동차가 호조를 보이고, 철강과 조선은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1월26일 ‘2011년 산업전망 세미나’를 개최,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수요 증가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전망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브랜드 인지도 상승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는 자동차산업의 전망도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의 투자 및 노후설비 교체가 지속됨에 따라 기계 산업도 전망이 좋을 것으로 전망 된다”고 발표했다.

먼저,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2011년 국내경제 성장률은 4% 내외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출은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활력이 저하되고, 향후 수요확대가 불투명해지면서 설비투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는 가운데,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고용과 임금 회복으로 소비는 상대적으로 둔화폭이 완만할 것이라는 게 신 연구실장의 전망. 또한 엔화가 내년 중 약세로 반전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평균 1,100원에 달해 경쟁국 대비 높은 절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전년대비 39.1% 성장한 3.020억 달러를 기록하며 2008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침체에서 벗어난 양상을 보였다. 특히 반도체 중에서도 메모리 부문은 57% 증가한 687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침체기에 투자한 결실을 맺으면서 2010년 10월까지 42억 달러의 수출을 달성했다. 올해에도 시장 규모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 등 신흥국 수요의 점진적인 회복으로 성장폭은 5%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에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특수를 노릴 만한 이벤트가 없기 때문에 전형적인 ‘상저하고(上底下高)’ 현상이 전망되는 가운데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반도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LCD 시장도 전망이 밝다. 지난해 4분기 들어 LCD 업계의 TV 패널 재고 소진 차원에서 가동률이 하락했고, 연말 미국 등 선진시장의 가격 프로모션 강화로 LCD TV의 수요 탄력도가 증가해 1분기 중·후반부터는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전체적으로 봤을 때 LCD 수급은 소폭의 공급과잉이 예상되지만 지난해보다는 공급과잉 폭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LCD수요는 LCD TV의 성장률 둔화로 인해 16% 증가에 그치지만 업계의 생산능력 증가율은 그보다 높은 18%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2013년부터는 수요 성장률이 한자리 수대로 둔화될 전망이다. 선진시장 위주의 보급률 확대 및 디지털 방송 전환율 증가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에는 중국 및 남미 등 이머징 시장이 LCD TV 판매량의 55%로 선진시장 규모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 시장 반등,  성장세 계속

기계와 휴대폰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그 폭은 전년 대비 둔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지난해 기계산업은 2009년의 부진을 딛고 성장세를 보였다. 3분기까지의 실적만 보더라도 내수시장이 30% 증가했고, 중국, 미국, 일본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보이며 전년대비 33.5% 증가한 227억 달러를 기록했다. 건설기계는 102.7%, 섬유기계 56.9%, 가공공작기계 46.4%, 냉동공조기계 44.6%, 운반하역기계 29.7% 등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반면 내연기관과 터빈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에도 기계부문 성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내수 증가율은 전년보다 상대적으로 낮고, 수출도 세계경기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EU권 일부국가의 금융 불안 우려가 있어 13%대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팀장은 “생산은 내수 및 수출증가율이 모두 지난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전년대비 11.2%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수입 역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제조장비,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 우리의 경쟁력이 취약한 장비 및 부품 수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9년 마이너스 성장 이후 반등에 성공한 휴대폰 시장도 성장세가 예상된다. 2010년 선진국은 스마트폰이, 신흥국은 No-Brand 업체들의 휴대폰 판매가 성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Apple과 RIM 등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했고, 전세계 시장의 36%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초저가 휴대폰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No-Brand 휴대폰의 시장 규모가 37.0%까지 상승했으며,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열기가 이어지며 2010년 3분기 이후 휴대폰 판매의 30% 이상을 스마트폰이 차지했다. 2011년에도 이 상승세는 계속된다. 최현재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위원은 “경기침체가 마무리되고 아이폰 성공 이후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하드웨어 경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가 하면, 10여 개의 신차가 출시되면서 자동차 내수시장도 3% 내외의 증가세가 전망되고 있다. 수출은 원화강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되지만 서유럽을 제외한 미국 및 신흥국의 자동차수요 증가세, 엔고에 따른 국산차의 상대적인 가격경쟁력 상승, 한-EU FTA 발효, 국산차의 품질향상 및 신모델 투입확대 등으로 5∼7%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벌크선 인도량 증가에 신조선 발주는 감소

반면, 2011년 글로벌 철강수요는 개도국의 안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수요가 회복되지 않아 5% 증가에 그칠 전망되며, 공급은 중국의 지속적인 설비증설로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철강 시장도 마찬가지다. 건설, 자동차 등 수요산업의 안정적인 생산 활동에도 불구하고 2010년 급등에 대한 기저효과로 수요는 전년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공급은 국내 철강사들의 설비증설로 공급과잉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시경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수주 및 재고 등을 고려해 볼 때, 2011년 중반으로 갈수록 판재류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선시장은 선주들과 조선사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선박금융이 회복될 전망이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에나 컨테이너선 발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벌크선은 인도량이 증가하면서 신조선 발주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도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사들이 아직 설계와 건조기술에 우위에 있어 한국의 수주점유율 1위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과적으로 2011년 경제는 지난해보다 성장활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 한 번 커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세계경제의 흐름에 민감성을 보여 온 우리나라가 글로벌 위기 발생의 충격이 확대되어 나타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상의 관계자는 “여전히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만큼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LG경제연구원, 전국경제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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