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거나 혹은 짜거나, 괴식에 열광하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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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거나 혹은 짜거나, 괴식에 열광하는 2030
  • 박희남 기자
  • 승인 2010.11.12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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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에 질린 신세대, 엽기음식에 흠뻑 빠지다

산해진미(山海珍味), 고량진미(膏粱珍味), 진수성찬(珍羞盛饌), 옥반가효(玉盤佳肴), 용미봉탕(龍尾鳳湯)… 산과 바다의 산물을 다 갖추어 썩 잘 차린 진귀한 음식과 기름진 고기 및 곡식으로 만든 음식은 가라. 이제는 괴식(怪食)의 시대가 왔다. 인터넷상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이 신조어는 괴상한 음식의 줄임말로서,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음식에 기상천외한 재료를 추가해 독특한 맛을 내는 일명 ‘비주얼 제로’의 음식을 뜻한다.

국민들의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먹는 즐거움을 통해 활기찬 인생을 모색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괴식족들 역시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 중 하나로서 기존의 음식에 자신들만의 개성을 덧입혀 괴상한 음식을 조리하고 즐겨먹고 있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때론 혐오스럽기도, 또 때론 먹음직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괴식. 얼핏 들을 때는 비속어 같지만 괴식은 최근 2030세대 음식문화의 추세를 가장 잘 반영하는 아이콘으로서 획일화된 패스트푸드에 질린 신세대들의 반발로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괴식을 건강상의 여러 가지 이유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세상의 모든 음식들이 완벽하고 ‘이것은 좋은 것이고, 이것은 나쁜 것’이라고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을 터. 하물며 독약도 병을 고칠 수 있다 하여, 명약이라고 불리는 요즘, 괴식은  어떠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죽음의 짬뽕, 안 먹어봤으면 말을 마시라

괴식 중 단연 최고는 매운맛. 눈물콧물 쏙 빠지게 하는 ‘매운맛’ 열풍은 블록버스터급 파워를 과시하며 젊은 세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매운짬뽕, 죽음의 돈가스, 최루탄 라면 등은 매운맛 열풍의 주역들이다.

목숨을 내 걸고 먹어야 한다는 매운짬뽕은 TV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매운짬뽕을 판매하는 가게 입구에는 ‘짬뽕 드시고 제발 주변에 토하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을 만큼 극한의 공포감이 조성됐고, 그 맛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겁 없이 매운짬뽕에 과감히 도전했던 MC는 실신하기 일보 직전에 이르렀고, 더 이상의 촬영은 불가능했다. 실제로 중도에 구토 증상을 일으킨다거나 중도 포기하는 일은 아주 다반사이고 드물게는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 위세척 등의 치료를 받은 사례도 있을 정도.

찜질방보다 뛰어난 사우나 효과라는 평가를 받은 매운짬뽕맛의 비밀은 한국, 중국, 베트남 3개국을 대표하는 고춧가루에 있었다. 가게 주인의 말에 따르면 이곳의 매운짬뽕은 국내 청양고추와 중국산 일초, 베트남 땡초가 함께 어우러져 기가 막힌 매운맛이 탄생하고 있다. 3개국 고춧가루의 환상적인 만남, 바로 이 글로벌한 고춧가루가 초특급 매운맛의 숨은 비결이었다. 한 번 먹으면 절대 끊을 수 없다는 그 맛에 손님 끊길 새가 없이 늘 북적부적 거린다.

매운짬뽕의 뒤를 이을 매운맛의 새로운 강자, ‘죽음의 돈가스’가 연일 화제다. 지난 10월1일 방송된 KBS 2TV 스펀지 제로에서는 단 한조각도 넘기기 힘들다는 궁극의 매운맛을 가진 죽음의 돈가스가 소개됐다. 이 날 방송에서 방송인 허준은 이 돈가스를 제한된 시간 안에 먹는 것에 도전했다. 허준은 초반에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돈가스를 먹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혀를 마비시키는 초강력 매운맛에 결국 닭똥 같은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도전에 실패했다. 급기야 허준은 손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자기 자신을 제어하지 못했다.

종업원의 말에 따르면 허준이 가게를 찾은 이 날도 약 20명가량이 도전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나이 울리는 죽음의 돈가스는 그 외형부터 범상치 않았다. 빨갛다 못해 시커먼 색깔을 띠는 이 돈가스는 중국 쓰촨 성에서 재배하는 고추로 만든 소스로 보통 사람은 한조각도 목에 넘기기 힘들만큼 맛의 위력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음식점의 사장은 “지속적으로 매운 맛을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계속 맵게 하다 보니 만들게 됐다”며 ‘죽음의 돈가스’를 만들게 된 사연을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날 방송에서는 ‘단계별 매운 맛카레’와 ‘해물 마라탕’, ‘그레이트 최루탄 라면’ 등 상상 이상의 매운맛 음식들이 줄줄이 소개돼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인천의 어느 라면집에서 판매되는 그레이트 최루탄 라면은 도전해 성공한 사람에게 ‘자체 자격증’을 수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자격증이 가진 의미는 매운 맛 등급 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을 인증 받았기에 ‘그레이드 최루탄 라면’을 주문할 수 있는 자격이라는 것이다. 

한편 방송이 나가고 난 후 네티즌들은 죽음의 돈가스를 비롯한 매운맛 음식에 대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대다수가 “먹어보고 싶다”, “도전해 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아”, “얼마나 매운 맛인지 궁금하다” 등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췄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돈 주고 굳이 저런 걸 먹어야 하나”, “진심으로 맛있어서 먹나요?”, “자학적으로 보일 뿐” 등 불쾌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매운맛의 치명적인 유혹

2030세대가 유독 매운 음식에 집착하는 이유는 고추의 매운맛 주요 성분인 ‘캡사이신’ 때문이다. 캡사이신은 혀의 점막을 자극하여 입 안 수용체를 활성화 시키는데, 미각 세포가 아닌 점막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맛’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매운맛은 혀가 받는 일종의 고통인 셈으로 매운맛이 승부욕을 자극하는 것은 이러한 ‘고통’을 감내했다는 증거이기 때문. 일종의 도전의식으로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바로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다. 매운 것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어느 정도는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다. 전문가들의 조언에 의하면 스트레스의 강도가 심해질수록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몸은 더욱 많은 양의 엔도르핀을 원하게 되고, 이에 따라 본능적으로 매운 음식을 찾게 된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온몸에 열이 나면서 땀이 솟는데, 이는 마치 운동하고 난 직후처럼 몸에서 땀이 배출되고 몸을 개운한 상태로 바꿔주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운 음식에 들어 있는 성분들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 효과에 탁월, 여성들에게 다이어트 식품 1순위로도 각광받고 있다.

“너희가 번데기 밥맛을 알아?”

인터넷 블로거들이 뽑은 최고의 밥이 공개됐다. 혹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잠시 책을 접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급요리사들이 선정한 ‘2010년 인터넷 최고 화제의 밥도둑들’ 5위는 ‘토마토밥’이다. 겉으로 보기에 정말 맛없게 생긴 토마토밥은 토마토를 먹기 좋게 잘게 썬 뒤 고추장을 넣어 밥과 함께 비비기만 하면 끝. 간단한 조리 방법 탓에 2030세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토마토밥은 포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여주는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토마토의 항산화 성분인 리코펜은 산성식품인 밥과 먹으면 소화를 도와주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를 불러와 평가단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4위로는 ‘후추밥’이 선정됐다. 밥 위에 후추를 원하는 양만큼 뿌려서 비벼먹는 후추밥은 후추 특유의 톡 쏘는 강한 맛이 처음에는 먹기 힘들지 몰라도 익숙해지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심사단 역시 “먹다 보니 맛있다”며 “많이 뿌리지 않으면 괜찮은 것 같다”고 밝혔다. 단 너무 많이 뿌리면 속이 쓰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땅콩버터밥’이 3위를 차지했다. ‘땅콩버터밥’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밥으로 땅콩버터와 밥이 어우러져 달콤하고 고소한 맛을 풍겼다. 듣는 것만으로도 느끼한 ‘땅콩버터밥’은 밥 위에 땅콩버터를 원하는 양만큼 넣어 비벼먹는 밥으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혹 끈적끈적한 촉감을 원하지 않는다면 밥을 비비고 난 후 전자레인지에 5분간 돌려주면 더욱 부드러운 땅콩버터 밥을 맛볼 수 있다.

아쉽게 2위에 이름을 올린 ‘고추냉이밥’은 코끝이 찡하고 알싸한 맛을 원하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고추냉이밥을 개발한 블로거 이혜정 씨는 “고추냉이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 편인데 고추장 넣듯 고추냉이를 밥에 비벼 먹으면 어떨까 해서 시도했다”라며 블로그에 올린 계기를 밝혔다.

그렇다면 대망의 1위는 무엇일까. 음식의 사진을 보자마자 외국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던 바로 그 문제의 괴식밥은 ‘번데기 밥’이다. 하지만 맛을 본 심사단은 이내 조합이 너무 좋다며 극찬했다. 대표적인 고단백 식품인 번데기는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있고, 칼슘도 풍부하게 들어있는 영양식품 중 하나로 채소를 첨가해서 먹으면 아이들의 성장발육에 도움이 되는 균형 잡힌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이 밖에도 달걀온밥, 설탕물밥, 꿩장밥, 생치간밥, 은어밥, 콜라밥, 올리브유밥, 우유밥 등이 괴식밥으로 2030세대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식상해진 패스트푸드, 새로운 걸 원해

항간에 인터넷상에서는 내장파괴버거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지난 달 TV방송을 통해 최초로 그 모습을 공개한 내장파괴 버거는 크리스피크림 도넛에 베이컨, 초콜릿, 치즈, 패티 등이 들어가 크기와 열량이 일반 햄버거와 비할 수 없는 수준으로 2,000칼로리에 육박하는 엄청난 열량을 자랑했다. 내장파괴 버거란 이름 역시 엄청난 크기 때문에 먹으면 몸 속 장기가 파괴될 우려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뿐만 아니라 베이컨에 초콜릿을 잔뜩 묻힌 ‘초콜릿 범벅 베이컨’ 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이런 음식들에 열광하는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푸드 테라피스트 김연수 씨는 스포츠 서울과의 인터뷰를 통해 “획일화된 패스트푸드에 질린 신세대들의 반발”이라고 해석했다. 이는 각 식품회사 별로 엄청나게 많은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을 쏟아내고 공급하고 있는데, 조리방법이 동일하고 제조 공법이 대부분 유사해 먹으면 먹을수록 식상하고 언젠가는 질려서 입에도 안 대게 된다는 것. 때문에 새로운 조리법을 통해 색다른 맛을 내는 괴식으로 요리에 대한 갈증을 푼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이어 김 대표는 “괴식들이 영양학적으로 불균형이 심해 권장하기에는 주저스럽다”고 우려했다. 다만 약간의 귀찮음을 참고 천연 재료의 식단들을 곁들인다면 훌륭한 요리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는 것. 예를 들어 괴식의 최고 인기 메뉴로 손꼽히는 ‘짜파구리’를 보면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영양 불균형이 심하나 양파와 파, 당근 등의 재료들을 첨가하면 보기에도 그럴듯하고 비타민 영양소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맛이 살아 숨 쉬는 골목, 그곳에 가면
좁은 골목 사이로 고픈 배 든든하게 책임질 육해공 산해진미가 눈길 발길 사로잡고 있는 먹자골목. 그 거리에 가면 군침 돌게 하는 맛있는 음식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진다. 금강산도 식후경, 지금부터 먹자골목 투어를 떠나보자.

■`장충동 족발골목
야식 1순위 ‘족발’을 말할 때면 으레 붙는 단어가 장충동이다. 그 유명한 장충동 족발만큼이나 소문난 곳이 바로 장충동 족발 먹자골목이다. 현재 장충동 족발골목은 장충체육관 맞은편 골목을 중심으로 큰 대형업소만 20여 곳이 있으며, 그 업소들은 대부분 50여 년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가게들이다. 매년 11월이 되면 이곳 장충동 족발골목에는 족발거리 축제가 열리며 유명세와 달리 매우 소박하고 서민적이다. 가격도 비교적 착한 편.
Tip 한 가지 더.  최근엔 공덕역 족발골목이 뜨고 있다는 사실.

■`신림동 순대타운
2호선 신림역 3번 출구로 나와 50m 직진, 쥬얼리 숍 GOLD에서 우회전후 직진하면 ‘양지 순대타운’ 등 빌딩 전체가 순대집인 건물이 보인다. 원조민속순대타운 303호 순창, 양지순대촌 303호 미림 등 ‘303호’가 공통적으로 맛집 인증을 받는 편. 마니아들은 순대볶음보다 백순대를 추천한다. 신림동 순대타운의 키 포인트는 ‘깻잎’이다. ‘깻잎’ 없이 먹는다면, 조금 느끼할 수도 있다는 사실! 야채 값이 많이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신림동 순대타운에서는 ‘깻잎’은 무한리필이 가능하다. 단 호객행위가 심하다는 불편함은 감소해야 한다.

■`남대문시장 칼국수골목
인심 좋고 맛도 좋은 남대문시장 칼국수 골목에서는 냉면과 공기밥 등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남대문 갈치조림만큼이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남대문 칼국수골목은 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이나 깔끔함을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할 수 없지만,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정을 찾는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할 만하다. 시장 안의 비좁은 골목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어 경쟁이 치열하지만 선의의 경쟁으로 맛을 알리고 있다.

■`신당동 떡볶이타운
“오랜만에 만난 그녀 떡볶이를 너무 좋아해 찾아간 곳은 찾아간 곳은 신당동 떡볶이 집.” DJ DOC의 ‘허리케인 박’ 노랫말에도 언급될 정도로 국내 유일의 떡볶이 상가인 서울 신당동은 대한민국 떡볶이 1번지로 손색이 없다. 며느리도 알 수 없다는 이곳의 떡볶이 역사는 마복림 할머니로부터 시작됐다. 마 할머니는 동네 중국 음식점 개업식에서 자장에 빠뜨린 떡을 먹고서 춘장과 고추장을 섞은 양념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떡볶이 가격은 주로 2인분은 1만 원, 3인분은 1만 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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