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4일~6일, 교육과학기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주관한 ‘2010 산학연협력 엑스포’가 개최됐다. 이번 엑스포는 산학연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널리 부각시키고, 대학이 보유한 우수 특허기술과 연구 성과의 기업 이전과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엑스포에는 고등학생, 대학생, 기업 관계자 등 총 25,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역대 최대의 관람객 수를 기록했는데, 유난히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 있었다. ‘올해의 발명: 스타연구실’로 선정돼 엑스포에 참가한 ‘고려대학교 인공지능겴읏尹諛?미술치료 연구실’(실장 김성인 교수/ http://aaalab.korea.ac.kr/이하 연구실)이 그곳이다.

인공지능-미술치료 접목한 ‘CAT 시스템’ 세계 최초 개발
1980년 인공지능겴읏尹諛瓮?시작한 연구실은 6년 전 미술치료를 덧붙여 인공지능겴읏尹諛?미술치료 연구실(AAA Lab: Artificial intelligence_Applied statistics_Art therapy Lab)로 이름을 바꾸었다.
연구실은 여러 학문 간의 융합에 매진하며 컴퓨터, 응용통계, 산업공학, 형법, 품질관리, 생산관리, 교통공학 등의 학제 간 연구를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컴퓨터 형량결정, 지능형 품질 시스템, 지능형 교통 시스템, 지능형 최적 생산 시스템 등을 개발해 왔고, 특히 인공지능과 미술치료를 접목시키는 연구인 ‘CAT(Computational Art Therapy, 컴퓨터 미술치료)’ 분야를 세계 최초로 개척, 최근 6년 간 연구해 오며 12편의 국제저널 게재, 8편의 국제학술 발표, 9건의 국내외 특허 취득 및 출원 등의 업적을 일구어 냈다. 현재 연구실은 전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 있어서는 독보적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연구실이 개발에 성공한 CAT 시스템은 그동안 과학적, 객관적이지 못해 질서정연한 논리나 잘 짜인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웠던 미술치료 분야에 그 방법론과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실은 미술치료 분야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 분야를 접목시켰다. 컴퓨터가 미술치료사의 전문지식을 갖고 미술치료를 수행하도록 한 것.

연구실에 따르면, 현재의 CAT 시스템은 색상과 관련된 사용한 색깔의 수, 색깔의 종류, 주제색과 부제색, 일차색과 이차색, 찬색과 더운색, 보색, 색상의 다양성 등을 분석하고, 그밖에 그림의 상세함, 배치의 균형, 화면의 사용 정도 등 주요 요인들을 평가하여 그림으로부터 심리적 상태를 진단한다. 이 결과는 미술치료에 상당히 유용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CAT 시스템은 부모나 교사들이 자녀나 학생들의 심리적, 정신적 징후를 집이나 학교에서 조기에 발견하여 미술치료사나 정신과 의사의 치료시기를 놓치지 않는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정신병원을 기피하는 현실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은 컴퓨터의 기술이 사진을 어느 정도 분석할 수는 있어도 사람이 그린 그림을 분석하기에는 요원해 현재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김성인 교수(정보경영공학부 교수)는 “미술치료 분야도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을 수용하여 하나의 정체성을 지닌 학문으로서 정립되고, 기법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전 세계적으로 모든 연령대의 정신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하며 “CAT 시스템은 첨단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컴퓨터 형량결정 시스템’ 개발
연구실이 컴퓨터 미술치료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김성인 교수의 창조적 발상이 큰 역할을 했다.
김 교수는 대학시절부터 ‘미래는 학제 간 연구에 의해 발전해 나갈 것’이란 확신과 신념을 갖고 있었다.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공과대학 응용수학과에 진학한 것은 이러한 김 교수의 마인드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의 학제 간 연구의 시작은 공과대학 응용수학과 재학 중의 1973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대법관이셨던 선친의 도움으로 ‘컴퓨터 형량결정 시스템’ 개발을 시도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법관의 주관적, 경험적 형량결정에 컴퓨터가 객관적, 합리적, 과학적 형량을 조언하자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당시 언론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크게 받았습니다. 그러나 시기상조였는지 법관들의 외면을 받고 말았습니다.”
김 교수는 첫 경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결코 학제 간 연구에 대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거울삼아 더욱 몰두했다.
그의 관심은 폭이 넓어서 자동차의 네비게이션이 엉뚱한 경로를 조언하는 데에 착안, 산업공학 기법을 접목해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최초의 특허를 받았는데, 바로 지능형 교통경로 조언 시스템인 ‘복잡한 대규모의 도로망에서 실시간 경로 조언을 위한 지능형 시스템의 설계 및 구축’이었다.
김 교수는 이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미술치료와 컴퓨터를 접목시키는 CAT 개발에 매진하게 된다. 그러나 첫 실패 때처럼 학제 간 연구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수많은 장벽에 부딪쳤다. 컴퓨터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또는 컴퓨터에 대한 두려움에서 컴퓨터의 도움을 애써 외면하려는 관습때문에 많은 어려움들을 겪어야만 했다. 실제 이로 인해 처음부터 논문게재에 심사자의 판단이 양분되었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자신의 확고한 신념과 열정으로 연구를 인정받고 결국 CAT 개발에 성공했다.
교수는 이러한 연구를 토대로 (주)영풍 아연제련소의 광석 배합, 불순물 침출공정 제어, 주조로 일정 수립 등의 최적화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공장운영 시스템인 ‘IO(Intelligent Optimization) 시스템’을 개발, 현장의 생산성 및 품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현재 김 교수는 그동안 연구해 온 미술치료에 대한 결과 및 특허를 제품으로 개발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이들 특허가 제품화되어 미술치료의 대중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프로의식과 인내, 철저하게 강조
김 교수는 학문적 스승으로서, 또 인생의 선배로서 유독 두 가지만은 철저하게 강조한다.
먼저 ‘우리는 프로다’를 매번 강조하며 팀원들에게 매사에 빈틈없고, 치밀하고, 완벽할 것을 주문한다. 논문이나 보고서 내용은 물론이고 문장 하나하나, 낱말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티끌만한 오류도 인정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또 “지루함을 참자”고 항상 강조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한다. 그 재미있는 삼국지도 원작 소설이 아닌 만화로 훑게 되고 동서고금의 고전도 인터넷에서 요약문만 골라 읽는 인스턴트 세대가 되었다”면서 “그러나 한 순간의 지루함을 참고 나면 그 대가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세계문학전집의 어떠한 작품도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신나는 내용으로만 차 있을 수는 없다. 지루함을 참고 몇 권만 읽다보면 문장 하나하나의 참맛을 보게 되고, 종국에는 수많은 문학전집 모두가 인생의 반려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인 교수
ㆍ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 졸업, 학사
ㆍ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응용수학과 졸업,
학사
ㆍ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졸업, 박사
ㆍ대한산업공학회 회장 역임
ㆍ고려대학교 교무처장, 입학관리실장 역임
ㆍ현 (주)영풍 사외이사,
고려대학교 정보경영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