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철강 소재 분야를 선도하는 ‘브레인 집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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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철강 소재 분야를 선도하는 ‘브레인 집합소’
  • 정대윤 본부장/글_장용준
  • 승인 2010.12.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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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산학협력 과제 수행…기술 경쟁력 증진에 기여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범용 소재와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금속 소재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범용 소재인 철강 소재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물보다 싼 저가의 소재이면서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다기능성 소재인 철강 소재를 대체할 신소재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가격과 생산량 측면에서 철강 소재가 갖는 우월성을 극복하기란 오랫동안 불가능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세계 각국은 여전히 철강 소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대학교 환경중심신소재공정연구실(실장 이준호 교수/이하 연구실)이 중심에 서서 이 분야의 연구를 이끌어가고 있다.

환경 중심적인 혁신적 공정 개발 박차

철강 생산 공정은 국내 에너지 소비량의 12%를 차지한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대한 국제적 요구와 고품위 연·원료의 고갈로 인한 가격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철강 공정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환경 중심적인 혁신적 공정의 개발은 물론, 기존 철강 공정에서 회수되지 않고 버려지는 에너지 및 자원의 리싸이클링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철강업계를 비롯한 각계가 연구실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는 이유이다.

연구실은 소재의 고온 물리화학 성질에 대한 기초적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한 철강 및 비철 소재의 친환경 고온 공정 기술 개발 및 자원 리싸이클링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국가 중장기 전략적 관점에서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제철기술의 개발이 필요한데 연구실의 경험과 노하우는 이러한 기술개발에 크게 공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2009년 3월 환경중심신소재공정 연구실로 명칭을 변경한 연구실에는 수장인 이준호 교수를 비롯해 박사과정 1명, 석사과정 6명 등 총 8명의 브레인들이 대한민국 철강 소재 분야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전기로 더스트 중 유가 금속 회수 기술 개발’ 등 환경중심신소재공정연구를 통해 많은 성과를 선보였다. 연구실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1월 ‘2010 산학협력 엑스포’, ‘고려대학교 Star Lab’에 선정됐다.

마이크로웨이브 이용 기술 개발에도 주력

연구실은 다양하고 유기적인 산학협력 체제를 갖추고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다.

2007년도부터 POSCO 철강 전문 연구실로 지정되어 차세대 제철 기술인 FINEX 공정기술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에 있고, 철강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가 POSCO와 같이 개발한 산학협동 강좌인 ‘철강기술강좌’를 개설·운영 중이다.

또한, 지식경제부 산업원천 과제로 POSCO, 동부메탈 등과 공동으로 고합금강 제조를 위한 고기능 합금철 정련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고, 현대제철,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 등과 함께 철강 용융 슬래그 조성 및 냉각제어 프로세스 개발 등 다양한 산학협력 과제를 수행 중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고온 공정 기술의 원천기술로 마이크로웨이브 이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웨이브 이용 기술은 고온 공정 분야에서는 지금까지 사용되지 않았던 소재의 자기적 성질을 이용함으로써 소재를 내부에서 직접 가열하여 공정 시간 단축 및 장치의 단순화, 발생 더스트 저감을 가능하게 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기존의 고온 공정에서는 연소에 의해 반응에 필요한 열에너지를 공급하는데, 많은 경우 열전달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실제 공정에 필요한 온도보다 높은 온도의 열에너지를 공급해야 했던 단점을 보완한 신기술이다.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이 교수는 이와 관련해 국가 중장기 전략적 관점에서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제철기술의 개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 개발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향후 에너지 공급은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이고 원자력과 바이오 연료의 연소를 통해 얻게 되는 수소 및 전기 에너지가 주된 에너지 공급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저가의 마그네타이트계 분철광석을 활용한 제철 기술의 개발이 요구된다고.

이 교수는 “전자기적 특성이 우수한 마그네타이트계 분철광석과 마이크로웨이브의 조합은 자원 문제와 에너지 문제, 환경오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연구실의 경험과 노하우는 이러한 기술개발에 크게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에너지관리공단의 후원으로 전기로 더스트 중 유가 금속인 아연과 철을 효과적으로 회수하고 배출되는 슬래그를 무해화 처리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 연구실은 현재 한국환경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전로 및 전기로 슬래그 중 함유된 유가 성분을 회수하고 슬래그를 고부가가치화 시키는 연구도 진행 중에 있다.

철강은 新소재가 아니라 神소재

이 교수는 철강은 新소재가 아니라 神소재라고 말한다. 인류 역사상 철강 소재를 완전히 대체할 소재는 여태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현재 국내 에너지 소비량의 12%를 차지하는 철강 제조업의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저급 원료 사용을 통한 기술 경쟁력 증진 등에 대한 연구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수출 중심의 국내 경제에서 국내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고급 철강 제품의 안정적 공급이 매우 중요하다”며 “원자재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철강사로서는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저급 원료 활용 기술의 개발이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국내 철강사들은 물론, 정부,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금의 우리가 누리는 것들을 후손들에게

이 교수는 지금까지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면서도 언제나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마음 한구석에 새겨 놓은 다짐이 하나 있다. 이는 학문을 연마하고 연구함에 있어 절대 내려놓을 수 없었던 학자로서의 신념이자 철학이다.

“물, 공기, 밝은 태양과 같은 것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신으로부터 값없이 받아 누리고 있는 것들입니다. 제가 하는 연구들은 미래의 우리 후손들이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문명의 이기들을 평화적으로 계속 누리게 하기 위한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환경을 보전하며 자원과 에너지의 활용을 극대화시키는 환경 중심적인 공정 개발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철강 분야가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는 연구 분야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보편타당한 행복을 위해 자부심을 갖고 내일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이 교수의 연구와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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