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도서관/정정식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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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도서관/정정식 관장
  • 취재/정숙경 기자
  • 승인 2005.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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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책읽기 '책 읽는 대한민국'으로
"도서관 왕국, 독서 천국으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도서관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귀중한 재산

몇년전 지하철이 책읽는 공간으로 활용되던 때가 있었다. 책읽는 지하철을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과 함께 책 대여 공간이 마련되고, 내부에도 책이 비치돼 독서 분위기를 고양시켰다.그러나 이제 독서지하철은 온데간데없다. 불과 수년 만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찾는 것이 가뭄에 콩 나듯 돼 버렸다. 문화의 중심이 바로 책에 있다고 볼 때, 도서관의 중요성은 한층 더 강조된다고 본다. 도서관은 문화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써 21세기 지식정보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화 기반 시설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책읽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책읽기를 강조해온 국가도 드물다. 책 읽는 지하철 운동을 비롯해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운동, 정부의 책읽기 캠페인, 방송사가 추진한 느낌표 프로그램 등 수없이 많은 책읽기 운동이 있어 왔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책읽기가 화두가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왜 책읽기는 아직도 우리에게 과제로 남아 있을까. 독서와 도서관 살리기 운동을 평생 과제로 여기며 30여 년 동안 단 한 순간도 열정의 끈을 놓지 않은 이가 있다. 바로 구로도서관 정정식 관장이다. 그와 책, 그리고 도서관의 인연은 중학생 시절 도서부 활동을 할 때로 거슬러 올라 간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렸을 적 꿈을 포기하며 아쉬움을 묻어놓고 살아가지만 그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늘 책을 가까이 하며 오로지 한 분야에 정성을 쏟았다. 정정식 관장은 71년 동대문 도서관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고 72년 정식사서가 된 후 정독도서관, 용산도서관, 남산도서관, 강서도서관, 종로도서관 등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는 99년 위태로웠던 공무원들의 대기 발령시절에도 스스로 팔을 걷어부친 타고난 행동가다. 92년 「작은 도서관 운동」을 추진했던 그는 94년 책의 해를 맞아 도서관에 대한 정책적인 지지와 맞물려 큰 성과를 거두었다. 작은 도서관이란 10평 정도의 공간에 6개의 열람석, 장서 1천 여권을 갖춘 아주 작은 책읽기 공간으로 도서관 및 독서 진흥법에는 11층 이상의 건물과 종업원 3백명 이상인 사업장에서는 갖춰야할 최소한의 도서공간으로 지정되어 있다. 지금은 학교에서부터 아파트, 부녀회, 고아원 등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작은 도서관을 볼 수 있다. 작은 도서관은 독서 입문 교육, 살아있는 글쓰기, 도서관 100% 활용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 을 이어가고 있어 책읽는 습관을 전파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은도서관 운동을 하며 각 출판사 등에서 기증받아 전국의 1천여개에 달하는 작은 도서관에 풀어놓은 책만도 1백만 여 권이나 된다.
현재 도서관 정책과 관련한 업무는 문화관광부에서 국립중앙도서관으로 이관됐으나 도서관 설립 촉진을 위한 독서 진흥, 출판 진흥 운동을 함께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정식 관장은 작은 도서관 운동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 문화의식을 향상시켜야 함은 이제 누구나가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생각과 이념을 실천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에 4백80여 개, 서울에는 21개뿐인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으로 국민 대다수의 문화 욕구를 만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이어 "최근 도서관계, 독서계, 출판계 등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독서진흥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독서상담사, 독서치료사, 독서지도사 등을 위한 민간 전문가 양성을 촉진함으로써 고학력 주부 여성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이제 그는 공직자 신분에 머물지 않고 학교도서관진흥법안 추진에 중점을 두면서 지속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의 노력 덕분에 학교도서관법은 현재 의원발의를 마치고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상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서치료사와 독서지도자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독서진흥법 제정을 위해 그는 달리고 있다. 올 3월 독서치료사 자격증도 따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도서관활성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그의 열정을 그 누구도 말릴 수 없을 것이다.

인류의 발전과 내적 성숙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책 속에 숨어있다. 특히 책읽기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새삼스럽다. 오는 10월 독일에서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주빈국은 우리나라이다. 주빈국의 국민으로서 그에 걸맞은 독서생활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한류의 중심을 대중문화에서 이제는 '책'이라는 한 차원 높은 문화 흐름으로 되살려야 한다. 현재 구로도서관에서는 급변하는 정보화시대에 발맞춰 디지털 정보센터를 업그레이드해 국내최초 전세계 산업정보를 제공하는 종합정보센터로 변신한다는 '구로도서관 Marketing & Communication 전략'을 추진중이다. 올바른 독서 문화에 기반한 정관장의 도서관 운동은 비록 '작은 도서관 운동'부터 시작했지만 꿈은 결코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랜 세월동안 도서관 보급을 위해 재야에서 활약한 정관장의 보람이 결실이 맺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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