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기업보다 더욱 현지화를 외친 ‘라오스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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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기업보다 더욱 현지화를 외친 ‘라오스의 신화’
  • 정대윤 본부장/임영근
  • 승인 2010.12.0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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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기업 최초 코스피 상장한 후 인도차이나반도 노리는 이 기업

코라오그룹(회장 오세영)의 핵심기업인 코라오홀딩스가 11월30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그동안 한상기업(韓商企業)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몇 군 데 있지만,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것은 코라오홀딩스가 처음이다.  코라오그룹의 오세영 회장은 “700만 재외동포 중 한국증권거래소 코스피에 상장하는 기업은 저희가 처음입니다. 이머징마켓인 라오스에서 사업을 일으켜 한국증시에 상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인도차이나 반도, ‘기회와 희망의 땅’
오세영 회장이 코라오홀딩스의 코스피 상장소식을 알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열기와 열정이 배어 있었다.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를 아우르며 실패와 성공을 거듭한 끝에 20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라오스 전체 등록 차량 중 40%가 현대겚蓚팃湯?알려져 있다. 이 놀라운 점유율은 온전히 지난 13년 동안 오 회장이 라오스 자동차시장에 쏟아온 열정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기업보다 더 현지화해 라오스 국민들의 신뢰를 얻었다. 또한 그들과 미래를 함께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현지에서 취한 이익을 꾸준히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더욱 큰 애정을 받게 된 것이다. 이 결과 라오스그룹은 라오스 대학생들이 가장 취직하고 싶어 하는 첫 번째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라오(KOLAO)라는 기업명은 코리아(Korea)와 라오스(Laos)를 합쳐서 만들었다. 수도 비엔티안에서 자동차 조립, 판매사업을 시작으로 라오스의 경제성장을 함께 일궈왔다. 그리고 현재는 바이오에너지, 전자유통, 건설, 금융, 물류 등 6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인도차이나 반도를 무대로 한 새로운 신화를 꿈꾸는 중이다.

1999년에 공업도시인 사바나켓의 공장을 인수해 자동차 조립라인을 갖췄고, 2002년에는 라오스 최초로 서비스센터를 열어 고객만족을 위한 경영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이듬해에는 독자적인 브랜드로 오토바이 생산을 개시해 출하 전 100% 예약판매 완료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러한 현지의 열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고, 수도인 비엔티안 시내에 직영 판매장을 오픈하는 등 전국 136여 개의 딜러망과 프랜차이즈를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코라오그룹 오세영 회장의 야망과 열정을 단지 기업활동으로 봐서는 곤란하다. 2007년, 라오스 국민들과 바이오디젤 원료인 자트로파를 경작해 국민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했으며 그린에너지사업에 앞서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현재까지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라오스에서 코라오그룹의 존재 의미는 이윤활동을 하는 외국계 기업이 아닌 소득증대와 환경보존에 앞장서는 그야말로 국민기업으로 안착한 셈이다.

“전자유통사업과 금융사업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견인차 역할을 해온 자동차와 오토바이 조립, 제조, 판매분야에서 역시 핵심역량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다만 저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라오스는 물론 인도차이나반도를 기회와 희망의 땅으로 일궈내는 것입니다.”

신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오 회장이 걸어온 길이 탄탄대로였던 것만은 아니었다. 1990년 11월, 청년의 몸으로 베트남 공항에 발을 딛은 오 회장은 건설플랜트 장비를 공급하는 사업을 펼쳤다. 그러나 1996년 해당 업종이 수입규제에 묶이면서 뼈저린 실패를 겪어야 했다.

“1980년대 말 인도차이나반도가 시장개방정책을 펼쳤습니다. 당시 한국의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저는 그곳이 곧 기회의 땅으로 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죠. 시장이 막 개방된 덕에 물자조달이 절실할 때여서 물건을 팔면서도 대접받던 시기였습니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화교세력들의 기득권이 형성되기 전이어서 상대적으로 손쉽게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기회와 가능성을 확신했던 도전이었기에 그 실패가 그리 절망적으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오 회장은 그 즉시 라오스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현대겚蓚팃糖?판매하는 코라오홀딩스를 설립했던 것도 이 무렵의 일이었다.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고 그는 코라오그룹과 오 회장의 신화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수 년 뒤 수입판매 뿐 아니라 반제품조립생산(CKD) 공장을 설립해 본격적인 조립생산에 나섰다. 이 덕분에 현재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모닝은 라오스시장에서 인기절정을 달리고 있다.

“아직 성공이라는 말을 운운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라오스는 일인당국민소득(GDP)가 채 1,000달러가 되지 않는 나라입니다. 이번에 상장한 코라오홀딩스는 자동차, 오토바이, 그리고 그에 따른 부품 등을 판매하는 회사로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시장확대와 매출증대가 가속화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나 태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국민소득이 1,000달러를 넘기던 시점부터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죠.”

오 회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코라오그룹의 신화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셈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라오스 경제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이와 맞닿아 있는 코라오그룹 및 코라오홀딩스의 매출증대는 기하급수적으로 확장하게 된다는 것.

게다가 지난 2008년 인도차이나뱅크를 설립해 최초의 한국계 종합금융은행으로 유명세를 치르는 중이다. 이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코라오그룹의 신뢰를 바탕으로 설립 9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가뿐하게 돌파하고 1년 만에 민간은행 4위로 발돋움하는 등 세계적인 화제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오 회장은 금융사업을 그룹의 중요한 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며 조만간 증권사와 보험회사까지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세계를 향해 눈을 돌려라
“우리의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보도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시려옵니다. 외국어는 물론이고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실력과 역량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그는 세계 모든 곳이 기회의 땅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세계 어디에서든 도전만 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해외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각자의 꿈과 취향이 맞는 나라를 선택해 그들과 어울려 생활하고, 배우고, 가르치며 함께 호흡한다면 우리의 민족 특유의 근면성과 성실함 그리고 열정이 더욱 눈부시게 빛나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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