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용액을 황금으로 바꾸는 21세기 마이더스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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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용액을 황금으로 바꾸는 21세기 마이더스의 손
  • 송재호 이사
  • 승인 2010.12.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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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전해조를 이용한 고효율의 에너지저감형 귀금속 회수기술

거품으로 성장해온 자본주의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통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모양새다. 국제사회는 달러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에 반비례해 현물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인류가 찾아낸 최고의 귀금속이자 그 자체가 화폐로 통용되는 금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로써 금이나 백금과 같은 귀금속이 단순한 장신구용 재료가 아니라 국가산업 발전을 이끄는 필수 전략 금속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폐용액 속에 숨어 있는 금맥(金脈)

금은 광산에서만 생산되는 게 아니다. 전기전자산업의 에칭, 도금, LCD제조 공정 등에서 발생하는 폐용액 혹은 수세액에 미량이나마 함유되어 있는데, 이를 재처리하면 순도가 높은 금을 재생산해낼 수 있다. 이렇듯 국내에서 금이 함유된 폐용액을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약 4천억~5천억 원의 시장규모라 하니 실로 폐용액 속에 숨겨진 현금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산업원료를 전량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귀금속을 함유하고 있는 폐용액을 재활용할 수 있는 고효율의 저에너지 고속회수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우리나라는 세계 IT강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귀금속 소비 세계 1위 국가로 부상한 까닭에 이러한 기술력 확보는 매우 절실한 실정이다.

이에 선진국들은 이미 귀금속의 안정적 확보를 통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발전을 모색하는 정책을 잇따라 입안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노력이 귀금속 폐자원을 재활용하는 산업 분야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이온흡착법이나 Cementation 방법을 통해 부분적으로 귀금속을 회수하는 상업적 공정이 가동되고 있으나 낮은 회수율과 순도 그리고 높은 환경 부하공정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한 기술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가장 큰 문제는 귀금속의 농도가 매우 낮은 희박용액(리터당 수백 ppm의 귀금속이 함유)에 대한 재활용 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의 전해공정연구팀(이하 연구팀)이 수행하고 있는 연구는 범국가적으로 소중하고 절박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10월 결성된 연구팀은 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부터 매년 2억 1,000만 원씩 3년 간 총 6억 3,000만 원의 국가R&A연구비를 지원받아 전기화학적 원리를 이용한 귀금속 고속 전해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고속 전해조를 이용한 고효율의 에너지저감형 귀금속 회수기술 개발’입니다. 난류(Turbulent flow) 형성을 촉진하는 사이클론을 전해공정 습식전해조로 적용해 난류를 이용한 물질 이동 속도를 향상시키는 데 주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수경 박사는 이 연구의 중요성과 함께 기술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다소 생소한 용어가 가끔 등장하는 까닭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설명하는 목소리에 배어 있는 자신감은 충분히 느껴졌다.

또한 김 박사는 “이 연구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것으로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사이클론 전해조를 이용한 최적의 고속전해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희박용액으로부터 전해법을 이용한 귀금속 회수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단촐한 연구팀의 거대한 과제와 성과

“연구팀은 책임연구원 등 박사급 인력 4명과 석·학사급 인력 6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 용액분석, 반응속도, 사이클론, 고속전해, 전기화학 등의 분야를 담당해 순조롭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촐하게 꾸려진 연구팀이지만, 그들이 안고 있는 책임과 이뤄낸 성과는 그리 소박하지 않다. 활발한 산학연계 사업을 통해 연구성과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과학산업단지 디지털기술혁신센터에 본사를 두고 경기도 시흥시에 공장을 운영하여 연구용 시험장비와 순수 및 초순수 등 수처리 장비 등의 환경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다남이엔에이(오영민 대표)’와 함께 귀금속 재활용 사업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에너지 관련 제품의 기술개발에 집중함으로써 향후 환경제품 및 에너지 관련 제품의 핵심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연구팀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또한 연구팀에 7,000만 원의 현금과 현물을 지원하는 등 연구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저감형 고효율 귀금속 회수장치 개발이 완료되면 국내 반도체산업 등 전자산업이나 쥬얼리 가공 분야에서 발생되는 저농도 귀금속 함유 폐용약의 회수공정에 획기적인 혁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녹색성장이 강조되는 시대의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재활용산업 분야가 주목받고 있는데, 금이나 백금과 같은 귀금속을 회수하는 분야이니 재활용산업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겠지요.”

김 박사는 연구팀이 가지는 비전이 단지 학문적인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 동안 회수가 어려웠던 극미량의 귀금속을 회수함으로써 재활용업체의 수익증대에 기여하고 나아가 귀금속 원료소재의 안정적 확보체계를 구축해 국가 역량 강화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이다.

실제 금이나 백금 등은 전략적 핵심소재로 사용되는데, 현재로서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김 박사의 말대로라면 연구팀이 확보한 원천기술을 통해 귀금속 원료소재의 대외의존도를 획기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는 에너지 절감의 정점으로 고도화된 독자적 재활용 기술 확보를 통해 新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귀금속을 회수하는 ‘Green Technology’가 실현되는 것이지요.”

그들의 땀과 열정이 소중한 이유

오늘날은 한 명의 인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리는 인재경영의 시대라고 한다. 김수경 박사가 이끌고 있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연구본부의 전해공정연구팀이 이러한 시대상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이 땅에서 참혹한 전쟁과 지독한 가난을 이겨내고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이겨내기까지 수많은 인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귀중한 땀을 흘려왔다. 그리고 우리는 21세기형 강국이 되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모두가 잠든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이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땀과 노력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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