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 주의 당부하는 '민원예보' 발령 대책 시급
'휴대폰 공짜', '휴대폰 30만원 할인' 등을 미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위가 좀처럼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가져?채 가입회사만 바꾸는 번호이동성 제도가 시행되면서 갖가지 사기행위 및 과장광고가
판치고 있다. 특히 가입비 등의 명목으로 3만∼7만원의 선금만 챙긴 채 줄행랑을 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가입비 명목 3만원∼7만원 선금만 챙긴 채 줄행랑
공짜단말기를 준다며 소비자를 속여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부당 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은행이나 길거리, 인터넷 등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공짜 또는 싸게 파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으나 실제로는 제값보다 더 치르도록 하는 소비자 피해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피해 유형은 가판에서 공짜로 단말기를 준다고 해서 구입했으나 나중에 요금 청구서에 단말기 할부대금을 청구하는 경우다. 또 요금이 저렴한 자사로 번호 이동할 경우 현재 내고 있는 요금수준이면 단말기 할부금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요금 절감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아 단말기 할부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불법보조금 지급이나 무료통화 제공 등을 미끼로 한 휴대전화기 판매가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번호이동성제가 완전 자유화된 이후로 사기판매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는 추세다.
'쓰시던 요금 그대로'에 속았다
지난 8월 중순경 김모씨는 강남역 지하도에 마련된 한 이동통신사의 가판에서 요금이 싼 자사로 번호이동을 할 경우 지금 내고 있는 요금수준이면 최신형 휴대전화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직원의 말을 믿고 번호이동을 신청했다. 당시 가판에는 "쓰시던 요금 그대로 내면서 핸드폰은 무료로 가져가세요"라는 광고문구가 걸려있었고, 판매원도 단말기가 '공짜'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해 김씨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달 후 집으로 날아온 요금 청구서에는 공짜라는 약속과 달리 버젓이 단말기 할부금 2만2000원(24개월 할부)이 포함되어 있던 것이었다. 게다가 요금도 번호이동 전에는 월평균 4만원에 불과했지만 청구서에는 단말기 할부금 포함, 6만원이 넘는 금액이 청구돼 있었다.
이동통신사 판매원은 자사의 요금이 싸기 때문에 기존 요금과의 차액이면 단말기 할부금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요금 할인 효과가 미미해 김씨는 종전과 같은 수준의 휴대전화 요금은 물론 추가로 단말기 할부금까지 물게 된 것이다. 김씨는 "가입신청서를 작성할 때 내가 사인을 하고 난 다음 직원이 신청서에 뭔가를 체크했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단
말기 할부요금 청구에 대한 사항이 적혀있었다"며 "이동통신사들이 사기를 쳐도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공짜 미끼로 사기 횡행하는 불법 영업행위
고가의 단말기 구입을 부담스러워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다며 예약금조로 돈을 거둬들이는 사기도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한 카페는 지난달 30일까지 3만원의 예약금을 납입하면 핸드폰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광고, 가입자들로부터 돈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지난달 31일부터 휴무에 들어간다는 공고만 나올 뿐 잠정 폐쇄됐다.
B사이트도 가입비 2만원과 제세공과금 5만원을 납부하면 K사의 최신형 휴대폰을 지급한다며 가입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이 사이트는 현재 요금 지불자의 문의만 올라올 뿐 사실상 활동이 중지된 상태다. 대학가에서도 학생들을 중심으로 3만원에 예약가입을 받은 뒤 단말기를 지급하지 않은 채 사무실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한 업자들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막상 단말기를 지급할 때 조건이 변경됐다며 최고 38만원의 돈을 내야 한다는 말바꾸기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해당업체와 직접적으로 계약을 맺은 사실이 없으며 단말기 보조금 지급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사를 사칭해서 이뤄지는 불법 영업행위와 관련 소재가 파악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시정조치 요구, 내용증명 발송 등의 조치를 취했으며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형사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통사, 사실 알면서도 관리 소극적
고객 끌어오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이동통신사들은 일부 대리점·판매점의 이 같은 행위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리에 소극적이어서 비난받고 있다. 인터넷 D포털 사이트 카페 '공짜휴대폰 문자사랑'의 한 게시판에는 최근 '핸드폰 가격만큼 무료통화 요금으로 돌려 받자. 4월 기종'이란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이 글에는 22개 휴대전화기의 이미지와 가격이 소개돼 있고, 모든 기종에 대해서는 출고가격 40∼100%에 해당하는 '무료통화요금'이 주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무료통화요금은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지급이 엄격히 제한되면서 현금할인 대신 그에 해당하는 무료통화 시간을 고객에게 주는 음성적 거래다. 요금이 저렴한 자사로 번호 이동할 경우 현재 내고 있는 요금 수준이면 단말기 할부금까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요금 절감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아 단말기 할부금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에 접수된 소비자민원은 지난해 1∼6월 20건이었던 것이, 7∼9월 64건, 10∼12월 132건으로 크게 늘었고, 올 들어서는 3개월간 무려 205건이나 됐다.
사정이 이런데도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 이통3사의 불법 판매 대리점에 대한 자체관리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월평균 25건, 올 들어서는 월 평균 40건 정도의 대리점 제재 조치를 내렸고, KTF는 지난해 109건, 올해는 14건에 그쳤다. LG텔레콤은 월 평균 5건에 불과했다. 특히 가벼운 경고조치가 대부분이어서 최근 과열된 시장상황을 감
안했을 때 관리의지가 부족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통신위 시장감시활동 강화하고 사업자 제재여부 검토
통신위도 시장감시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위법 사실이 나타나면 사업자들을 제재하기로 했다. 양동모 통신위 조사1과장은 "자체적인 시장감시활동 결과 현장 판매원들의 무리한 실적올리기 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를 속이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 이통사들에게 부당 행위를 중지하고 판매원 교육을 철저히 할 것을 명령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부당 판매 행위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조사를 계속 진행해 사업자의 위법사실이 밝혀질 경우 10월에 예정된 통신위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 제재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사정이 이런데도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 이통3사의 불법 판매 대리점에 대한 자체관리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가벼운 경고조치가 대부분이어서 최근 과열된 시장상황을 감안했을 때 관리의지가 부족한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카페는 지난 2월 22일 개설된 이후 8일 현재까지 176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회원가입 및 회원등급 업그레이드 신청자가 줄을 잇고 있다.
피해 예방하려면 판매원들의 선전 꼼꼼히 따져봐야
통신위 조사결과 이통사의 판매원들은 우선 '단말기 공짜'라는 광고문구를 내걸고 관심을 보이는 고객에게 "한달에 이동전화요금 얼마나 쓰느냐", "자사로 옮기면 한달에 얼마씩 요금이 절약되므로 몇 개월이면 단말기를 공짜로 얻는 셈"이라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 요금을 비교 분석해보면 판매원이 설명한 만큼의 요금차이가 나지 않아 도저히 단말기 할부금까지 충당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그 동안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단말기 저가판매를 의심하지 않고 판매원들의 감언이설을 그대로 믿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가판이나 인터넷을 통해 이동전화 가입계약을 맺는 경우에는 판매업자들이 '반짝 개업'을 하고 사라져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소재를 밝히기도 어렵다.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판매업자들의 공짜 및 저가 단말기 판매 선전에 대해서는 구매 전에 일단 의심을 가지고 사실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하고 있다.
요금제의 경우에도 평소 자신의 통화량과 통화습관 등을 고려해 기존 요금수준과 사업자를 옮겼을 경우의 요금수준을 꼼꼼히 비교해야한다. 각 사별 요금수준은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에서 이동전화최적요금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손쉽게 비교할 수 있다.
특히 사후에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가입신청서를 자신이 직접 끝까지 작성해야 하고 신청서 사본은 반드시 보관할 필요가 있다.
현재 통신위원회, 소비자 보호원 등에는 이와 관련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자들은 늘어가고 있지만 통신위의 집중적인 감시활동에도 관련 피해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통신위는 지난 9월 초, 은행이나 길거리, 또는 이메일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선전하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민원예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통신위원회는 약정할인제를 단말기보조금과 연계하는 영업행위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그러나 복잡한 요금제도를 악용,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행위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는 지혜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